왜 사기꾼에게 속기 쉬울까?

최근 아버지 생신으로 부모님 댁에 가게 됐는데, 저녁 먹고 집에 돌아가기 전에 아버지가 "이건 꼭 봐야 한다"면서 유튜브에서 '앱테크로 n년 안에 m억 번 청년' 인터뷰를 보여 주셨습니다. 내용을 들어보니 평범한 성공팔이 강사더라고요. 아버지께 "진짜 많은 돈이 되는 정보는 아무도 공짜로, 헐값으로 넘겨주지 않는다"라고, 곰곰이 생각해 보시라는 말씀을 반복해 드리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2010년대 말 ~ 코로나 전후로 가짜 성공팔이 마케팅이 정점을 찍은 뒤, 대중이 (굳이 굳이 직접 부딪혀 본 뒤) 외면하기 시작한 것이 이제 꽤 된 것으로 체감하고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감언이설로 순진한 이들을 꾀는 악당들이 많고, 또 거기에 혹해서 빠져드는 분들이 아직까지도 다수 발생하고 있는 게 현실이죠. 왜 이런 사기꾼들에게 속기 쉬운 걸까요?
성공팔이는 당신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알고 있다!

정말 다양한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가장 큰 이유는 결국 목표로 하는 시청자나 독자(target audience)의 니즈를 만족하는 서사가, 굉장히 치밀한 구조로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자본금은 없지만 큰돈을 벌고 싶은 당신,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싶지는 않지만 일단 돈은 벌고 싶은 당신, 적당히 놀면서도 돈을 벌고 싶은 당신에게 딱 맞는 낚시 콘텐츠가 바로 최근의 성공팔이거든요. 자기 개발 서적이나 강의 트렌드만 봐도, 실제로 사람들은 더 이상 쓴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합니다. VOD로 알고리즘을 타서 자기가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들을 수 있는 현재의 콘텐츠 소비 세태와 무관하지 않고요.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 주기는커녕, 물고기를 잡아 주지도 않습니다. 일단 구독비를 내거나 광고를 봐 가며 조회수를 늘려 주면 자신이 '잡았다고 주장하는' 희한한 물고기를 구경시켜 주는 형식이죠. "성공 포르노"라는 조소를 틀렸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영화, 혹은 드라마 '타짜'와 같은 작품들을 보셨다면, 스크린에서 사기꾼이 얼마나 화려한 스킬을 선보이는지, 극적으로 얼마나 멋지게 미화해 냈는지 감탄해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영어권에서는 "con-artists"라고도 하죠.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다수의 사람을 속이고 벗겨 먹는 것도 (권장할 것이 절대 못 됩니다만 동시에)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존 부모님, 조부모님 세대에선 동네에서 곗돈으로 모은 투자금, 땅문서를 들고 튀는 등 적은 인원에게 비교적 큰 금액의 사기를 한탕 치는 일이 주요했다면, 근래 온라인 사기꾼들의 경우 극도로 조작된 정보의 일부만을 끊임없이 노출하며 얕고 넓게, 굉장히 많은 인원을 속이고 그중에서 속아 넘어가는 사람들의 후원금이나 꽤 고가의 강의료를 등쳐 먹는 일이 많습니다. 사기의 깊이(depth)가 길고 심오하면서도, 중간에 허술한 부분이 있어 희생자가 사기임을 깨닫는 일이 없도록 논리와 개연성이 확실해야 하고, 끊임없이 '당신도 성공할 수 있다' 내지는 '돈을 벌 수 있다' 등의 믿음을 심어 주어야만 합니다. 종교들은 몇천 년을 이어 내려온, 성문화된 경전이라도 있죠. 최근 핫한 성공팔이들을 보면 어떻게 저렇게 많은 호구를 쌍끌이배처럼 끌어 모으는 건지, 고도화된 사기 수법이나 남들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는 철면피 차원에서 경이로운 것도 사실입니다. (비교적) 소액의 사기를 치고 있음에도 전통적인 사기꾼들과 다른 점은, 이들이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사업자의 형태를 가지고 당당하게 영업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불법 토토, 바카라, 사다리 따위에 속지 않는 분들도 이런 가짜 자기 개발 코칭에는 혹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인데요. 결국 보이스 피싱, 스미싱 등과 마찬가지로 개개인의 분별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떻게 하면 성공팔이 콘텐츠를 구분해 낼 수 있을까?

항상 "To Be Continued"를 외치면서 카페 가입, 팔로우, 강의 결제 따위를 요구하는 이들과 달리, 해당 포스트의 조회수와 애드센스 광고 노출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끼는 저는 포스팅 내에서 결론을 내 보도록 하겠습니다. 😂 결국 사기꾼에게 당하지 않으려면 세 가지가 중요합니다. 첫째는 사기 콘텐츠를 감별하는 능력, 둘째는 그런 사기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자를 분별할 수 있는 능력, 마지막으론 종합적으로 꾐에 넘어가지 않을 만큼 단단한 논리력 쌓기입니다. 이 중에 둘째, 셋째 항목은 단기간에 쌓을 수 있는 능력은 아닌 것 같고요. 대신 이번 포스팅에서는 마지막으로 개별 성공팔이 콘텐츠를 보고 그때마다 분간할 수 있는 기준에 대해 간단히 짚고 넘어가 볼까 합니다.
1. 두서없이 사례만 언급하며 권위를 다지는 경우
- 정말 정말 흔한 유형인데, 의외로 분간하기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많은 케이스입니다.
- 성공팔이들에게 출판을 시켰을 때 쉽게 볼 수 있는데요. 자기가 얼마나 큰 성공을 거뒀으며, 타인에게 조언을 해 주었더니 얼마나 효과가 좋았고, 주변에 얼마나 성공한 사람이 많은지 언급하는 등 부차적인 수식(修飾)으로 자신의 권위를 쌓는 경우입니다.
- 대학에서 논문을 읽거나 써 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초록(abstract)과 목차(table of contents)가 얼마나 중요한지, 전체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한 그 내용만을 가지고도 단시간 내 얼마나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 잘 아실 겁니다. 성공팔이 콘텐츠의 경우 모두 그런 핵심 알맹이가 부재 상태입니다. 서점에서 유튜버의 가짜 자기 개발서를 보시면 목차부터 확인하고, 그나마(...) 중요해 보이는 챕터부터 간단히 쓱싹 읽어 보세요. 실제로 티가 납니다.
- 도움이 되는 글, 좋은 조언은 이를 전달하는 상대의 성공 사례, 사회적 지위, 팬덤의 규모, 금전적 풍요와는 크게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유념해야만 합니다. 화자가 누군지가 아니라 내용 자체가 도움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항상 인지해야 합니다.
- 근래 구어체의 서적이 쏟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한편, 산문을 피로해하고 논리적 사고력이 부족하신 분들이 점점 늘면서 쉽게 속으시는 경우가 더더욱 많아지는 것 같아요. 글을 읽거나, 영상 설명을 보시면서 끊임없이 '그래서 결론이 뭔데? 그래서 뭘 해야 하는데?'라는 의문을 가지시면 좋습니다.
2. 결론 없이 현상만 존재하는 경우
- 1의 마지막에서 이어지는 내용이죠. 대부분의 성공팔이 콘텐츠에는 '이렇게 대단한 나/우리의 성공'이라는 현상만이 있습니다. 반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끝끝내 알려주지 않죠. 콘텐츠에 시청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 결론이 없을 경우 높은 확률로 사기 콘텐츠입니다.
- 이런 현상과 달리,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비록 실체가 없으나 성공팔이 콘텐츠를 연속적으로 소비하도록 하는 '맥거핀'으로 기능합니다. 있지도 않은 궁극의 성공법을 가르쳐 주겠다며 계속해서 다음 영상, 다음 강의, 다음 책으로 시청자를 유도합니다. 이는 성공팔이 콘텐츠 제작자의 마케팅 기법이며 주요 수입원입니다. 규모가 커졌을 경우 많은 후원금을 요구하는 소규모 커피 타임, 고액 과외를 추가로 개설하기도 하죠.
- 현상이라도 있으니, 그 현상을 분석해 보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성공의 진짜 이유가 부재합니다. 사업이든, 투자든, 그 무엇이든 간에 성공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노하우를 공유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신이 잘하는 것을 공유하지 않은 채, 혼자만 가지고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실행할 시간도 부족하니까요. 진짜 성공한 사람은 후원 계좌를 열지 않습니다. 진짜 성공한 사람은 강의를 만들어서 자잘한 돈 긁어모으는 것 따위엔 정말로 관심이 없습니다. 진짜 성공한 사람은 (각 분야의 꼭대기에 오르기 전까진) 책을 내지 않습니다.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그것이 자신의 수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 궁극적으로 이런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결국 사람입니다.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고자 노력해 보세요. 성공팔이 콘텐츠는 순진한 사람을 타깃으로 하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자신이 순진하게 구독을 하지는 않았는지, 고액의 수업료를 내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번 돌아보아야 합니다.
- 자신이 보고 들은 콘텐츠를 전부 되돌아보았을 때, 실질적으로 한 줄 요약하여 정리할 수 있는 조언이 나도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거나, 다른 사람들도 모두 하고 있는 조언이라면, 안타깝게도 당하신 겁니다. 지금이라도 잃은 시간과 금액을 포기하고 "손절" 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3. 주장의 근거가 불분명한 경우
- 무언가를 강력하게 주장하는데, 근거가 없다면 반드시 의심해야만 합니다. 어려우면서도 쉽게 말씀드리자면, 대부분의 성공팔이들과는 절대 서구적 논증법을 토대로 토론을 할 수 없습니다. 자신이 보고 있는 콘텐츠를 만든 사람과 성공에 대해 논리적으로 토론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분명 대화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겁니다. 이들이 대부분의 비판자에 논점 흐리기와 메신저 공격, 게시물/댓글의 신고 및 차단, 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 따위를 이유로 고소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자신이 커버할 수 있는 범위 외의 내용은 전부 가스라이팅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 분명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자수성가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비판적 사고 없이 '인간 승리'로 받아들이는 순간 당신이 호구가 될 확률은 올라갑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성공팔이는 이런 패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근거가 없는, 말도 안 되는 성공담을 늘어놓죠. 진짜인 경우도 거의 없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치더라도 개인에겐 축복일 수 있지만, 자기 개발이 필요한 콘텐츠 소비자에겐 아예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복권 당첨을 기다리는 게 빠르죠. 주변에 로또 1등 된 사람이 있다면, 성공 방법론을 가르쳐 달라며 존경하고 따르실 건가요?
- 대부분의 성공팔이 콘텐츠에서는 성공의 근거를 트래킹 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것이 가짜 성공일 경우, 당연히 사기꾼이 자신의 패를 보여주는 것일 테니 말이 안 되겠죠? 설령 정말로 실제 성공 사례라 하더라도, 제가 서문에 쏘았던 것처럼 "진짜 많은 돈이 되는 정보는 아무도 공짜로, 헐값으로 넘겨주지 않는다"라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이해하셔야 합니다. 회사 다녀보신 분들은 다 아실 겁니다. 진짜 돈 되는 정보, 민감한 정보는 전부 "대외비" 내지는 "엠바고"(embargo)입니다.
- 무언가를 성공한 일화, 성공한 인물담을 듣고 흥분해 따를 게 아니라, 콘텐츠 내에서 개별 성공 케이스를 분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목표를 가지고 어떤 일을 어떻게 해서 어떻게 성공했는지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요. 때문에 만일 사례 분석을 진지하게 한다면, 성공뿐만 아니라 실패 이력도 중요한 자산이라는 사실 역시 기억하셔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실패하는지 알아야 오답을 피할 수 있으니까요. 자신이 성공한 것만 쏙쏙 뽑아서 공유하는 이는 멘토가 아니라 성공팔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