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원래 11월 4일 공개 예정이었던 워크래프트 럼블(Warcraft Rumble), 오늘 오전 자고 일어나서 폰을 보다가 선 출시되어 사전 예약 다운로드가 완료된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워크래프트 럼블은 디아블로 이모탈 이후 세 번째로 선보이는 블리자드 모바일 게임인데요. 최근 블리자드 신작들에 대한 퀄리티 저하나 콘텐츠 부족과 관련한 이슈가 많아, 저도 걱정 반, 설렘 반으로 플레이를 시작했는데요. 몇 시간 플레이해 본 결과, 이 게임, 일단 걱정은 덜어도 될 것 같습니다.
매력적이고 귀여운 워크래프트 세계관의 모바일 RTS!
워크래프트 IP는 단연코 PC가 플랫폼의 중심이죠. 워크래프트 3 등 기존 RTS,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전부 PC로만 플레이 가능하며, 하스스톤의 경우 추후 iOS, Android 버전을 제공하기 시작했지만 또한 PC에서 먼저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생긴 팬 베이스이다 보니, 모바일 워크래프트 게임의 출시 소식은 팬들에게 있어선 양날의 검이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워크래프트 IP의 게임이 나온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모바일 플랫폼에 비교적 가벼운 게임성으로 우려가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직전에 워3 리포지드가 남긴 충격도 엄청났고요. 때문에 다른 팬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제가 보기엔 결과적으로 워크래프트 럼블은 다행히도 (모바일 게임으로서) 합격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게임 플레이 자체는 알려진 바와 같이 클래시 로얄(Clash Royale)과 굉장히 흡사합니다. 자동 수급되는 자원(골드)을 활용해 영웅, 유닛, 주문을 적절히 사용하고, 지도상의 각종 오브젝트를 적절히 활용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적 진지를 함락시키면 되는 간단한 방식이죠. 클래시 로얄식 RTS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보이는 대로 눌러가며 쉽게 터득이 가능합니다. 초반부 튜토리얼도 꽤 잘 되어있고요.
출시 시점임에도 콘셉트 빌드나 상성 관계도 어느 정도 잘 잡혀 있고, 덱을 성장시켜 가는 즐거움도 분명합니다. 밸런스는 조금 아쉬운 점이 없잖아 있지만,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 개선될 가능성이 커 현재로서는 큰 단점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특성 개방 등으로 구도가 바뀔 여지도 커, 아직까지는 평가를 하기 어려운 측면도 분명 존재하고요.
할 거리도 굉장히 많습니다. 특히 PvE 콘텐츠를 착실히 준비했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지도를 따라 가는 일반 캠페인 수량도 적지 않은데, 퀘스트 메뉴에서 추가 전투가 가능하고, 이외에도 던전, 공격대(추가 예정) 등 다양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습니다. 초반부를 직접 플레이해 본 결과, 지쳐서 종료하지 않는 한, 한두 시간 해서는 절대 다 못 할 분량입니다. 그렇게 PvE를 즐기고 나면 다음은 PvP가 기다리고요.
게임성은 많이 다르지만, 워크래프트 럼블이 보여주는 첫인상은 그간 하스스톤의 행보와 많이 겹칩니다. 물론 하스에서는 PvP를 우선적으로 내세우면서, 모험 모드나 1인 모험 등 PvE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추가해 왔다는 차이가 있지만요. 하스스톤에서도 혼자 하는 콘텐츠는 (종종 골드 구매나 인앱 결제를 요구했지만) 꾸준히 호평을 받아 왔습니다. 특히 캐주얼 게임에서도 대전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유저들에겐 굉장한 셀링 포인트가 아닐까 합니다.
인앱 결제 말이 나온 김에, 과금 구조는 어떤지 간략하게 살펴볼까요? 우선 인게임의 모든 구매는 코인이라는 금화 모양의 재화를 사용합니다. 코인은 KRW 결제 시 10 대 1 수준의 교환비를 보이지만, 인게임에서 꾸준히 수급되는 양이 많은 편이어서 구매 필요성이 크지는 않습니다. 물론 성장 구조 상 최정상급 수준에 도달하려면 많은 코인이 필요하고, 단기간에 빠르게 치고 나가고자 한다면 현금 구매는 필수가 되겠죠.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PvE의 비중이 큰 점, 그리고 그런 PvE 콘텐츠 수행 시 재화를 상당량 지급해 주기 때문에, 글로벌 랭커가 목적이 아닌 이상 일정 수준 이상의 과금은 필요 없습니다. 사실 특별 할인 등 기간제 상품의 가성비가 월등히 높고, 구성품으로 코인을 같이 끼워 주는 편이다 보니, 만일 소량 과금을 희망한다면 해당 패키지 상품들을 위주로 구매하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저도 벌써 서로 다른 가격대의 패키지만 3개 정도 구매했네요.
무엇보다 상점 내 선택형 뽑기의 일종인 G.R.I.D의 존재가 꽤 크고, 일일 상품 메뉴의 물품 구매 효율이 높기 때문에, 꾸준히 플레이 한다면 과금 없이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합니다. 때문에 현금 결제는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아요.
최적화 수준에 대한 평가는 현재로서는 중립적입니다. 우선 플래그십 모델의 최신 폰으로 플레이하신다면 문제점은 거의 느끼지 못하실 겁니다. (오래 실행하더라도) 렉은 없는 편이고, 백그라운드 상태에서도 별 문제는 없습니다. 그래픽 표현도 깔끔하게 잘 되는 편이고요. 다만 결제 화면이나 로딩창 등에서 정말 간혹 튕김 현상이 있고, 배터리 소모가 빠른 편이라 오래 플레이하기 어렵습니다. 발열도 없지 않고요. 아이폰 기준 6s 이상만 되면 실행 가능할 정도로 사양은 낮은 편이지만, 낮은 스펙의 기기일수록 최적화 문제가 부각되는 것 같아 그런 점은 아쉽습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첫인상은 합격점!
어쨌거나 종합적으로 워크래프트 럼블은 ① 플레이 하기 쉽고 재미있으며, ② 워크래프트 세계관을 모바일 환경에 귀엽게 잘 그려내 친숙하고, ③ 요구되는 과금 수준이 높지 않은 만큼, 모바일 게임으로서는 합격점을 주고 싶습니다. 현재 구글 플레이에서도 4.7점을 기록하고 있고, 커뮤니티 등지에서도 나쁘지 않은 평가로 다수 유저들 눈높이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많습니다. 이대로 논란이 되는 사고만 안 치고(?) 콘텐츠만 지속적으로 잘 내준다면 인기 몰이를 하며 순항하는 것도 꿈만은 아닐 것 같은데요. 최근 디아 4까지 다사다난했던 블리자드이지만, 워크래프트 럼블에서만큼은 시작부터 좋은 운영으로 갓겜을 만들어주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