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즐기기 좋은 대학로 콩트 연극, <늘근도둑이야기>
오프라인 극작품을 소개할 때마다 엇비슷하게 빠지지 않고 하게 되는 전제입니다만, 저는 연극도 문외한입니다. 지금이야 서울서 살고 있고,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굉장히 다양한 작품들을 원하는 대로 볼 수 있는 상황이지만, 학창 시절을 보낸 고향에서는 시 극단 등을 제외하면 연극을 볼 수 있는 창구가 없다시피 했으니, 사실상 실제 삶과는 동떨어진, 교과서에서나 배우는 예술의 한 형태에 불과했죠.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습니다만) 관심이 있다던가 능동적으로 연극을 찾아보아 온 상황도 아니고, 그래서 지금까지 본 연극도 대부분 성인이 된 이후에 접했으며, 몇 편 되지도 않습니다. 다만 변수가 있다면, 그 몇 편 안 되는 연극들의 실제 관람 체감이 굉장히 긍정적이었다는 점이겠고요. 그래서 옆에서 누가 같이 보러 가자고 꼬드기면 흔쾌히 가서 곧잘 즐기고 오는, 소극적인 관람객이 되었달까요. 얼마 전에 보고 와서 오늘 들고 온 '늘근도둑이야기' 역시 마찬가지인데, 굉장히 재미있게 보고 와서 추천할 만하겠다 싶어 포스팅하게 되었습니다.
현대적인 포맷의 판소리와 같은, 민초의 한풀이 코미디!
'늘근도둑이야기'는 보통의 다른 대학로 연극들과 달리 플롯 자체로 그렇게 무게를 잡는다는 느낌은 없었어요. 제가 예매해서 간 게 아니라서 저도 사실 위에 있는 시놉시스 내용도 모르고 갔지만 보는 데엔 아무런 지장이 없었습니다. 어차피 줄거리가 복잡하지도 않고, 어떻게 보면 애초에 크게 중요하지도 않고요. 어차피 웃고 즐길 수 있는 내용, 관객들에게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전부 세 배우의 입을 통해 직설적으로 꽂히거든요. 아무래도 코믹함이 극도로 강조된 희극이라는 특징 덕에 가능했던 포맷 아닐까 싶어요. 리뷰인데도 줄거리가 아예 없어서 의아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스포일러가 되네 마네 하면서 요약해서 전달할 이야기 자체가 없어요! 시놉시스 알고 가시면 일단 전부 이해하고 들어가시는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
소제목으로도 써 놨지만 '늘근도둑이야기'를 보면서 현대적인 판소리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다만 한에 사무쳐서, 악에 받쳐 분풀이를 한다거나 권선징악으로 이어지는 스토리라기보다는 적당히 지적할 것 다 하고, 억울한 심경은 전부 대사로 쏟아 낸 뒤, 어쨌거나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유쾌하게 돌아갈 수 있는 그런 내용을 담고 있달까요. 크게 정치적이지도 않고, 못할 말을 하는 것도 아닌, 어디까지나 청년, 중년, 노년의 소시민으로서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삶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작품이고요. 누구를 닦아세우고, 깎아내리며 저질 웃음을 유발하지도 않고, 특히 약자를 조롱하지 않는다는 점에선 저는 오히려 우리에겐 더 익숙한 TV의 한국형 코미디보다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뭐 북미 스탠드업 코미디를 봐도 그런 경우가 많지만, 한국은 그런 코미디가 유독 더 잘 팔려서 저는 좋아하지 않거든요. 😅) 관객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연극이기도 한 만큼 (특히 맨 앞줄에 앉으시면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열린 마음으로 편하게 즐기다 오면 되는, 아주 유쾌한 코미디 쇼 아니었나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