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너무 바빠서 블로그고 뭐고 제쳐두고 있었는데, 1일 1글 발행 이벤트 한대서 알림 등록은 해 놨으나 실제로 포스팅을 하진 않아서 자발적으로 쓰지도 않는 서비스의 푸시 알림만 늘려놓은 꼴(...)이 됐네요. 주말에도 일 하던 거 하다가 집중이 너무 안 돼서 짧게 노트나 하나 남길까 하고 간만에 '글쓰기' 버튼을 눌렀습니다. 사실 글감은 많은데 사진 보고 정리하면서 쓰기 귀찮은 게 가장 힘들고, 출시 때 봤던 영화나 다른 콘텐츠는 어차피 시의성 때문에 타이밍 지나면 크게 의미가 없어서... 딱 1회 참가 목적으로 티스토리 챌린지 자체에나 딴지 한 번 넘어가고 가렵니다. 😂
수요 없는 공급을 늘린다고 서비스가 살아날까?
말 그대로입니다. "오블완" 챌린지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이거였어요. 블로그 글 대부분은 검색 유입으로 트래픽이 발생합니다. 다음카카오 서비스 메인 노출이든, 티스토리의 크리에이터 딱지든, 이도 저도 아니면 이웃 장사로 품앗이 Today 뻥튀기를 하는 등의 행위는 크게 의미가 없어요. 단순히 수치의 문제가 아닙니다. 결국 이 서비스 자체에 깊게 몰입한, 한정적인 유저층을 대상으로 하는 조회수라는 겁니다. 그리고 그 사용자들 다수는 또 본인들이 포스팅하는 블로겁니다. 이런 우로보로스 같은 유저들을 제외해도, 트래픽 자체도 타 서비스들에 비해 크게 높지 않고, 오히려 점점 추락하고 있는 상황이죠. 가지고 있던 장점을 전부 내줘서 네이버 블로그에, 워드프레스에 파이를 전부 뺏기고 있습니다.
티스토리가 살기 위해선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수요를 늘려야 합니다. 근데 그 수요는 또 한정적이에요. 한국어 웹에서 검색을 하는 사람들, 이 사람들의 숫자를 늘릴 수는 없습니다.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꾸준히 줄어 가고 있고, 이는 역전 가능성이 없습니다. 결국 한정된 수요를 파이 뺏어 먹기로 다른 서비스에서부터 뺏어와야 한다는 겁니다. 플랫폼이든, 서비스든 신경 안 쓰고 필요한 정보가 있는 사람들이 꾸준히 찾도록 만들어야만 해요. 근데 글 발행 숫자 늘린다고 그게 해결이 될까요?
딱 하나 드는 생각은, 콘텐츠 생산을 하고 있는 블로거들의 비활성화가 눈에 띄게 늘었기 때문에 이에 대해 반응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었네요. 근데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크리에이터들은 절대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블로그를 계속 해도 다른 플랫폼으로 가겠죠.
제일 신이 난 건 AI 글쓰기, 남의 글 베껴쓰기 하는 블로거들 아닐까?
1일 1포스팅 이벤트라... 양질의 콘텐츠를 준비하시는 분들은 글 1개 발행하는 데에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소비하십니다. 소재도 필요하고, 그에 대한 자료도 필요하고요. 주제를 이해해야 정교한 글이 나옵니다. 학교나 회사에서 과제해 보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절반이 자료 조사고 데이터 분석입니다. 여기에 정말 막대한 시간이 들어요. 과제를 주면서 시간을 촉박하게 주는 경우는 딱 한 가지 케이스밖에 없습니다. 과제를 받는 사람의 능력을 높이 사서, 이미 자료 조사가 완료가 되어 있고, 주제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있어서, 당장 문제제기 하는 케이스에 대한 결론만 새로 만들어 내면 되는 상황이요.
이런 사람들한테조차도 나머지 절반, 그러니까 글 자체를 발행하는 것 또한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글 쓰는 것에 애정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아무리 간단한 글을 써서 낸다고 하더라도 정말 대충 해서 아무렇게나 집어 던져 내놓는 건 상상하기도 힘든 일일 테니까요. (지금 이것도 30분은 쓰고 있는 듯...) 그런데 1일 1포스팅이라... 아마 지금 이 이벤트를 가장 쉽고 편하게 즐기고 있는 건 ChatGPT 등 생성형 AI로 글 받아서 '완료'만 누르면 되는 스팸형 블로거들 아닐까 하는데요. 🤣
카카오는 아직 문제가 뭔지 모르고 있다!
결국 여기로 귀결됩니다. 카카오톡을 제외한 모든 다음카카오의 서비스는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어요. 브랜드 파워가 약해지고, 웹에서도 인지도가 낮아지고 있고, 그래서 검색에 점점 낮게 깔리거나 제외되는 상황까지도 발생합니다. 정말 극히 일부의 블로그들만이 정보의 질을 인정받고 일부 포스팅이 검색 상단에 걸리지만, 글쎄요. 서비스에서 발행되는 대부분의 포스팅이 AI로 생성된, 똑같은 소리만 하는 비슷비슷한 주제의 쓰레기 글인 상황에서, "인플루언서" 블로거들 타임어택 이벤트로 채찍질 해서 1일 포스팅 분량으로 제한된 퀄리티로 저하된 게시물 양산한다고 티스토리가 살아날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좋은 서비스 만들어 놓고 제대로 활용 못 하는 걸 보면 정말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당장 수익성이 낮다고 자체 애드센스 계정 광고를 강제해서 블로거들 이탈 발생을 시키질 않나, 이번에도 헛발질 이벤트를 하질 않나... 서비스 기획 하시는 분들, 사업 직무 분들, PM/PO 분들... 뭐 하십니까? 결정권자 분들, 이벤트 하기 전에 생각했나요..? 농담 아니고 이렇게 가면 티스토리 망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