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강의 사놓고 손도 안 대는 분들, 듀오링고부터 하세요!
유년기, 학창 시절부터 제일 좋아하는 과목이 영어였고, 대학에서도 대부분에겐 생소한 외국어 두 개를 전공했지만, 언어 공부를 하고, 또 그렇게 쌓은 실력을 유지하는 것은 정말이지 너무나 어려운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외국어 학습엔 분명 각각 방식은 다를지언정, 분명 정도(正道)라고 부를 만한 길이 있습니다. 바로 "배우는 언어의 습관화"를 통해 숨 쉬듯이 사용하고, 머리 굴려서 번역하고 생각하기도 전에 인풋이 이해되고 아웃풋이 튀어 나갈 만큼 너무나도 익숙해질 정도로 익히는 건데요. 이런 공부는 단순히 책 펴놓고, 강의 보면서 외우고 시험 보고 하는 범주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물론 이런 "old school" 공부법을 통해서도 노력하는 만큼 가져가는 것은 분명하지만요. 😅 많은 분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중등 교육과정식 학습법은 외우는 것으로 시작해 외우는 것으로 끝나는 데다가, 읽기와 듣기에 치중되어 있다 보니 한계가 굉장히 명확한 편이죠.
콘텐츠 업계에 있는 입장에서는, 개인적으론 취향에 맞는 문화 콘텐츠를 습관적, 그리고 반복적으로 소비하는 게 아주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어 공부 하는 데 미드 보는 게 도움이 엄청 많이 되네, 혹은 반대로 전혀 안 되네 하며 강의 팔이들, 조회수 레카들끼리는 말이 아주 많은데, 사실 양쪽 다 지들 아이템 팔아먹으려고 과장하는 거고요. 쉽게 예시를 들자면 "◯◯쌤과 함께 미드 섀도잉으로 스피킹 레벨 업!" vs. "미드로 영어 안 늡니다. ✕✕쌤한테 1:1 레벨 체크부터 받으세요!" 구도의 극단적인 자강두천 세기의 대결이라고 보시면 되겠네요. 🤣 어쨌거나 당장 저만 해도 영어로 된 문화 콘텐츠 덕을 어릴 때부터 인생 내내 보고 있어서, 영화든 드라마든 노래든, 자기가 좋아하는 언어의 특정 콘텐츠가 있으면 뚝심 있게 밀고 가시라고 추천드리는 편이에요. 막말로 주변에서 k-드라마 챙겨 보듯이 OTT나 소셜에서 영어권 드라마, tv쇼, 영화, 기타 클립 꾸준히 챙겨 보시면, 토익 같은 시험도 치러 가기 전에 모의고사 두어 번만 풀고 가도 900점대 중·후반대? 충분히 가능하다고 산증인인 제가 보증합니다.
이 외에도 좀 더 평범하게는 어학원을 다닌다던가, 전화 영어를 한다든가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필기시험 외에 언어를 공부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아주 많이 있습니다. 영어 기준으로는 요즘 사교육 열풍의 정점에 서 있는 이슈이기도 한, 원어민 강사가 있는 영어 유치원/어린이집이라던가, 어학연수, 혹은 아예 유학 다녀오는 것도 방법이겠네요. 다만 이런 접근은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유아·청소년기에,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모에 의해 결정되고 실행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대부분의 경우 이미 선택지에 없지 않으실까 하고요.
일단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상황에 최적의 공부 방법을 찾았다고 치더라도, 외국어 공부는 결코 쉽지 않은데요. 결국 문제는 에너지, 금전, 시간을 무조건, 그리고 헌신적으로 소비해야만 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언어 공부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정도는 있을지언정, 왕도(王道)는 없는데요. 다른 공부도 할 게 많은 학생들, 못해도 하루 기본 8시간은 일 하고 난 뒤 집안까지 돌보고 나서야 공부를 할 수 있는 직장인들은 특히 시간도 시간이고, 무엇보다 에너지가 없어서 시도도 하지 못하거나 중도 포기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죠. 기업 지원 자격이나, 대학교 졸업 요건 등 명확하고 피할 수 없는 목표가 걸려 있는 영어 공인 인증 시험들의 인터넷 강의 완강률이 극도로 낮은 걸 생각해 본다면, 끈기를 가지고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단편적으로 체감할 수 있지 않나 해요. 공부를 꾸준히 할 수 없다면 습관화 따위가 될 리가 없겠죠. 습관적으로 장기간 공부할 수 없다면 솔직히 하나마나고요.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모든 어려움을 최소화시켜 주는 공부법이, 심지어 굉장히 높은 접근성으로 누구나 쉽게 시도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믿으시겠습니까? 바로 오늘 들고 온 듀오링고(Duolingo)가 그 주인공인데요. 물론 사견이긴 합니다만, 본인 기준으로 현재도 10주 넘도록 매일매일 사용하면서 만족하고 있고, 블로그에 글을 쓰기 이전에도 주변에서는 비슷하게 언어 공부하시는 분들께는 이미 신나게 전도(?) 하고 있었던 터라, 취향에만 맞으신다면 아주 쉽고, 편하고, 또 즐겁게 언어 공부를 시작하고, 또 꾸준히 연습하실 수 있으리라고 장담합니다.
참고로 듀오링고는 웹에서도 제공되기에 PC 등 환경에서도 사용 가능하지만, 제 경험담은 100% 모바일 디바이스의 애플리케이션을 기준으로 하며 (후술 하겠지만 이렇게 사용하는 게 장점이 훨씬 많아요.) 듀오링고로 영어 외의 언어를 원활히 공부하기 위해서는 영어 실력이 어느 정도는 뒷받침이 되어야만 합니다. 물론 영어를 공부하신다면 시작어로 한국어 역시 지원하기 때문에 관계없어요. 또한 공부하려 하는 언어의 목표 도착 레벨이 중급 전후인 경우를 기준으로 추천드리는 서비스이며, 따라서 아예 입문자 단계에서 첫 단추를 끼우는 상황이거나, 초급 ~ 중급에 체류하고 있어 숙련도를 올리고 싶으신 분들께 복습 및 훈련 용도로 추천드려요. 이미 상급 ~ 원어민 수준의 구사자에게는 크게 의미가 없는 공부법입니다. (뭐 고등 교육 기관 바깥 대부분의 학습 프로그램들이 다 그렇지만요.)
최소의 부담으로 최대의 학습이 가능한 듀오링고
듀오링고에서 제공하는 레슨은 생각보다 구조가 단순합니다. 모든 수업이 퀴즈로 진행되는데요. 큰 틀에서는 읽고 들으며 번역하기, 들리는 내용 받아쓰기라고 보시면 될 것 같네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레슨 영상을 보시면 이해가 빠를 것 같아요.
한 레슨은 개인의 사전 지식이나 학습 속도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보통 짧으면 2분 ~ 3분, 길면 5분에서 7분 정도까지 걸립니다. 듀오링고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인데요. 거의 언어 학습계의 숏폼 수준으로 짧기 때문에, 짬을 내어 끊어 가며 공부하기엔 아주 좋은 구조 아닌가 하고요. 물론 연속으로 이어서 공부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한 번에 길게 사용하실 때도 문제없습니다. 출퇴근 길에 대중교통에서 모바일 게임 하듯이 하거나, 하다 못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드러누워 있을 때도 유튜브 보는 시간 일부를 잠시 할애해 한 두 판 하기 굉장히 좋아요. 원하는 대로 시간과 에너지 소비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큰 부담 없이 꾸준히 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듀오링고를 시작한 뒤엔 휴대폰으로 게임이나 소셜 확인하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거의 그만큼을 언어 학습에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라 굉장히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네요.
한 과(unit)는 단어나 숙어, 용례 등을 처음 배우는 구간부터, 이를 반복적으로 익힐 시간을 주는 복습까지, 약 20 ~ 30여 개의 레슨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생각보다 여러 번 공부하게끔 해서 각인시키는 구성으로 되어 있어서, 단어장 펴서 깜지 쓰듯 외우지 않아도 자연스레 익숙해지도록 돕습니다. 개인적으론 굉장히 캐주얼한 학습 방식인데도, 레슨이 오래 기억에 남게 잘 짜여 있어서 놀라웠네요. 무엇보다 레슨을 이어가면서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는 점이 굉장히 긍정적이었고요. 레슨 자체도 퀴즈 형식이라 게임하는 것 같은데, 주간 진척도에 따라 경험치(XP) 환산으로 리그별 리더보드 경쟁도 하게 해 놔서 정말 무슨 '캔디 크러시' 시리즈 하는 느낌으로 공부할 수 있게 해 놓은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경쟁에 연연하지 않고 '마이 페이스'로 이용하셔도 전혀 무방합니다.) 어학연수도 갔다 오며 공부했던 베트남어를 간만에 복습하는 입장에서는, 꽤 빡빡하게 표준 문법을 지키면서도, 동시에 생각보다 자연스러운 표현법들을 살리려는 시도가 보여서, 외국어 첫 단추 끼우기 정말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각 레슨을 뜯어보면 듣기 세션이 굉장히 많고, 심지어 읽고 번역하는 구간에서도 배우는 언어의 경우 음성 출력이 되기 때문에 리스닝 훈련에도 도움이 꽤 많이 됩니다. 심지어 서비스 메인 언어인 서유럽어를 공부하다 보면, 키보드 타이핑이 아니라 마이크를 통해 직접 말하여 녹음하는 문제들도 나오고요. 베트남어처럼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한 언어들의 경우에도 일부 문제에서 마이크 기능을 제한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상황이라, 나중엔 전체 언어로 확대되겠구나 하는 기대감도 있습니다. 듣기, 읽기, 쓰기에 더해 말하기까지 커버가 된다면 정말 더할 나위 없는 최강의 공부법이 되지 않을까 해요.
시간과 에너지야 해결 됐지만, 금전적으로는 어떨까요? 다행히도 듀오링고 본판은 완전 무료입니다. 마치 퍼즐 게임처럼 최대 다섯 번의 오답까지 용인이 되는 5개의 하트를 가지고 퀴즈를 풀면 되는데요. 레슨을 한 번 완료할 때마다 기본적으로 15초가량의 광고를 시청해야 하기에, 광고 기반의 수익 구조를 가진 서비스를 극도로 싫어하시는 분들이라면 아마 불쾌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여러 F2P 게임들로 원체 단련이 되어 있어서 불편함은 아예 못 느꼈네요. 지금도 '고양이와 스프'라던가, '드래곤 꺼어억' 같은 국내 개발 모바일 게임들도 하고 있다 보니, 되려 '매 번 30초짜리가 아니고 거의 15초 광고 나오는 게 어디야' 하면서 비교적으로 굉장히 긍정적인 체감입니다. 🤣
문제를 틀려서 하트를 잃어도 4시간마다 1개씩 자동으로 복구되기도 하고, 특히 그냥 다시 채울 수 있는 복습 레슨을 플레이하면 되니까, 개인적으론 반복 학습도 되고 여러모로 일석이조 아닌가 싶었고... 광고가 정말 질색이라면 연간 8만 원이 넘는 슈퍼 듀오링고(Super Duolingo) 플랜이나, OTT들처럼 여러 명이서 함께 사용해 이보단 상대적으로 저렴한 듀오링고 패밀리 플랜(Family Plan)을 이용하시면 되겠습니다만, 저는 '굳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고요. 기본적으로 앱을 꾸준히 이용하기만 하면 재화를 계속 지급해 주기 때문에, 사용에 제약이 거의 없습니다.
앱 사용을 위해 기본적으론 위성 데이터든, 와이파이든 인터넷 연결이 필요하지만, 최초 사용한 이후에 일정 구간은 인터넷 연결 없이도 학습 가능합니다. (저는 비행기에서 영화 보고 놀다가 끝끝내 할 거 없어서 듀오링고로 레슨 밀기도 했네요. 😂) PC에서 웹 환경으로 이용할 수도 있지만, 외국어 IME 설정을 하니 뭐 하니 하면서 피곤한 게 너무 많기도 하고, 컴퓨터는 아무래도 물리적, 시공간적인 제약이 너무 커서 폰이나 태블릿 등 모바일 디바이스로 공부하는 게 훨씬 편합니다. 무엇보다 모바일에서는 타이핑하는 수고를 조금이나마 줄여 주는 자동 완성 기능이 있기에, 특히 받아쓰기 문제가 나왔을 때 좀 더 편하게 진행할 수 있어서 좋았네요. 직접 타자로 치는 게 학습 효과가 더 좋지 않냐고 물어보실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론 차이를 크게 체감하긴 힘들었고, 어차피 직접 받아쓰지 않아도 되는 문제들이 더 많아서 애초에 크게 영향은 없습니다.
듀오링고보다 더 좋은 앱 찾으시면 제발 저도 좀 알려주세요.
그래서 개인적인 평가를 요약하자면 "시간·공간적인 제약도 없고, 스마트폰만 있으면 무료로, 간단하게 공부할 수 있는 데다가, 무엇보다도 부담감 없이 가볍게 즐기면서, 재미있게 꾸준히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 가능한 놀라운 서비스"라고 할 수 있겠네요. 간간히 뜨는 광고에 큰 반감이 없고, 유일한 단점인 '영어를 어느 정도 구사하여야 한다'는 점만 만족하신다면, 언어 공부를 시작하는 데 현 시점 기준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찾기 힘들 것 같습니다. (찾으셨으면 제발 저도 좀 알려 주세요. 😂) 외국어 공부는 하고 싶은데, 여러 제약으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제대로 출발선도 못 끊고 계시다면, 듀오링고 꼭 한 번 찾아 보시라고 적극 추천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