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
'프로스트펑크'(Frostpunk)는 독특하게도 도시 경영 시뮬레이션의 모습을 한 생존 게임으로, '디스 워 오브 마인'(This War of Mine)으로 유명한 폴란드 소재 개발사인 11 Bit Studios의 작품입니다. 얼마 전 후속작의 CBT 리뷰를 하기도 했던, 바로 그 모태가 되는 게임인데요.
프로스트펑크 2 베타 테스트 후기: 더 거대해진 도시국가 경영 & 생존 시뮬레이션
베타 테스트로 먼저 만나 본 프로스트펑크 2 2018년 등장해 각종 게임 관련 시상을 휩쓸었던 전작의 뒤를 잇는, 프로스트펑크 2의 베타 테스트가 열렸습니다. 모든 게이머들에게 제공되는 기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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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시작하기 앞서, 과거 공식 업데이트 전부터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는 게임에서 양질의 번역을 누릴 수 있게 해 준 스팀 그룹 '프로스트 펑크 비공식 한글화 작업반' 참가자 및 공개 번역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프로스트펑크 역시 텍스트가 많고 내용 면에서 그 비중이 높은 편인데, 이를 영어 등 다른 언어로 전부 읽어야 했다면 피로도가 굉장했을 겁니다. 솔직히 수년간 생각날 때마다 반복적으로 프로스트펑크를 플레이하고 있지만, 공식 한역이 엉성한 부분이 많다 보니 가끔은 유저 그룹 한글화 작업이 그립기도 하네요.
Steam Community :: Group :: 프로스트 펑크 비공식 한글화 작업반
프로스트 펑크 한글화 관련 그룹입니다. 한글화 관련 피드백은 토론으로 가서 적어주세요. 한글화 패치 내용은 공지를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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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이 리뷰는, 주로 2018년 여름 ~ 가을 사이 집중되어 있는 다른 이들의 리뷰가 게임 플레이 자체에 대한 총평에 집중하고 있었고, 같은 해 겨울부터 이후 작성된 글들의 경우 주로 기술적인 시나리오의 공략을 위주로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였기 때문에, 관점을 살짝 틀어서 궤를 달리 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작성 됐습니다.
혹독한 것은 아포칼립스 세계관만이 아니었다.
프로스트펑크는 처음 접한 이들에게 (개인의 적응력과 실력이 어쨌든 간에, 일단은 진행이 가능한 다른 경영 시뮬레이션들에 비하자면) 게임 속 빙하기만큼이나 냉혹한 난이도를 뽐냅니다. 따로 튜토리얼이 없으며, 처음 제공되는 대로 시나리오를 시작하면 단계마다 계속해서 뜨는 왼쪽 상단의 작은 도움말, 그리고 생존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메인·서브 퀘스트 이외에 전반적인 운영법을 포함한 모든 게임의 요소들은 직접 체득하며 배우는 수밖에 없죠.
이는 많은 이들에게, 게임에 익숙해지는 것에 있어 1차적인 문제로 다가옵니다. 최근의 플레이어들 중 상당수는 튜토리얼이 없는 불친절함, 그리고 뒤따르는 빈번한 실패(배드 엔딩)에 호의적이지 않죠. 특히 실패 직전으로 바로 돌아가 부드러운 클리어가 가능한, 예컨대 '툼 레이더' 리부트 시리즈와 같은 타 시뮬레이션 게임과 달리, 실패의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여 그 이전 단계로 돌아가 해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영 시뮬레이션의 경우 이것이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몇 번 해봐도 자꾸 망하니 마냥 허탈함에 스팀 환불 각을 재게 되는 거죠.
그리고 이를 통해 등장하는 부차적인,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바로 플레이어가 타인의 공략을 적극적으로 참고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인터넷이 활기를 띠게 된 이래로 지금만큼 게임 공략을 쉽게 찾을 수 있었던 적이 없었죠. 거대해진 게임 커뮤니티에서, 특히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을 위시한 수많은 리뷰어들이 생산해 내는 각종 후기와 공략 글, 영상을 다양한 매체와 플랫폼에서 찾아볼 수 있고, 이는 <프로스트펑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여타 시나리오 중심의 게임들과 경영 시뮬레이션들처럼, 프로스트펑크 역시 랜덤 이벤트는 굉장히 제한적인 반면, 엄밀히 따져 클리어에 유리한 맞춤형 빌드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하는데, 이미 다른 이들이 제시한 최적의 플레이를 알게 되는 순간 플레이 타임이 급격하게 줄어들며, 시행착오 과정에서 게이머가 느꼈어야 할 성취감을 깎아먹는 부작용이 필연적으로 따라온다는 거죠. 스토리 중심의 게임인 만큼, 한 번 엔딩을 본 시나리오에 대한 피로도 역시 존재하기 때문에 다회차 플레이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는 게임인 것도 이런 문제가 더욱 크게 작용하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이를 방증하듯 <프로스트펑크>에 대한 부정적인 유저 평가 중 꽤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게임 가격에 비해 분량이 너무 적다"라는 의견입니다. 이는 다수의 무료 업데이트를 통한 시나리오와 무한 모드, 서브 퀘스트와 도시 꾸미기 요소 등 콘텐츠의 추가로 꽤나 많이 개선되었고, 11 Bit Studios에서 약속했던 것과 같이 이후 추가적인 DLC의 발매 등으로 거의 해소가 되기는 했습니다.
물론 이후에도 계속해서 분량에 대한 불만은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었지만, 개인적으론 이러한 주장을 하는 게이머들을 '경쟁적이고 분석적인 플레이에 특화된 이'와 '타인의 게임 공략을 참고한 채로 게임을 하는 이'의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전자에 해당하는 사람이라면 실제로 게임의 숙지에 걸리는 시간이 길지 않아 금방 클리어가 가능한 만큼 단순히 게임을 잘못 고른, 운이 나쁜 케이스라고 생각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는 데 있어 '불필요한 간섭'을 받지는 않았는지 한 번쯤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요.
게임뿐만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 등 다른 문화 콘텐츠 리뷰에서도 종종 언급하긴 합니다만, 제가 스토리 중심의 게임을 할 때 가장 피하는 것이 바로 스포일러입니다. 결국 게임은 직접 플레이하면서 그 내용 및 과정을 최대한 즐기기 위한 수단이자 작품이고, 특히 경쟁적인 요소가 적거나 아예 없는 싱글 플레이 게임의 경우 가능하다면 게임이 제공하는 경험을 제삼자의 개입 없이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점이 '프로스트펑크'를 재밌는 게임으로 만드는가?
그래서 저는 프로스트펑크를, 플레이어 간 대전이나 랭킹 경쟁 등이 가능한 RTS나 RPG 등의 장르가 아니기에, 분석적으로 플레이하는 것보다는 게임 그 자체를 즐기는 것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물론 이 때문에 초반부 진행에 있어 깨나 어려움을 겪었고 실패 화면 역시 자주 마주하게 되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만족스럽게 오랜 기간 게임을 할 수 있었는데요. 이런 개인적인 기준에 따라 프로스트펑크의 주요 재미 요소를 꼽아 본다면 아래와 같았습니다.
1. 잘 짜인 스토리와 눈이 즐거운 아트, 그리고 심장을 찌르는 듯한 음악
첫 메인 시나리오만 끝까지 마치면 아마 대부분은 공감하시리라 믿습니다. 감정 이입이 쉽고 게임 내용에 몰두하기 쉬운 것이 프로스트펑크의 최대 강점이 아닐까 해요.
2. 전략적이고 유동적인 플레이를 요구하는 심시티
전반적으로 건물의 종류는 많지 않고, 일부 시설물의 위치가 고정되어 있는 만큼 한 번 익숙해지면 쉽고, 특히 다른 City Builder류 게임들에 비해 캐주얼한 수준이에요. 하지만 누적된 선택지들이 스노우볼이 되어 도시의 흥망을 결정짓기 때문에 나름의 고려가 필요합니다. 건물 자체를 짓고 운영하는 것 자체는 쉽지만, 이를 통해 달성해야 하는 목표들이 까다롭다고 보시면 될 것 같네요.
3. 반복된 실패를 경험하면서 도시 운영상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
법안이나 연구 시스템은 처음부터 쉽게 최적의 트리를 알기 힘든 만큼 연구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또한 초보자는 예측이 힘든 불만·희망 게이지 역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데요. 여러 번 플레이하면서 시스템에 익숙해진다면 크게 어려움으로 작용하진 않습니다만, 초심자의 경우엔 무시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프로스트펑크를 계속하다 보면 플레이어의 실패 역시 게임의 한 부분으로 비중 있게 다루어진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요. 배드 엔딩까지도 상황별로 다양하게 제시되어 있어 나름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고요. 또한 쉴 새 없이 주어지는 거주민들의 요구를 때로는 거절하기도, 때로는 들어주기로 했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아 약속을 지키지 못하기도 하는데, 이는 불행을 높이고 희망을 낮추는 데 큰 영향을 끼치면서 게임의 난이도 전반에 직접적으로 작용합니다. 시나리오의 메인 퀘스트에 있어서도 생존에 직결되는 항목들을 우선적으로 달성하면 이외에 누군가를 돕거나, 다른 이와 화합하는 등 부차적인 항목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생존 달성이 가능하지만 엔딩에 노출되는 문구들이 전혀 다른 식이죠.
제작사의 또 다른 유명 전작인 '디스 워 오브 마인'에서도 그랬듯이, 프로스트펑크는 우리에게 극단적인 상황에 놓인 평범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존을 최우선으로 하여 어떤 일이라도 감수할 것인가, 아니면 지켜야 할 인간성의 가치 안에서 타협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집니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생존을 위해 기존의 모든 가치관을 버리는 것을 인간성에 대한 실패로, 반대로 인간의 도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다 살아남지 못하는 것을 생존의 실패로 이해할 수 있죠. 그리고 이러한 '실패로의 경향성'은 특히 난이도가 높을수록, 두 가지 가치 중 하나를 필연적으로 버려야 할 때 쉽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결국 실패 역시 게임의 일부이며, 이를 받아들이는 것 또한 내용적인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사실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실패를 게임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 대단히 어려운 것이 사실이죠. 하지만 한 발짝 물러서서 느긋하게 플레이하고, 실패에 조금 더 관대해진다면 게임이 조금 더 즐거워지지 않을까 해요.
항상 그렇듯이 '게임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이는 리뷰 작성자뿐만 아니라 글을 읽는 독자 역시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죠. 제 의견 역시 어디까지나 사견이고 주관일 뿐이며, 참고용 게시물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할 것입니다. (물론 그래야만 하고요.) 다만 앞서 언급했듯이, 게임의 내용 측면에 좀 더 초점을 맞춘다면, 어떤 게임을 하든 간에 '공략을 참고하더라도 게임 플레이의 즐거움을 앗아가지 않을 정도'의 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