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평 요약 : 7.5/10, 추천!
드림웍스 대표 프랜차이즈가 된 '쿵푸팬더'의 네 번째 영화 타이틀. 딱 예상한 만큼의 액션과 코미디를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영화로, 기대가 컸다면 생각보다 만족도가 낮을 수도. 하지만 변화를 받아들이고,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포와 젠의 여정에는 전작들 못지않은 감동이 있어요.
이미 완성된 영웅, '용의 전사' 포의 은퇴기
개봉 열흘째 굳건히 국내 관람객 1위를 지키고 있는 '쿵푸팬더 4'를 보고 왔습니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는 '슈렉'과 '드래곤 길들이기' 이후 최고의 IP로, 드림웍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간판스타 아닐까 하는데요. 이번 4를 보면서도 '역시 재밌다'라는 감상과 함께, '쿵푸팬더' 시리즈의 끝을 보는 듯하여 어딘가 섭섭하기도 했네요.
4편의 스토리는 놀랍도록 정직합니다. 여러 해를 중국 및 전 세계를 거닐며 해결사 영웅 역할을 하던 주인공 '포'가, 스승 '시푸'의 지시처럼 '용의 전사' 칭호를 물려받을 제자를 선택해야 하지만, 이를 달갑지 않아 하며 대신 세상을 또 한 번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마지막 여정"을 떠나며 겪는 일들을 그려내는 애니메이션인데요. 고대의 마법을 익혀 변신술을 포함해 다양하고 위험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음지의 여제 '카멜레온'의 계략을 막고자, 마찬가지로 뒷골목을 떠돌던 꼬마 여우 '젠'과 함께 대도시인 주니퍼 시로 떠나 악의 세력에 맞서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죠. 예매 전에 예고편을 보셨거나, 하다 못해 각 포털에서 줄거리 개요라도 간단히 읽어 보셨다면, 이미 내용의 70% 이상은 이해하고 보러 가시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관객이 쉽게 할 수 있는 예상 밖의 스토리는 없기 때문에, 아주 쩌는(?) 시나리오를 기대하고 가셨다면 약간 실망하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면의 평화, 그리고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뜻깊은 모험
하지만 4편 자체를 도매금으로 넘겨 완전히 실망스럽게 바라보기엔 뭔가 아쉽습니다. 우선 영화 자체가 여전히 즐겁기 때문인데요. "전작들과 대체로 비슷한 수준이다"라는 평가는, 적어도 '쿵푸팬더' 시리즈에서는 혹평이 되기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애니메이션이긴 하지만) 나름 시원한 무술 액션에, 잭 블랙의 입담을 토대로 한 깨알 코미디를 장착하고 있고, 전반적으론 (아주 충격적인 반전이나 색다른 요소들은 없었지만) 적어도 몰입이 깨지는 일은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요. 신선한 영화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관람 시간 내내 지루해지는 일은 없었습니다.
외향적으로 더 화려한 대신, 전편들과 비교해 장점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주인공 포와 각 인물들이 각자의 내면을 탐색하고, 자신을 가두는 현실의 껍데기를 벗어던지면서 변화를 받아들이고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는 여정을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해요. 그렇다 보니 영화를 보기 전 팁이 있다면, 캐릭터를 하나하나 뜯어보고 관객으로서 자신이 원하는 역할이 부여되도록 기대하기보다는 주인공인 포의 입장에 몰입해 보는 것이 공감하기 더 쉬울 것 같다는 감상을 미리 전달드립니다. 줄거리를 냉정하게 바라본다면 젠이나 카멜레온 등 새로 등장한 조연들의 서사가 약한 것도 분명 사실이지만, 일부 국내·외 리뷰어나 네티즌들과 같이 캐릭터성에 지나치게 몰두하거나, 무협의 세계에 지나치게 과몰입하진 않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영화에서 포는 쿵푸 마스터로서 인생의 황금기를 보내고 있기에, 도입부부터 대놓고 변화를 꺼리죠. 시푸의 조언과 지시를 전혀 받아들이지 못하고, "내면의 평화"를 전혀 찾지 못하며 마침 상황적으로 편리하게 들이닥친 세상의 위기에 편승해 또 한 번 도망치듯 모험에 나섭니다. 한편, 도둑질을 하다가 그에게 제압당하고 감옥에 갇혔지만, 세상에 다시 등장했다는 "타이렁"의 실제 정체를 알려주겠다며, 길잡이를 자처해 그를 여정에 꾀어내는 젠 역시, 뒷골목의 비열한 군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포를 배신하고, 이후 눈앞에 펼쳐지는 결과에 후회하며 반성합니다. 이들은 각자 자신이 처해 있는 익숙한 현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부여한 정체성에 갇혀 고뇌하고 힘들어 하지만, 여행을 통해 서로에게 배우고, 또 친구로서 나누는 우정과 신의를 통해 변화를 몸소 느끼며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 종국에는 더 나은 자신으로서 성장하게 됩니다. 전투 능력은 떨어지지만, 이들의 뒤에서 든든한 우군이 되어주며 훈훈한 가족애를 더해 주는 포의 두 아버지 '핑'과 '리' 역시 마찬가지고요.
이들의 완전한 대척점에 있는 것은 바로 악역의 카멜레온인데요. 어릴 적 쿵푸에 적합하지 않다는 신체적 평가로 도장 입문조차 깡그리 거절당한 그녀는, 그 원한으로 대신 대마법사가 되어 주니퍼 시의 지하 세계를 쥐어 잡고 말 그대로 어둠의 실력자가 됩니다. (TV 애니메이션 시리즈인 '쿵푸팬더: 용의 기사'의 악역인 '베루카'가 자동으로 떠오르는 콘셉트죠.) 고대의 마법을 섭렵한 그녀의 주특기는 그 이름에서부터 추측할 수 있듯이 변신인데요. 자유자재로 다른 이들의 형상을 취하는 것은 물론, 자신이 터치한 이의 영혼적 능력을 차지하는 스킬까지 겸비하고 있어, 우그웨이가 포에게 넘겨준 지혜의 지팡이를 차지한 뒤로는 자신의 쿵푸 수련 공백을 대신 영혼계에 있는 대사부들과 악당들의 능력을 모조리 취하면서, 시리즈 통틀어 최악의 위험인물이 됩니다. 본인의 능력을 토대로 변화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카멜레온은, 자신의 기량을 한껏 발휘하면서 포와 친구들을 거의 벼랑 끝까지 좌절시키기도 하죠.
하지만 그녀의 변신에는 맹점이 있었으니, 바로 아무리 타인의 자질을 능수능란하게 훔쳐 쓸 수 있더라도, 정작 그녀의 사악한 내면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죠. 결국 카멜레온은, 반대로 외모나 스킬 측면에서는 크게 발전하지 않지만, 서로 돕고 도우며, 주변과 자신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더욱 성숙하게 되는 포와 젠의 손에 쓰러져 영혼계로 추방당하고 맙니다. 스토리 상에서 그녀의 존재가 포와 젠이 내면 성찰을 통해 성장하는 가장 큰 촉매가 되는 만큼, (비록 쿵푸 고수들의 능력을 위시했음에도 꽤 싱겁게 리타이어 당하면서 임팩트가 부족했지만) 빌런으로서 카멜레온의 역할이 어중간했다는 일부 리뷰어들에 동의하기는 힘들었네요. 여성 최종 보스라는 이유로 "메리 수 아니냐"는 평가를 하시는 분들은 도대체 같은 영화를 본 것인지 궁금할 지경이기도 하고요. 타이렁을 비롯한 이전 빌런들의 역할이 제한적인 것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지만, 작중 전달하는 이야기와 관계없이 이에 지나치게 기대하고 과몰입한 것은 (앞에서 미리 얘기한 것처럼) 일부 관람객의 잘못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박수 칠 때 좋은 마무리로 잘 떠나는 '쿵푸팬더'
드림웍스는 역시 가장 잘 나가던 '슈렉' 프랜차이즈를 4편째에 보내 주었던 전력이 있죠. 이미 완성된 용의 전사인 포가, 정신적인 성장을 이루며 후계를 정하고 우그웨이와 같은 정신적 지주로 일선 후퇴하게 되는 내용적인 측면을 고려해 본다면 영화로서의 '쿵푸팬더' 역시 이번 편으로 일단은 매듭을 지었다는 평가입니다. 5편은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라는 루머도 있고, 팬들의 기대도 큰 상태이지만 아직까지는 후속작에 대한 오피셜이 없기도 하고요. 내용적으로도 지금까지와 같이 포가 주인공으로 중심에 있는 영화로 나오기는 힘들지 않을까 합니다. 이래저래 아쉽기는 하지만, 팬들 입장에서도 시리즈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진 만큼, 적절한 타이밍에 마무리를 잘 짓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2025년에 '슈렉'이 다섯 번째 영화로 돌아오는 것처럼, 또 언제 돌아오게 될지 누가 알겠습니까만은, 당장은 포와 친구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보내줄 수 있는 즐거운 작품이 아니었나 합니다.
P.S.
'쿵푸팬더 4'에는 별도의 쿠키가 없습니다. 대신 엔딩 크레딧과 함께 나오는 Tenacious D의 매력적인 'Baby One More Time' 커버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