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평 요약 : 8/10, 매우 추천!
중국의 SF 소설가 류츠신이 지은 동명의 3부작 소설을 기반으로,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 제작진이 만든 Sci-Fi 장편의 첫 시즌. 세 개의 태양이 있는, 불모지에 가까운 행성에서 고도로 발전해 온 삼체(三体, San-ti; Three-Body)인들의 지구 침공을 앞두고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을 담아내는 드라마. 매력적이고 탄탄한 스토리를 가진 원작의 장점을, 상상력을 총동원한듯한 블록버스터급 CG로 최대한 살려내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하는 것이 특징.
아날로그 명작을 재료로 다시 빚어낸 디지털 수작
이번에 넷플릭스에서 새로 공개한 드라마 '삼체'는, 2015년 아시아인 최초로 작가 류츠신(刘慈欣)이 휴고상을 수상하게 해 준 동명의 장편 소설을 기반으로 하는 공상과학 드라마로, 공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아주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원작이 있는 Sci-Fi이다 보니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선행 학습 없이 보아도 재밌기에 딱히 추천하지는 않지만, 궁금하신 분들이 계실 것 같아 나무위키의 원작 스토리 요약의 링크를 함께 남깁니다. 생략이 된 디테일이 많아, 스포일러에 약하신 분이 아니라면 미리 읽어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네요.
드라마 '삼체'는, 튼튼한 과학적 배경을 기반으로 하는 작품임에도 생각보다 내용은 단순한 편이기에, 별도의 고급 지식 없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입니다. 문화대혁명 당시, "반동적"인 교육을 행했다며 홍위병들에게 인민재판을 당한 끝에 죽임을 당한, 물리학자이자 교수인 아버지 예저타이를 잃은 물리학 영재 예원제가, 궂은 노역 살이로 떠돌던 끝에 미국의 SETI와 유사한 중공의 비밀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됩니다. 한 개인으로서는 겪을 수 있는 거의 최대한의 불행을, 주변인들과 인민들 때문에 겪게 된 그녀이기에, 당연히 정신적으로 건강할 리가 없을 것이고, 인류에 대한 희망을 가져야 할 이유도 없었겠죠. 여기에서 일하던 중, 놀랍게도 자신들의 전파를 수신하여 답신을 보낸, 태양이 3개인 행성의 고도로 발전한 문명 출신 아무개의 "회신하지 말라"는 경고를 무시하고, 인류는 갱생의 여지가 없다며 지구의 좌표를 공개해 버리는데요. 불안정하여 멸망의 가능성이 높은 자신들의 행성을 떠나 새로 터전으로 삼을 곳을 찾던 외계의 삼체인들은 이 정보를 토대로 수 천대의 전투선이자 이민선을 광속의 1% 속력으로 보내고, 자신들이 최종적으로 도착하는 400년 뒤의 시점에 지구인들이 축적한 기술력으로 반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양성자를 이용해 만든 극초소형의 인공지능 슈퍼 컴퓨터인 지자(智者; Sophon) 둘을 보내 전 인류를 견제합니다. 이를 토대로 벌어지는 다양한 (그리고 종종 현대 인류로서는 불가능해 보이는) 사건들을 주요 등장인물들 위주로 그려 내는 것이 '삼체'의 핵심 줄거리입니다.
첫 시즌도 재미있지만, 그다음이 더더욱 기대되는 작품
이번에 공개된 각 1시간 남짓의 8개 화는 거의 원작의 초반부인 1부 정도만을 커버하고 있는데요. 소설을 읽어 보셨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위에 링크로 공유드렸던 내용 요약 정도만 보신 분들도 드라마의 시즌 1에서의 스토리는 상대적으로 협소한, 현대의 지구적 눈높이를 다루고 있다는 것을 쉽게 파악하실 수 있을 겁니다. 앞으로도 밝혀져야 하는 내용들이 첩첩산중으로, 거대한 세계관의 소설을 토대로 하고 있기 때문에 2부, 3부로 갈수록 우주적인 스케일의 시즌이 나오게 될 것은 거의 자명하다고 보아야 하겠습니다. 참고로 넷플릭스에서는 속편 제작을 두고 공식적인 언급이 없었지만, '삼체'의 실적이 워낙 좋기도 하고, 제작진 역시 긍정적이기에, 원작 내용도 한참 남았겠다, 별 일이 없다면 추가 시즌은 거의 예정된 수순이 아닐까 해요.
물론, 단순히 시즌 1만 두고 보더라도 높은 완성도의 시나리오, 각 배우의 현실감 넘치는 연기 덕에 굉장한 몰입감으로 즐겁게 볼 수 있습니다. 사실 그렇기에 그다음이 더욱 기다려지는 거겠죠. 인류 문명의 과학 수준, 인간의 인지 능력 바깥에 있어 궁금증을 유발하는 각종 미스터리를, 풍부한 물리학적 상상력을 이용해 이성의 영역으로 끌어 와서 설명해 주는 동시에, 이를 스토리에서 능수능란하게 활용하여 다음 화, 다음 시즌의 이야기가 너무나도 궁금하게 만들고 있는 작품입니다. 평상시에 코스믹 호러, 스페이스 오페라 등의 Sci-Fi를 즐기시는 분, 치열한 두뇌 싸움의 미스터리 장르를 즐기시는 분, 극한의 역경 앞에서 굴하지 않는 인간 드라마를 좋아하시는 분 등 모두가 감명 깊게 볼 수 있는 드라마가 아닐까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