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평 요약 : 9/10, 강력 추천!
사이비 교주에게 납치당해 15년을 지하 벙커에 감금당했다 세상에 나온 29세 여성 키미가 내면의 힘으로 주변과 세상을 바꾸어 가는 마법과 같은 이야기. 룸메이트 타이투스, 집주인 릴리안, 부잣집 마님 재클린, 이 외에도 수많은 인물들과 만들어 가는, 너무나도 황당하고 코믹한 좌충우돌 우당탕 쿠당탕 에피소드들이 매력적이고, 동시에 마음을 치유해 주는 따뜻함이 좋은 드라마. 넷플릭스의 대표적인 여성 서사/다양성 콘텐츠이니만큼, 포용력이 낮은 이에게는 추천하지 않아요.
'꺾이지 않는 마음'을 가진 키미 이야기
'언브레이커블 키미 슈미트'는 2015년부터 시작된 시리즈 드라마로 최신 작품은 아닙니다만, 넷플릭스 최고 인기작 중 하나로 지속적으로 시청되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가 아닐까 해요. 작가이자 프로듀서이고, 배우이기도 한 티나 페이(Tina Fey)가 넷플릭스의 손을 잡고 만든 드라마이고, 총 4개 시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장기간의 인기를 증명하듯, 완결 이후 2년이나 지난 2020년에는 별도의 인터랙티브 무비인 '언브레이커블 키미 슈미트: 키미 대 교주'가 나오기도 했고요.
일단 가장 굵직한 스토리라인은 키미가 벙커에서 해방되어 현대 뉴욕의 어반 라이프에 적응해 가며 일어나는 일들, 키미와 다른 두더지 여인들(Indiana Mole Women)을 납치해 감금했던 교주 리처드 웨인 게리 웨인의 재판이 시작되며 그에게 응당 필요한 징벌을 내리는 과정, 그리고 키미가 주변인들과 함께 각자 스스로를 찾고, 미래를 그려 나가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장장 15년을 세상이 멸망했다고 세뇌시키는 사이비 교주의 벙커 안에 갇혀 보냈지만, 키미는 마냥 피해자다움에만 매몰되어 있지도, 움츠러들거나 억울해하기만 하지도 않습니다. 도리어 그간 해 보지 못했던 수많은 것들에 새로 도전하고, 또 즐기면서 하루하루 너무나 밝고 쾌활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시작점은 물론이거니와, 키미의 이런 여정에서 어려움은 항시 발목을 잡지만, 그녀는 결코 물러서거나 멈추지 않습니다. 따뜻한 성격에서 발원하는 스스로의 힘, 그리고 그녀와 서로 돕고 돕는 주변인들의 힘으로 함께 역경을 헤쳐 나가고 행복을 쟁취하게 되죠.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판타지에 한 발은 걸쳤다 싶을 정도로 다소 익살스러운 점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키미와 이들이 본인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과정은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특히 주인공 키미를 포함해 모든 인물들이 굉장한 결함을 가지고 있는, 모난 캐릭터들이기 때문에 더욱 두드러지는데요. 이들은 때론 각고의 노력으로 자신의 결점을 메꾸거나, 때론 이를 인정하는 동시에 또 다른 장점으로 상쇄하는 등의 방식으로 직접 현재를 이겨내고 미래를 만들어 갑니다.
사회의 모든 통념에 태클을 거는 사이다 드라마
하지만 메인 스토리라인으로만 '키미 슈미트'를 정의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키미의 삶에 꼬여 드는(?) 굉장히 다양한 캐릭터, 특이한 배경과 설정의 인물들이 만들어 가는 에피소드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인데요. 이들은 정말 다양한 이유로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고, 보통 이를 모두 해결하는 것은 거의 7할이 키미의 몫이 되죠. 꽤 가벼운 에피소드들도 있지만, 반대로 굉장히 진중하고 의미가 큰 내용들도 함께 있어서 매 편마다 결코 흘려 넘기기는 쉽지 않습니다. 사회적 문제에 대한 지적에 아예 거침이 없어, 인종 차별, 성과 젠더 차별, LGBTQ 등 다양성, 빈부 격차와 젠트리피케이션, 모자란 부모와 가정사 등 (미국을 중심으로) 현대 사회에서 해결이 어렵거나 쉬쉬 되고 있는 터부들을 줄줄이 끌어내 깨 부숩니다. 사회의 결함과 부당함에 대해 이를 갈고, 소외된 이들, 소수자들에 공감하고 계셨던 분들에게는 이보다 시원한 드라마를 찾기가 어려우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키미 슈미트'에서도 이런 사회적 문제를 모두 해결해 유토피아를 만들어 내지는 못 합니다. 드라마 속에서 부자들은 여전히 자기중심적이고 착취적이며, 사악한 이들은 끊임없이 사악하고, 개개인들은 모두 날이 서 있고 타인을 이해하려 하지 않아 이기적인 싸움을 일삼죠. 대신 드라마에서는 키미와 중심인물들을 통해, 일종의 마음의 안식처를 제공한다고 보는 게 좀 더 타당한 이야기일 것 같습니다. 이들은 자기 자신을 돌보고, 또 주변에 긍정적인, 선한 영향력을 선사할 수 있을 정도로 인간적으로 성장하게 되고요.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수준의 경제적인 성공, 성숙해진 내면을 일구게 되면서 거의 모두가 해피 엔딩을 맞이합니다. 쇼 자체가 단순히 통념에 들이받는 사회 고발적 프로그램이 아닌, 모두를 돕고자 하는 키미의 따스한 마음으로 지친 현대인 관객을 위로해 주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마치 '영혼을 위한 치킨 수프' 같은 느낌의 드라마, 아무리 암울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재치 있는 농담과 함께 따뜻한 위로를 건네줄 수 있는, 언제나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친구와도 같은 느낌의 드라마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