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평 요약 : 6.5/10, 추천!
분명 최근에 나왔음에도 요즘은 꽤 찾기 힘든, 어릴 적 교육 방송이나 애니 전문 채널에서 보던 애니메이션에서나 느낄 수 있었던 소년 만화 감성이 듬뿍 느껴지는 작품. 꿈과 우정, 사랑, 희망 등 따뜻한 주제를 다소 황당한 마계라는 설정으로 다루며, 중간중간 치고 들어오는 유머가 즐거운 애니메이션.
요즘 찾기 힘든 소년 만화 감성의 '이루마군'
90년대 후반 ~ 2000년대 초반을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학생으로 보내셨던, 말하자면 밀레니얼 끝무렵과 Gen Z 초반부에 걸쳐 계신 분들이라면 그 시절 공중파, 케이블 할 것 없이 모든 채널들에서 방영되던 일본 애니메이션들을 관통하던 특유의 느낌을 기억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당연히 수위가 높은 작품은 거의 방영되지 못했고, 애니메이션 자체가 애초에 어린이를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 컸기 때문에 대부분 초중교 학생 타깃의 아동, 소년 작품이 오후나 저녁 시간대에 방영되었죠. 최근에는 저변이 넓어져서 방송국을 타지 않아도 OTT나 극장가에서도 더욱 쉽게 일본 애니메이션을 만날 수 있게 되었지만, 시대가 변하고 트렌드가 바뀌면서 예전과 같은 감성의 애니메이션을 찾아보기가 굉장히 어려워졌습니다. 최근 애니메이션들은 대부분 아동을 고려하지도 않고, 무엇보다 연령가 대비해서도 과거에 비해 훨씬 더 자극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요.
이런 대세 기조에 아쉬움을 느끼고 계셨다면, 이번에 들고 온 '마계학교 이루마군'이 향수를 어느 정도는 다독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루마군'의 줄거리는 굉장히 단순하고 선형적인데요. 망나니 같은 부모 밑에서 기초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부모 대신 돈을 벌어 왔지만 항상 밝고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은 전형적인 선한 주인공 상의 이루마가, 종국에는 부모에 의해 고위 악마인 설리번에게 팔려 가면서 겪게 되는 일들을 그려 가고 있습니다. 무서웠던 첫인상과는 달리, 그저 남들처럼 챙겨 주고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아갈 손주가 가지고 싶었던, 반전 매력을 가진 설리번의 부탁에 응해 그의 양손자가 되어 마계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인간임이 밝혀지면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니 주의하라는 수양 할아버지와 집사 오페라의 경고를 마음에 새기면서, 마침 설리번이 이사장으로 있는 마족학교 바비루스에 들어가게 되고, 이곳에서 만나게 되는 절친 수석생 아리스, 엉뚱이 클라라를 포함해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청소년들의 학교 생활이라는, 다소 식상해질 수 있는 스토리라인은 마계라는 판타지 설정으로 180도 뒤집어서 흥미진진하게 탈바꿈시켰고, 무엇보다 마족이 아니지만 친구들과 동등한 자리에 설 수 있도록 남몰래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이루마의 고군분투가 거의 인간 승리처럼 다가와 은근히 눈을 떼기가 어렵습니다. 과거 소년 만화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꿈과 희망, 목표의 성취, 우정과 사랑 같은 주제를 두루 다루고 있고, 친구들과 서로서로 도와 가며, 마법이나 신체적 능력의 향상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성숙을 통해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을 보면서 대리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편하게 스르륵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어른의 눈높이로 12세 이용가인 '이루마군'을 본다면, 중고교생의 학교 일상에 판타지와 코미디를 섞은 만큼 다소 유치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크게 걸리지는 않는 수준이기에 충분히 추천할만하겠다 싶었습니다. 관객을 마냥 애 취급하며 낮은 완성도의 줄거리를 들이미는 작품도 아니고, 생각보다 진지한 주제들 역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성인이 보았을 때 느끼는 점도 또 다르리라는 생각이네요. 애니메이션은 현재 3기까지 나와 있고, 넷플릭스와 티빙, 왓챠, 웨이브 등 다양한 OTT 서비스를 통해 시청이 가능합니다. 현재 완결이 나지 않은 만화 '악마에 입문했습니다! 이루마 군'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만큼, 이후 최소 한 두 개 이상의 시즌이 더 있으리라는 예상도 가능하겠죠. 저는 넷플릭스에서 알고리즘 추천(코미디 + 애니메이션) 덕에 보게 되었는데, KBS Kids와 브라보키즈에서 이미 정식 라이선스로 방영된 작품이기 때문에 더빙판으로 제공되고 있었다는 점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개중엔 더빙이 몰입을 깨는 경우도 있지만, '이루마군'에서는 그런 점을 전혀 느낄 수 없을 만큼 깔끔하게 음성이 들어가 있어 좋았네요. 개인적으론 설리번 역을 맡은 민응식 님의 익숙한 진중함(WoW의 일리단 스톰레이지 VA)과 색다른 깨방정을 넘나드는 열연이 인상 깊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