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평 요약 : 7/10, 추천!
한국계 이민자 가정으로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 씨 가족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 미국과 함께 대표적인 이민국인 캐나다를 배경으로, 직접 이민 온 부모 세대와 2세대의 모습을 아주 현실적으로 그려낸 작품. 재치 있는 코미디, 가슴 따뜻해지는 가족애가 인상적.
아시아계 캐나다 이주민의 삶을 현실적으로 다룬 '김씨네 편의점'
2010년대 후반부터 코로나 시기까지, 아시아계 영화와 드라마의 약진은 과거에 비해 꽤 두드러지는 편이었습니다. 특히 K-Pop, 말 그대로 한국적인 팝 컬처가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시기였고요. 보통은 음악 쪽에서 대명사처럼 쓰이지만, 스크린 쪽에서도 많은 성과를 거두며, 각종 수상은 물론이고 관객들에게 아주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국내에서 인기리로 방영되어 해외로 그대로 송출되어 온 많은 드라마 등은 차치하더라도, 당장 생각나는 '오징어 게임', '기생충', '미나리', '헤어질 결심' 같은, 한국인들이 중심이 되어 제작해 돌풍을 일으킨 작품들은 물론이고, 해외에 있는 한국계 이민자들 역시 '파친코', '라이스보이 슬립스(Riceboy Sleeps)' 같은 영화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오늘 들고 온 '김씨네 편의점'은 한국계 이민자들이 영화·드라마계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던 동향에 거의 포문을 열었다고 볼 만큼 이미 이른 시기에 큰 인기를 구가한 작품인데요. 2016년 캐나다 CBC에서 제작되어,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총 5개 시즌 동안 방영된 드라마입니다. 공동 제작자인 인스 최(Ins Choi)의 동명의 연극이 히트를 치면서 만들어졌으며, 기본적으로 한국계 이민자 가정 및 사회를 사실적으로 그려낸 일상물이고, 중간중간 꽤 웃긴 코미디를 섞어 냈지만 자극적이지 않으며, 어쨌거나 끈끈한 가족의 유대와 사랑을 그려낸 따뜻한 드라마예요. 보통 대부분이 코카시안·유대계 백인에, 다양성을 위해 일부 흑인을 캐스팅하는 보통의 NA 권역 방송과 달리, 소수자 of 소수자인 한국/아시아에서 캐나다로 이주한 이민자 가정 2~3세 출신이라는 점이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아시안 이민자에게는 추억을 되돌아보게 만들고, 백인이나 기타 다른 커뮤니티의 관객에게는 다름을 인지하면서도 공통점을 찾도록 하는, 공감과 포용의 정서를 두드리는 작품이 아니었을까 해요.
제작진을 둘러싼 인종·성차별 잡음 등으로 아쉬웠던 끝마무리
시청자들에게 굉장한 반응을 얻으면서 순항하던 '김씨네 편의점'이었지만, 결국 종영을 맞게 된 시즌 5에 이르러서는 온갖 이슈가 드러나며 말 그대로 용두사미 엔딩을 맞게 됩니다.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결말을 맞았다거나 하는 관점이라기보다는, 좀 더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었을 텐데, 관객이 더 편한 마음으로 떠나보내 줄 수 있는 마무리가 가능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랄까요. 실제로 시즌 6까지 제작 예정이라는 이야기가 있었기에, 갑작스러운 시리즈 종료 통지로 팬들은 꽤 당황스러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대부분이 백인 남성으로 구성된 제작진의 인종(ethnicity)과 성·젠더에 대한 몰이해, 그로 인한 캐스트 멤버들과의 갈등을 시작으로, 원작자이자 공동 제작자인 인스 최가 제작진은 물론이고 주요 배우들의 연락까지 받지 않으며 일방적으로 잠적(ghosting) 하기까지 했다는 사실까지, 각종 폭로와 증언들을 보면 드라마를 계속 제작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갈등이 최고조까지 치달았고, CBC와 제작진이 제대로 해결을 보지 못했겠구나 싶어 안타깝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한 백인 캐스팅 캐릭터('섀넌')를 중심으로 한 스핀 오프 작품이나 계획하고 있었으니, 방송국 측에서는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한 꼴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실제 해당 작품은 두 개 시즌만에 빠르게 종영하며, 쇼의 인기에서 백인 캐스트 및 서사가 차지하는 바가 거의 없음을 직접 증명하게 되었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민자들이 가장 살기 좋은 나라, '미안해함'이 국민성이라는 밈(meme)이 있을 정도로 타인을 배려하고 포용하는 국가라 통하는 캐나다에서도 이런 수준의 치부가 드러날 수준이니, 아직 인류가 갈 길은 멀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비교하는 것이 우습기는 합니다만, "Black Lives Matter"와 비교해 상상 이상의 수준으로 관심을 받지 못한 "Stop Asian Hate"이 오버랩되어 보이는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니겠죠.
어쨌거나 다시 '김씨네 편의점'으로 돌아오자면, 마무리는 다소 엉성한 편이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론 신선하고 좋은 드라마였다는 감상이 듭니다. 확실히 한국계/아시아계 제작자 및 배우들의 입지가 강화되는 것에 기여하기도 했고, 이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많은 시청자에게 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어 주기도 했고요. 캐나다 자국 관객이나, 이민자 가정뿐만 아니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잔잔하고 따뜻한 작품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론 시즌 6가 사라지면서, 오히려 결말이 더 확실할 연극을 보러 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네요. 넷플릭스 구독 중이지만 아직까지 시청하지 않으신 분들께, '김씨네 편의점' 한 번 꼭 보시라고 추천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