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평 요약 : 6.5/10, 추천!
실제 전시 촬영되었던 연합군 및 추축군 영상 자료들을 토대로 엮은 2차 대전 다큐멘터리. 굉장한 현장감을 부여하는 정교한 컬러화 작업, 내레이션과 함께 전쟁의 처음부터 끝까지 전반적으로 둘러볼 수 있게 하는 친절한 스토리 라인이 특징.
컬러로 보는 인류 최대, 최악의 전쟁
'제2차 세계대전: 최전선에서'(이하 '최전선에서')는 지난 12월 7일 공개된, 따끈따끈한 신규 다큐멘터리입니다. 넷플릭스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세 번째의 컬러화된 2차 대전 다큐로, AI의 도움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한 사실감을 선보입니다. 영화 '덩케르크' 같이, 고증이 잘 된 작품을 90년대의 아날로그 TV 내지는 2000년대 초 LCD 모니터로 보는 듯한 수준으로 색채를 덧입혀 끌어 올렸달까요. 기존에도 넷플릭스에서 찾아볼 수 있던 '10대 사건으로 보는 제2차 세계대전'이나 '컬러로 보는 제2차 세계대전: 승리를 향한 여정'과 같은 컬러화의 WW2 다큐멘터리들과 비교하면 최소 동급 내지는 그 이상의 퀄리티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6부작의 다큐멘터리에서는 히틀러의 나치당이 전 유럽을 상대로 본격적인 전쟁을 시작한 폴란드 침공부터, 추축국이 몰락하고 종전이 오기까지의 총 6년 가량의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타이틀에 걸맞게 아무래도 실제 최전선에서의 촬영본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에서의 전쟁 경과가 7 ~ 8할에 달하고, 나머지 러닝 타임에 북아프리카 및 극동에서의 전쟁의 모습을 나누어 담고 있습니다. '일본을 지나치게 악마화한다'는 생각으로 피로감을 느끼는 일부 여러분에게는 나름 희소식이 아닐까 합니다. 일본 참전 용사들의 인터뷰도 담고 있고, 일제 국수주의적 시각이 남아있는 그들의 참전 당시 소감이나 허무맹랑한 프로파간다적 역사관(일본인 피에는 "무사도(武士道)"가 흐른다, 일왕가가 일본을 "2600년 동안" 지배하며 계속해서 이어져 왔다 등) 같은 것들도 별도 필터링 없이 보여주고 있으니, 일뽕이 있는 분들도 나름 즐겁게 보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2차 대전: 승자와 패자, 모두가 불행했던 제로섬 게임
'최전선에서'는 전쟁의 참혹함을 중점적으로 캐치해 냅니다. 광기의 이상에 사로잡혀, 현대 사회에서는 절대 용인되지 않을 사악한 결정과 행동들을 이어가는 전시의 비인간적인 사회, 지나간 모든 자리를 초토화시키는 전격전의 파멸적인 속성을 실제 녹화된 장면들로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물론 각종 전쟁 범죄를 일으키면서 변명의 여지가 없는 추축국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주류를 이루지만, 이런 야만적이고 강력한 적들을 상대하기 위해 그들과 똑같은 수준으로 내려앉아 싸울 수밖에 없었던, 잔혹했던 연합군 작전 등의 모습도 함께 전하고 있고요. 특히 전쟁 과정에서 고통을 겪었던 양측의 민간인들과 군인들, 희생양들의 모습을 생생히 조명하면서, 전쟁이 일어나면, 승전국·패전국 할 것 없이 대부분의 민중에게는 무의미한 죽음과 파멸 뿐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경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