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평 요약 : 6/10, 추천!
겨울철 가족과 함께 보기 좋은 따뜻하고 잔잔한 영화. 설정과 메시지, 눈물 포인트는 모두 예상 범위 내에 있고 다분히 작위적이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감동적인 모녀간의 사랑을 그려내는 작품.
갑작스레 찾아온 죽음, 홀어머니를 잃은 딸의 이야기
저번주 수요일(12.06) 개봉한 영화 3일의 휴가를 딱 한주 지나서 보고 왔습니다. 3주 넘게 박스오피스 1위를 수성하고 있는 서울의 봄을 예외로 두면, 마찬가지로 개봉 이후 꾸준히 2위를 기록하며 나쁘지 않은 기세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영화 내용은 소셜 미디어로도 어느 정도 알려진 상태고, 사실 예고편만으로도 배경의 상당한 부분을 알 수 있어 그리 생소하게 느끼지는 않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영화는 어머니인 박복자의 시선을 중심으로 그려집니다. 처음부터 훅 치고 들어오는 설정이 독특한데요. 이름 그대로 박복한 인생을 살다 요절하여 죽은 지 어언 3년이 지났고, 그래서 그녀는 영화 시점으로 이미 귀신입니다. 초월적 존재로 저승사자, 천사와 같은 존재인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 이승으로 3일 간 휴가를 나왔고요. 어디 가서 무엇을 보고 싶냐는 말에, 복자는 두말할 것도 없이 하나뿐인 딸 진주를 보러 가자고 하는데요. 그녀가 입에 달고 다니는 딸 자랑 내용마따나 교수로 일하고 있던 미국으로 전송될 줄 알았더니 이게 웬걸, 복자가 죽기 전까지 백반집을 하면서 살던 김천의 시골집으로 오게 됩니다.
알고 보니 진주는 한국에서 홀로 죽은 엄마에 대한 회한으로 교수 일도 때려치우고 귀국해 백반집을 멋대로(?) 이어 가고 있었던 것인데요. 이 모습을 보고 복자는 (이미 죽었지만) 복장이 터져 죽으려고 합니다. 홀어매로 남동생 집안에 진주를 맡기고, 살림을 위해 억척스레 돈 벌기에 전념하며, 하나뿐인 자식새끼만큼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쏟는 전통적인 어머니상의 그녀로서는, 기껏 잘 큰 딸이 지금까지 성취한 모든 것을 다 내팽개치고 촌구석으로 돌아와 살고 있는 것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진주가 이렇게 된 것이 자신의 탓이라며, 급기야는 스스로의 죽음까지도 원망합니다.
엄마와 딸의 시선으로 그려내는, 같은 곳에서의 다른 풍경
배경 소개를 위해 앞서 간단히 설명한 것처럼, 복자와 진주 두 모녀의 인생은 굉장히 굴곡져 있습니다. 좋지 않은 형편에, 함께 한 시간도 부족하니 하고 싶었던 것들도 같이 못 해봤고, 서로에게 상처만 주고 살아가며, 다 못한 이야기만 많은 상태로 이별하게 되었죠. 3일의 휴가 러닝 타임의 대부분은 전적으로 영혼의 관찰자인 복자가, 나름의 방식으로 엄마를 추억하며 기리는 딸 진주의 생활을 지켜보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던 두 여성이 그저 아프게 흘려만 보냈던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씨실과 날실이 모여 한 폭의 아름다운 옷감이 되듯이 서로 엮이며 완성되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마음 속 응어리진 한을 풀어 가는 따뜻한 해피 엔딩의 줄거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개는 때론 관객의 예상대로, 때론 관객이 희망하는 것과 같이 흘러가고, 충격적인 반전이 드러나는 등의 자극적인 사건은 없지만, 가족 영화이니만큼 또 그런 잔잔함이 매력적인 작품이기도 하고요. 뻔한 엄마, 뻔한 딸을 그려 내면서 오히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고, "힐링 드라마"이긴 하지만 뭐랄까,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격언처럼 눈물의 카타르시스로 치유하는 그런 영화가 아니었나 합니다. 점점 삭막해져만 가는 사회 속에서 모녀의 정, 가족애 같은 전통적인 가치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작품으로, 추운 겨울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 손을 잡고 보러 가기 좋은 가슴 따뜻해지는 영화였습니다.
P.S.
3일의 휴가에는 쿠키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