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 츄라이! 츄라이! 샵 타이탄!
스팀 등지에 간단히 검색만 해 보아도 수백 가지의 타이쿤 게임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오랜 기간 몰입하여 플레이할 수 있을 만큼 퀄리티가 높은 게임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많은 타이쿤 장르 게임들은 엄청난 매몰 시간을 요구하고, 몇몇은 이를 단축하거나 아예 추가 기능을 위해 인게임 구매를 반쯤 강요하는 경우도 있고요. 또 몇몇 게임은 잘못된 설계로 게이머들이 쉽게 지치고 질리게 만들어, 금방 접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보통 타이쿤 장르를 찾는 게이머들이 그래픽 수준에 높은 우선순위를 두는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상당수의 타이쿤 게임들은 굉장히 기초적인 그래픽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다른 최신작들과 눈에 두드러지게 비교당하는 경우도 종종 있고요. 이런 상황에서 "멀티플레이어" 타이쿤 게임을 찾고자 한다면 문제는 한층 커집니다. 멀티플레이가 가능한 타이쿤 게임 자체가 거의 없으니까요.
샵 타이탄(Shop Titans)은 2019년 1분기에 출시된 만큼, 확실히 최신작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와서 샵 타이탄을 리뷰 하는 이유는, 시스템을 포함해 게임의 만듦새가 상당하며, 짧게는 몇 주부터 길게는 몇 달, 몇 년 간 즐길 수 있을 만큼 즐거운 게임 경험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도 샵 타이탄을 공백기 없이 3년 가까이 플레이하고 있는 만큼, (취향에 맞는다면야) 충분히 추천하고도 남을 게임이라는 생각입니다.
샵 타이탄의 특장점 네 가지
그렇다면 샵 타이탄은 어떤 점에서 특별할까요? 개인적으로 생각나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지만, 다음 리뷰에서는 타이쿤 장르에 전반적으로 적용되는 일반적인 특징에 대해서는 되도록 생략하려고 합니다. 타이쿤 게임은 기본적으로 특정 장소나 시설 세팅에 기반하는 경우가 많죠. 플레이어들이 주어진 자원을 활용해 자산을 불려 가며 성장해 가는 것이 핵심 재미인 장르이기에, 이런 관점에선 "사업 소유주 RPG"라 칭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고전 명작인 롤러코스터 타이쿤(Rollercoaster Tycoon) 시리즈나, 비교적 최신 게임이자 정신적 후계작으로도 불리는 플래닛 코스터(Planet Coaster) 같은 게임들을 떠올려 본다면 이해가 조금 더 쉽겠습니다. 이런 것들을 제외하고, 어떤 점이 샵 타이탄을 더 유니크하게 만들어 줄까요?
1. 너무나도 친숙한, 중세 판타지 RPG 세계관의 게임 경험
샵 타이탄은 "중세 판타지"라고 부르는 게임 설정에서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도시를 배경으로 합니다. 워크래프트 3와 와우(World of Warcraft)를 즐겨 왔던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인게임 환경 자체가 굉장히 친숙하고 적응하기 쉬웠던 것이 첫인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게임에 대한 게이머의 첫인상은 정말 정말 중요합니다. (사실 첫인상 자체는 비단 게임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지만요. 앱은 물론이고, 기타 서비스나 디지털 콘텐츠에서도 굉장히 중요하게 취급합니다.) 플랫폼과 장르를 불문하고, 특히 Free-to-Play 게임에서는 설치 후 처음 플레이했던 유저 중 많으면 절반에서, 적으면 고작 1/10 가량만이 남고 나머지가 전부 이탈해 버리기 때문에, 게임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첫인상을 절대 간과할 수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저와 같이 중세 판타지 RPG에 친숙하고, 이런 게임들에 호감이 있는 게이머라면, 샵 타이탄을 즐기는 데 굉장한 플러스가 되리라 확신합니다. 샵 타이탄에서 게이머는 모험가 및 용사들에게 각종 장비를 납품하고 퀘스트를 수행해 보상을 얻도록 고용·파견하는 가게 주인의 역할을 하게 되는데요. 이런 시점은 게이머들이 보통은 NPC로 만나는 판타지 세계관의 상인 입장에서, 신선한 게임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 줍니다.
2. PC와 모바일을 넘나드는 크로스플레이
최근에는 게임에서 지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런 유형의 온라인 멀티플레이어 타이쿤 게임에서 플랫폼 간 크로스플레이를 지원하는 것은 굉장한 이점을 가집니다. 특히 게임의 기준 플랫폼이 PC나 콘솔 기기라면, 한 번에 긴 시간 플레이를 요구하거나, 밤낮 할 것 없이 잦은 접속을 요구할 경우 굉장한 피로도를 유발할 수 있는데요. 샵 타이탄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 중 하나는, 게이머가 하염없이 화면 앞에 앉아 시간을 보내며 행동 완료창이 뜰 때까지 대기할 필요가 없다는 점입니다. 스팀이나 에픽 스토어를 통해 PC 버전을 플레이할 수도 있지만, 카밤 계정으로 동기화하여 여러 플랫폼을 통해 모바일 기기로도 플레이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집에서 PC 사용 중 스팀 버전 클라이언트로 장비 제작을 눌러 놓고, 이후 밖에 나가 볼일을 보는 중에도 완료가 되면 모바일 기기를 통해 회수가 가능한 구조이죠. 물론 각종 알림을 앱 설정을 통해 해 놓을 수 있어 더 간편하기도 하고요.
플랫폼 불문 최적화 또한 칭찬할만 합니다. PC에서 모바일 게임 플레이를 위해 안드로이드 에뮬레이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개인적으로는 컴퓨터에 부하가 되는 경우가 많고, 몇몇 에뮬레이터는 개발자를 믿기가 어렵거나 보안 이슈가 있기도 해서 꺼림칙한 면이 있어 선호하지 않는 만큼, 멀티태스킹을 하며 사용해도 스무스하게 잘 돌아가고, 키보드 단축키도 제공하는 공식 PC 빌드가 있는 샵 타이탄에 추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3. 명확한 목표 제시와 확실한 성장 체감
장르 내에서는 흔한 요소이지만, 특히나 샵 타이탄의 경우 수행해야 할 과제가 굉장히 명료하고, 또 과제 간 우선순위를 매기기가 굉장히 쉽게 편성되어 있습니다. 가장 궁극적인 목표로 제작 장비의 품질을 상승 시키고, 가게 매상을 늘리는 것을 들 수 있는데요.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장비를 반복적으로 제작하여 도시에 배치된 장비 제작자(NPC)의 경험치를 쌓아 레벨을 높이고, 재료 및 제작자 시설에 투자하여야 하며, 이와 함께 여러 영웅과 챔피언을 모으고 성장시키며 각종 퀘스트를 수행토록 해 추가적인 자원을 확보해야만 합니다.
전체적으로 놓고 보았을 때 유저가 해야 하는 일의 양이 적지는 않지만, 성장 구조 자체가 크게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각종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순환 적용되는 여러 기간제 이벤트들을 제끼더라도, 과제 수행 중에는 확률 기반 요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방향을 따라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딱히 어려운 점이 없습니다. 쉽지만 즐겁고, 무엇보다 복잡한 계산이 필요 없기에 단순히 옳다고 여기는 방향대로 임무를 수행해 가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당장 있던 수행 과제를 대부분 해결한 뒤에 할 일이 없을 때는, 목표 메뉴의 임무나 현상금의 미션을 선택적으로 수행하는 것도 성장 측면이나 동기부여 측면에서 꽤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도, 샵 타이탄은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정비례하는 명확한 성장 피드백을 주기 때문에 플레이 자체가 굉장히 즐겁습니다. 상점을 확장시키고 더욱 고품질의 장비를 더 많이 진열·판매하여 얻은 자본을 다시 성장에 투자하면서 계속해서 성장해 갈 수 있는데요. 영웅과 챔피언에게 더 나은 장비를 쥐어 주고, 능력치 강화 씨앗이나 스킬 주사위 등을 사용해 캐릭터 자체를 더 강하게 성장시킨 뒤, 더 어려운 퀘스트에 보내 훨씬 강한 적을 처치하고 더 큰 보상을 획득하는 일련의 과정 자체가 굉장히 큰 성취감을 줍니다. 이는 별도로 특별한 보상을 제공하는 명인의 탑이나 사라진 황금의 도시 같은 순환 이벤트 수행 시 더욱 두드러집니다.
4. 멀티플레이어 온라인 게임의 장점을 충실히 활용한 인게임 콘텐츠
샵 타이탄에서 길드에 가입하는 것은 사실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길드 내에서, 길드원들은 서로 자원이나 장비를 요청하여 나눌 수 있고, 앞서 잠시 언급했던 현상금 미션으로 획득한 포인트로 길드 메뉴에서 랜덤 보상도 얻을 수 있고, 길드 혜택 활성화를 통해 모두가 버프를 획득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길드원들이 도시 화면에서 각종 시설에 투자한 진척도가 취합되어, 해당 수치에 상응하는 레벨의 자원 및 제작 버프를 길드원 모두가 동일하게 적용받기 때문에, 길드 시스템은 샵 타이탄의 게임 디자인에 있어 거의 인프라의 일부분이라고 보아야 할 만큼 중요합니다. 제작 관련 순환 이벤트인 왕의 카프리스 같은 경우에도, 길드 멤버들이 얻은 진척 포인트의 합산 값에 비례하는 만큼 구간 보상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길드의 규모와 길드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이벤트 참여가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개별 보상에 대해, 무임 승차가 불가능하도록 개개인에게 요구되는 진척 포인트 하한선 역시 있기는 하지만요.
물론, 이렇게 헌신적인 참여를 요구하는 길드 시스템의 도입에 장점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콘텐츠를 경쟁적으로 수행하고, 길드 목표가 주어지면 열심히 참가해 1인분을 꼭 해 주어야 하기 때문에 피로도가 굉장히 높은 것은 굉장한 약점이기도 하죠. 이런 길드 시스템 때문에 게임을 관두는 경우도 많고, 특히나 저레벨 구간에서는 유령 계정들만 남아 있는 길드를 목격하는 일도 많습니다. 속된 말로 '망겜인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는 것도 사실인데요. 전 세계 유저가 모두 모여 플레이하는 글로벌 1서버로 서비스 중이고, 당장 액티브 길드 중에서는 대부분의 길드원이 한국인인 한국 길드만 해도 꽤 다수이기 때문에 초반 구간만 무난히 넘기고 나면 딱히 걱정 할 정도로 유저 풀이 적진 않습니다.
사실 이런 액티브 유저들 사이에 섞여서 플레이하는 데 있어 유일한 장벽은 자신의 낮은 도시 투자금 수치인데요. 대부분의 중~상위 길드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계정 레벨과 도시 투자금 합계 수치를 가입 조건으로 내걸고 있기 때문에 꽤 까다로울 수 있습니다. 때문에 게임에 입문하고 초반에는 자유로운 가입이 가능한 길드에 들어가, 일정 수준의 버프를 획득하면서 도시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 좋은데요. 물론 길드원 대부분이 지속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는 활발한 길드에 들어가는 것도 좋지만, 경험 상 고레벨 유저가 여러 명 유령 계정으로 남아 있는 길드에 들어가 비교적 더 높은 수준의 버프를 받으며 빠르게 성장하는 것이 더 좋았습니다. 짧은 기간 약간의 외로움만 감수할 수 있다면, 사실 이 방법이 극초반 성장에 있어선 조금 더 빠르기 때문에 추천합니다.
글을 읽고 마음에 드셨다면, 샵 타이탄 꼭 한번 해 보세요.
샵 타이탄은 굉장히 캐주얼하면서도, 거의 두 달에 한 번은 콘텐츠 추가, 편의성 개선, 버그 수정 업데이트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운영·관리가 잘 되고 있는 게임입니다. 온라인 게임이고 모바일 태생인 특성 상 P2W 적인 인게임 결제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다른 모바일 게임들과 비교하자면 요구 금액치가 놀라울 정도로 낮습니다. 인게임 구매를 하지 않더라도 게임 플레이 자체가 어려워지는 일도 없고요. 애초에 모든 장비와 강화 아이템을 각종 인게임 이벤트에서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패키지 상품들을 구매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나마 가장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왕실 상인 구독형 과금인데, 만원 초반대 가격으로, 제공하는 혜택의 크기를 생각하면 굉장히 합리적인 상품입니다. 글로벌 전체에서 10위권 길드원급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면, 다량 과금하는 것이 애초에 선택지가 아닌 게임이기도 하고요. 멀티플레이가 가능한 타이쿤 게임을 찾으면서, 너무 과도한 시간과 노력, 금전을 요구하지 않는 게임을 찾는다면, 샵 타이탄을 적극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