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뷰는 광고나 협찬이 아닙니다. 지연, 학연, 혈연도 없습니다.)
최근 날이 꽤 으슬으슬 춥죠. 퇴근 직후의 저녁에 세 명이 모여 뭘 먹을까 같이 고민하다가, 너무 기름진 것보단 조금 깔끔한 음식이 먹고 싶어 혜화도담에 다녀왔습니다.
위치가 위치인지라, 저처럼 혜화도담에 저처럼 처음 방문하시는 분들은 찾기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요. 지도 어플로 길 찾기 잘 따라가시다가 동서로 가로지르는 좁고 긴 골목으로 들어가시면 나옵니다.
저희는 운이 좋게 마침 4인 테이블 빈 자리가 나오기 직전에 방문하게 됐는데요. 평일 저녁 6시 ~ 7시 기준으로 꽤 많은 분들이 방문하시고, 그래서 웨이팅은 감안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점이라면, 식사 내지는 1차 반주 자리 정도로 오시는 분들이 많은지, 테이블 회전 속도가 빠르다는 거였어요.
메뉴는 굉장히 다양한데, 저희는 점심이 좀 부대꼈던 관계로 너무 많은 요리를 시키고 싶진 않았고, 대표 메뉴인 김치찜을 먹고 싶어서 방문했던지라 김치찜 소 + 대파전 + 막걸리 구성의 '김치찜2인한상' 세트 메뉴를 시켰습니다.
우선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음식 양이 굉장히 넉넉하다는 점인데요. 배가 고프지 않았다지만, 그래도 세 명이서 2인 세트를 먹었는데 말 그대로 음식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김치찜 등 메인 메뉴를 주문하면 셀프 바에서 밥과 숙주나물 등 반찬을 적당히 가져다 먹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막걸리 등 주류를 즐기지 않으시는 분들도, 식사를 위해 오시면 좋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만원의 런치 할인 김치찜 메뉴가 따로 있고, 런치 시간대(오전 11시 ~ 오후 2시) 사이에는 공깃밥과 반찬이 무제한이고, 막걸리도 서비스로(!) 주신다고 해요. 저는 나중에 혜화 인근에서 낮술 할 일 생기면 또 가 보려고 합니다.
김치찜은 적당히 달콤 짭조름하니 맛있습니다. 통배추 상태의 포기김치와 돼지 전지가 들어 있어, 테이블에 있는 집게와 가위로 적당히 잘라먹으면 되는데요. 김치는 풀어질 정도는 아닌, 푹 끓인듯한 야들야들함이 좋았고, 앞다리살은 집게로 강하게 집으면 부서질 정도로 부드러워져서, 양념이 잘 배어 있어 맛있었습니다.
대파전은 생각보다 두껍고 단단하면서 바삭바삭합니다. 저는 사실 대파보단 쪽파로 만든 파전을 훨씬 좋아해서 처음엔 조금 긴가민가 했는데요. 마찬가지로 적당히 가위로 잘라 놓고 먹으니 맛있었습니다. 약간 회기 파전 같은 느낌도 들고요. 부침개를 먹는다는 느낌보다는, 골고루 퍼져 있는 굵직한 대파 조각들을 중심으로, 서로 붙어 있던 야채튀김을 잘라먹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총평하자면, 상당히 만족스럽게 먹고 왔습니다. 음식도 맛있었고, (저는 이번엔 친구가 퇴근 기다려 줬다고 사 줘서 얻어먹긴 했지만) 양 대비 음식 가격도 합리적이고요. 낙지볶음, 돼지갈비찜이나 기타 사이드 메뉴 등 다양한 옵션이 있어서, 의견이 갈리는 여럿이서 같이 가도 여러 가지 시켜 놓고 나눠 먹으면 괜찮겠다 싶었어요. 오래간만에 뜨뜻한 김치찜이 드시고 싶으신 분들, 가볍게 한식이 당기시는 분들, 아니면 막걸리 마시기 좋은 주점을 찾으시는 분들께 혜화도담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