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평 요약 : 9/10, 강력 추천!
쉴 새 없이 치고 들어오는 농담 따먹기, 진지함과 우스꽝스러움을 넘나드는 일품 시트콤! 배꼽 빠지는 코미디, 훅 치고 들어오는 감동, 인간적인 성장과 뜨거운 로맨스까지 전부 잡은 경찰 드라마. 각종 대내외 이슈를 겪으며 서서히 용두사미가 된 점은 아쉽지만, 그럼에도 높은 점수!
캐릭터 한 명 한 명이 전부 뇌리에 강렬히 박히는 코미디 쇼
브루클린 나인-나인(Brooklyn Nine-Nine)은 2013년 파일럿을 시작으로 21년도까지 방영한, 꽤 장수한 미국 시트콤입니다. 뉴욕 브루클린에 있다고 상정하는 가상의 99 구역 관할서에서 근무하는 이들의 work & life를 그려내는 내용인데요. 이 드라마, 취향은 타겠지만, 정말 정말 웃깁니다. 개인적으론 이런 코미디 찾기가 쉽지 않아서 너무나 만족하며 봤어요. 영화로 치면, 데드풀이나 킬러의 보디가드 시리즈 같은 코미디 스타일에, 살짝 덜 저속하고 더 현실적인 내용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유형의 유머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넷플릭스에 있으니 꼭 보세요! 리뷰 읽을 필요도 없습니다.
세팅 자체는 그렇게 특출하다 싶은 요소는 없어요. 하는 행동은 유치하기 짝이 없고, 사춘기에서 못 벗어난 것 같지만 형사로서의 능력만큼은 뉴욕 최정상급인 제이크 페랄타와, 역시 만만치 않게 각양각색의 개성을 가진 99서 동료들은 어느 날 새로 부임한 서장, 로봇처럼 계산적이고 딱딱하며 파악하기 어려운 캐릭터인 레이먼드 홀트를 맞이하게 됩니다. 그렇게 이들이 매일매일 크고 작은 사건을 맞이하고, 어려움 속에서도 이를 하나씩 해결해 가며 벌어지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을 담은 드라마입니다. 여느 캅 쇼와 크게 다를 게 없죠.
하지만 중요한 건, 매화 22분 남짓의 러닝 타임에 담고 있는 내용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정말 끊이지 않고 각종 농담, 몸개그, 시추에이션 코미디가 쏟아지고요. 다양한 배경과 고유한 개성, 정체성을 가진 캐릭터를 십분 활용해 생각지도 못한 포인트에서 웃음을 주고 감동을 줍니다. 소를 잡으면 어디 하나 버리는 부위가 없다고 하지 않습니까? B99 줄거리에서 캐릭터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것이 딱 그런 느낌입니다. 웃기고, 울리고, 교훈도 주고, 감동도 있고, 사랑도 있습니다.
물론 일개 관할서 형사들이 주인공인, 일상물에 가까운 시트콤인 만큼, 세계관 최강자들의 싸움이 나오고 가슴이 웅장해질 정도의 파괴력을 지닌 줄거리를 가지고 있지는 않아요. 대신 코믹함과 진지함을 넘나들며 관료주의와 부정부패, 경찰 폭력과 인종 프로파일링, 남성, 여성과 성정체성, 인종적 소수자 이슈, 차별 등과 같은 크고 작은 사회 쟁점은 어지간히 다 다루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고전적인 우정과 사랑, 가족애 같은 내용도 함께 있고요. 미국발 콘텐츠들이 종종 이런 사회 이슈를 너무 계몽적인 목표로 적나라하게 끌고 가거나, 줄거리 자체를 해치는 경우가 있어 일부 혹은 다수 관객층의 반발을 사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브루클린 99의 경우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어, 별다른 잡음은 없습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폼이 떨어지지만, 박수 칠 때 잘 마무리하지 않았나...
브루클린 나인-나인은 제작을 이어가며 여러 번의 위기를 겪습니다. 우선 명맥 자체가 2018년 폭스와의 계약 종료로 끊어질 뻔했고요. 다행히 NBC로 옮겨가 (시즌당 편수는 점점 줄어드나) 결국 시즌 8까지로 이야기를 마저 매듭 지을 수 있게 됩니다. 게다가 원래도 화약고였던 미 경찰의 과잉 진압, 인종 차별 및 부패 이슈가,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살해 사건과 이어진 "Black Lives Matter" 운동으로 걷잡을 수 없는 사회 문제화됨에 따라, 경찰 드라마인 B99의 포지션 자체가 애매해져, 시청률 하락을 겪습니다. 현실에서 직접적인 폭로는 없었지만, 코미디의 범주에 일명 "섹드립"이라 칭할만한 성적 농담의 지분이 적지 않았던 터라, 미투 시대에 이런 코미디를 이어 가는 것은 부적합한 일이기도 했고요. 실제 시즌 6의 '그의 말, 그녀의 말'(He Said, She Said) 에피소드는 "우리가 이렇게 성인지 감수성이 풍부합니다!"라고 외치는 것 같은 내용이었죠. 물론 2020년부터 불과 올해 초까지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제해 버린 코로나19의 영향도 지대했고요.
이렇게 여러 이슈에 골고루 두들겨 맞은 브루클린 99은 용두사미의 길로 접어들게 되는데요. 방송사를 옮겼지만, 비교적 분량을 유지할 수 있었던 시즌 6(18개 에피소드)와 달리, 시즌 7(13개 에피소드)과 시즌 8(10개 에피소드)의 분량은 합쳐봐야 폭스 시절 한 개 시즌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줄어버리고 맙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상황이 상황이었던 만큼, 그래도 준비할 시간을 확보해, 팬들도 납득할 수 있는 퀄리티의 완결을 냈다는 사실에 만족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공식 계정의 베스트 모먼트 클립 영상들로 더 유명한 프로그램
아무래도 유튜브나 소셜 미디어에서 클립으로 돌아다니는 게 많아서 짤막짤막하게 이미 보신 분들도 많이 계실 거예요. 드라마 자체는 거의 그 텐션이 매 에피소드 20분 내내 이어진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이번 글 마무리는 가장 유명한 브루클린 나인-나인 영상 클립으로 해 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