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평 요약 : 6.5/10, 추천
평생을 바람둥이 한량으로 지낸 남성이, 어느 날 전 여자친구에게서 생면부지의 딸을 떠맡게 되면서 겪게 되는 좌충우돌 가정사를 그린 영화. 누가 "신파"를 한국 전유라고 했던가? 가벼운 가족 영화가 담아낼 수 있는 익숙한 감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작품.
분명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 전개인데... 한국인에겐 너무나 익숙한 가족 영화
국내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베트남 영화 중 하나인 '바람둥이 아빠와 나'(Dân chơi không sợ con rơi)를 베트남행 비행기에서 보고 왔습니다. (다운로드 가능한 콘텐츠예요.) OTT 중에선 그나마 넷플릭스에 해외 작품들이 다양하게 있는 편이지만, 사실 아시아권의 경우 동아시아 3국과 중화권(대홍마)을 넘어가면 개별 국가/문화권별로 작품 숫자가 많지는 않은 편이죠. 베트남 영화는 특히나 옛날 작품들, 공포 영화들을 제외하면 제공되고 있는 작품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라서 재밌는 요즘 영화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바람둥이 아빠와 나는, 말 그대로 플레이보이처럼 살아온 주인공 '꾸언'(Quân)이, 어느 날 전 여자친구인 '린'(Linh)에게서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젖먹이 딸을 강제로 떠맡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아기를 캄보디아 국경지대로 도망친 엄마에게 돌려보내기 위해 그 인근의 절친인 '땀망'(Tám Mánh)네 가족들에게 신세 지면서, 땀망의 아들내미들에게 영감을 받아 아이의 이름을 "토끼"라는 의미를 가진 '토'(Thỏ)라고 짓게 되죠. 속이 메슥거려 아이 기저귀 하나 갈아주지 못하는 꾸언은, 처음엔 정을 붙이지 못하고 복잡한 감정 속에서 아이를 절간에 버리려 하다가 땀망에게 걸리고 호되게 혼나기도 할 정도로 철부지로 그려지는데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딸내미를 키우는 중에 점점 부성애에 눈을 뜨며, 결국은 토와 한 시도 떨어져 있지 못할 정도의 딸바보가 됩니다. 생긴 것과는 다르게 할 줄 아는 거라곤 여자 꼬시는 것밖에 없는 시골 촌놈(...) 캐릭터이기에, 항상 부족한 살림이지만 어떻게든 딸을 위해선 최선을 다하는 아빠가 되죠. 갓난아기일 때 엄마에게 버려졌다는 사실을 토가 알게 되면 어린 마음에 상처가 될까 불안한 마음에, 엄마는 세상을 지키느라 돌아오지 못하는 긴 여행을 떠난 슈퍼 히어로라는 거짓말을 하고, 이를 어떻게든 들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학교 선생님 등 다른 인물들까지도 끌어들여 거짓말의 스케일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점점 키우는 섬세함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한부모로서 토를 초등학교에 보낼 만큼의 시간이 지난 후, 갑자기 엄마 린이 두 부녀를 찾아오면서 위기가 시작됩니다. 지금은 새 연인과 함께 싱가포르에서 매우 성공하여 살고 있는 린은, 꾸언에게 자신이 딸을 데려가 키우겠다며 설득하기 시작하죠. 이런 엄마 때문에 아버지 꾸언은 물론이고 토 역시 내적으로 심각하게 갈등합니다. "왜 나는 엄마가 생기면 또 아빠를 잃어야 하느냐"며 꾸온을 안고 절규하는 토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한국 가족 영화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슬픔을 느낄 수 있죠. 이들이 어떤 역경을 겪고, 이를 어떻게 헤쳐 나가며 서로를 지키고 살아 가는지 지켜보는 것이 관전 포인트이기에, 국내 콘텐츠와 친한 관객이라면 굉장히 익숙한 느낌으로 영화를 보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엄청난 수작은 아니지만, 가족애라는 만국 공통의 문법으로 그려내는 영화이기에 (흔히 말하는 "신파"를 싫어하는 분이 아니라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입니다. 베트남의 이국적인 시골 풍경을 배경으로 하는 신선함 속에서, 우리와도 맞닿아 있는 감성으로 해외 영화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좋은 영화가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