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평 요약 : 5.5/10, 추천
어릴적 해외 입양되어 프랑스에서 살아온 프레디(Frédérique, "Freddie")가, 예정에 없던 목적지 변경으로 모국인 한국에 돌아와 겪게 되는 일들을 그려낸 작품. 입양인으로서 크나큰 혼란을 겪는 주인공 프레디의 감정 기복의 선을 잘 표현해 내는 카메라가 일품.
편안한 배경과, 그렇지 못한 인물들의 이야기
'리턴 투 서울'은 캄보디아계 프랑스인인 데이비 추(Davy Chou)가 감독이고, 어릴 적부터 프랑스에서 살아온 배우 박지민이 주연한 영화입니다.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듯이 주 촬영지는 한국, 그리고 서울이고요. 배경이나 제작진, 소재를 보고 예상이 되듯이 상업 영화라기 보다는 독립 영화에 가깝습니다. 비행편 변경으로 어쩌다 보니 한국에 돌아와 뿌리를 찾아 방황하게 된 주인공 프레디의 수 년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원래는 시리즈온, 쿠팡 플레이 등에서만 (단편 결제하여) 볼 수 있었던 모양인데, 얼마 전에 들어왔는지 현재는 한국 넷플릭스에서도 시청 가능해요.
영화는 말 그대로 불편함 그 자체입니다. 한국 토박이의 상 그 자체인 프레디는 한국어는 한 마디도 못 하는 이방인으로, 스스로를 프랑스인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다른 이들의 시선은 그렇지 못하죠. 자신을 답답하게 구속하려 하는 것들, 특히 한국에서 통용되는 가치관, 여성이라는 성별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기대, 태생이 한국인이고, 어쨌든 한국 혈통이 있으니 한국에 뿌리를 내려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제삼자들의 판단 등에 화가 나고 지치기만 합니다. 극 중의 입양 재단인 하몬드(Hammond)를 통해 생부모를 찾고, 만나는 과정 속에서 겪는 감정의 소용돌이는 말할 것도 없죠. 이런 상태의 프레디를 담는 카메라 앵글 역시 너무나도 불편합니다. 화면의 1/4에서 절반 가까이를, 엄청나게 가깝게 프레디의 모습을 담는 데 쓰기 때문에 여러 장면들에서 시각적으로 꽉 막혀 있어 "나만 봐"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면에서 눈을 떼기 힘든 것은, 이렇게 혼란을 겪고 방황하는 프레디의 감정을 굉장히 잘 캐치해 내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내용적으론 관객의 예상 범주 내의, (입양인에게는) 크게 특별할 것 없는 줄거리를 담고 있지만, 이를 그려 내어 전달하는 방식이 굉장히 강력하면서 섬세합니다. 두 시간 가량의 러닝 타임 동안, 20대 초의 불안정한 여성이자 아시아계 입양인이, 태어난 나라에 와서 보고, 겪으며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은 싸그리 다 표현해 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민이나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 보는 것도 아니고, 다만 한 개인이 자신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며 자기 자신을, 스스로를 찾아 가는 여정을 아름답게, 그리고 서정적으로 잘 그려낸 영화가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