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평 요약 : 6.5/10, 추천!
할아버지의 전통 찻집을 이어가는 스이와 커피 담당 그레, 요리 담당 토키타카, 파티시에 츠바키, 개성 만점 4인이 만들어 가는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 특유의 오글거림만 어떻게 잘 이겨낸다면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는 짧은 드라마.
녹풍당에 어서 오세요!
녹풍당의 사계절, 우리에겐 굉장히 생소한 드라마지만 일본에서는 꽤 인기가 있는 모양입니다. 단편의 만화가 인기를 끌어 연재작이 되고, 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고, 마침내 실사화까지 진행된 히스토리가 있습니다. 이제 게임화만 되면 그랜드 슬램 달성(?)이네요. 카페나 음식점 소재로 한 스토리형 게임이나 경영 시뮬레이션(타이쿤) 게임이 꾸준히 나오는 편이라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죠. 어쨌거나 다시 드라마로 돌아와 보자면, 10화 분량으로 길지 않은 구성을 가지고 있고요. 한국에서는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합니다.
극 중 무대인 일본식 전통 찻집 녹풍당의 점주 겸 차 주문을 담당하는 스이가 3인의 직장 동료이자 절친과 함께 생활하며 일어나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을 그려 내고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주욱 어려운 삶을 살아오다가, 이탈리아 체류 경험을 살려 녹풍당에선 커피를 맡고 있는 스위트 운동남 그레, "천재 도공"으로 불리던 숨은 과거를 가지고 있는, 요리 담당의 자상한 엄마 같은 스타일의 토키타카, 스위츠(디저트) 담당으로 소극적이고 툭하면 툴툴, 츤데레의 전형이지만 따뜻함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츠바키, 그리고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녹풍당을 이어받은 차 담당이자, 안경 낀 고양이 변태인 스이 4인이 각자의 과거와 마주하고, 생각보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현실을 함께 헤쳐 나가는 달달한 내용의 드라마입니다.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가 전부 들어가 있어 주의 필요!
국내 시청자 평가를 훑어보아도 유저별 감상이 극과 극인데요.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실사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특유의 특징들을 전부 때려 넣은 듯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각자 개성이 너무나도 뚜렷한 네 명의 미남이 한 집에서 함께 일하고 숙식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려내고 있어, 뭔가 4인조 남자 (찻집) 아이돌 일상물 같기도 한데요. 동성애 주제를 다루지 않음에도 (추측컨대) 특유의 "BL" 장르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드는 것은 순정 만화 같은 그림체의 만화에서부터 있었던 특징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실제로 작중에서 개그 코드로 적극 활용하고 있기도 하고요. 이외에도 일본 드라마 특유의 오버 액션이나, 과장스럽게 일을 부풀려 가는 전개, 나올 때가 됐다 싶으면 바로 등장하는 전형적인 감동 & 교훈 포인트도 모두 찾아볼 수 있어서, 아마 이런 것들을 참기 어려워하시는 분들께는 녹풍당의 사계절을 추천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저 같은 경우엔 시청 중 황당하거나 개연성이 떨어질 때면, 보통 "이게 뭐야!" 하는 감탄과 함께 실소하며 넘기는 경향이 있어서 역으로 꽤 많이 웃으며 봤는데요. 내용물에 좀 더 집중하자면, 주인공 4인과 주변인들, 그리고 녹풍당의 손님들을 통해 가족애, 동료애와 우정 등 다양한 주제를 따뜻한 시각으로 다루고 있고, 짧은 원작 만화보다도 더욱 짧은 분량은 아쉽지만, 찝찝한 느낌 없이 깔끔하고 감동 있는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나름 유머 코드도 다 챙기고 있고, 서서히 드러나는 반전 스토리도 매력적이고요. 미식가(gourmet) 장르로 통하는 만큼, 중간중간 등장하는 각종 음식들도 너무나 미려하고 맛있어 보입니다. 일단 이렇게든 저렇게든 취향 차이만 극복할 수 있다면 꽤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마냥 자극적인 요즘 트렌드의 드라마에 지치신 분들, 단조롭지만 감동적이고 잔잔한 울림이 있는 작품을 찾는 분들께, 일본 드라마 녹풍당의 사계절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