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간판 코미디 쇼인 개그콘서트가 돌아왔습니다. 바로 어제인 11월 12일 1051회가 방영됐고, 시청률은 4.7%가 나와 나쁘지 않은 수준인 걸로 보이는데요. 순간 최대 시청률은 7%까지 나왔다고 하니, 의외로 꽤 주목받았던 모양입니다.
롱런할 수 있을까... 어쩔 수 없는 불안한 시선
워낙 상징적인 코미디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이미 공식 발표 전부터 "만약 개콘이 돌아온다면" 따위를 주제로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각종 추측이나 예상이 많았죠.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내용은 "개콘이 돌아오더라도, 성공하기는 힘들 것이다"로 귀결되는 것이 보통이었고요. 몇 가지 이유가 있고, 들어 보면 꽤 납득이 되는 이야기들입니다.
공중파 방송에서 따라갈 수 없는 트렌드의 한계
어쩌면 가장 치명적인 내용이고, 기존 개콘이 막을 내리게 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할 텐데요. 1인 미디어 및 MCN을 필두로 한 크리에이터 콘텐츠가 주도하는 문화적 트렌드를 공영 방송에서 따라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아마 대부분 관객들이 원하는 것은 멍석이 잘 깔린 프로가 아니라, 더 자극적이고, 천박하다고 할 정도로 날것인 코미디일 것 같습니다. 실제로 개그콘서트의 아성을 넘보던 코미디 빅리그가 이런 성격이 더 강했지만, 역시 프로그램 폐지를 피할 수는 없었죠. 새로운 개콘에서 얼마나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코빅보다도 더 "무언가 보여드리겠습니다"는 어렵지 않을까 해요. 실제 어제 방송분에서도 그런 한계는 계속 보였고요.
날이 서 있는 시청자들... 모든 관객의 입맛에 맞추기 어려울 것
사회적 갈등이 최고조에 달해 있는 요즈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코미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리가 없겠죠. 어제자 방영분에 대한 관객들의 평도 대체로 다양합니다. 재미있다는 이야기보다는 대체로 별로 웃기지 않다, 최신 트렌드에 다가가려 하지만 아직 멀었다는 평이 좀 지배적인 것으로 보이고요. 특히 세대별, 성별별로 개그 소재나 웃음 포인트 등에서 낡았다, 불쾌하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는 반대로 유튜브 등 잘 나가는 크리에이터 플랫폼 콘텐츠들의 강점이 빛을 발하는 측면입니다. 바로 "보고 싶은 것만 골라 볼 수 있다"라는 점인데요. 사실 가짜 뉴스 양산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등 문젯거리가 되는 특징이기도 합니다만, 어차피 내가 관심 있는 콘텐츠를 검색하거나, 크리에이터를 구독해 시청하고, 새로운 영상 역시 알고리즘에 의해 대체로 취향과 가까운 내용으로 추천되는 만큼, 재미없고 불편한 콘텐츠를 소비할 이유가 없어진 세상이 되었죠. 하지만 TV 편성의 경우, 해당 채널에서 특정 시간대에 정해진 프로그램 외 선택지가 없어 사실상 모 아니면 도나 다름이 없습니다.
코미디언들이 설 자리가 몇 안 되기에 미워할 수 없네요.
공중파, 케이블 할 것 없이 코미디 쇼가 정규 편성에서 아예 종적을 감추다시피 하다 보니, 개그 콘서트의 복귀는 방송인들에겐 가뭄의 단비와 같은 일일 것 같은데요. 실제로 다른 방송사에 출연하던 코미디언들도 어제 방송에서 얼굴을 비쳤고, 유튜브 등 기타 콘텐츠 출신의 예능인도 등장을 시작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엔 방송국 예능 편성에서는 대부분 인지도가 높은 유명 예능인들만 찾아볼 수 있지만, 코미디언을 한참 공개채용으로 모집하던 시절, 일단 합격한 이후에는 신입, 무명들도 열과 성을 불태울 수 있는 무대가 바로 이런 코미디 프로그램이었죠. 말도, 탈도 많은 개콘이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점에서는 분명 순기능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마냥 재미 없다고 배척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평가로도, 재미가 없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지만 요즘 트렌드에 잘 맞는 프로그램으로 변모했다고 볼 수도 없었습니다. 아직도 개선점이 많고, 그걸 플랫폼의 한계선 안에서 최대한 기지를 발휘해 웃기게 만들어야 하는 것도 제작진의 과제가 아닐까 하는데요. 아마 굉장히 힘든 길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코미디언 여러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