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뷰는 광고나 협찬이 아닙니다. 지연, 학연, 혈연도 없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고등학교 친구와 홍대입구에서 만나 저녁을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근데 이게 웬걸, 사람이 너무 많아 식사하기가 힘들 것 같더라고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절, '홍대 앞 거리가 이렇게 넓었나' 되뇌게 했던 그 휑함은 이제 없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으면 힘든 저에겐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소상공인 사장님들 생각하면 바글바글한 게 더 낫겠죠.
마침 친구가 잠시 들렀다 오고 싶은 가게가 있다고 해서 자리를 6호선 라인의 합정 쪽으로 옮겼습니다. 뭘 먹을지 미리 고민도 제대로 안 하고 만났지만, 함께 결정하기까지는 30초도 걸리지 않았네요. 오랜만에 만났으면 고기지!
돼지 생고기 구이 전문점, 이쪽.
"이쪽"이 가게 이름 맞습니다. 아닌 듯하면서도 꽤 독특하죠. 사람이고 가게고, 무한 경쟁 시대에 눈에 띄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울까, 하는 슬픈 감상에 잠시 젖어봅니다.
메뉴는 선택과 집중의 미학을 보여주는 느낌을 줍니다. 선택지가 많으면 한참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겐 축복과도 같은 부분이죠. 이후엔 손님이 원하는 메뉴가 있으면 가능한 만들어 주는 게 내 영업 방침이다, 같은 심야식당식 설정은 없고요. 깔끔하게 고기류 주문하고서, 필요하면 비빔국수나 볶음밥 같은 사이드 메뉴나 음료도 주문해서 먹으면 됩니다. 저희는 후식류 쪽보단 고기가 먹고 싶어 삼겹살, 목살, 항정살 하나씩 주문해서 먹었어요. 참고로 병 주류도 다 있지만 하이볼도 있어서 가볍게 한두 잔씩 걸쳤습니다.
주문을 하면 이렇게 밑반찬부터 올려 주시고, 테이블 가장자리에 있는 가스버너로 불판에 고기를 직접 구워 주세요! 타거나 눌러붙지도 않고 적당히 잘 익게 구워 주셔서 편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고기랑 같이 불판에 김치, 부추 콩나물도 같이 볶아 주시기 때문에 채소 밑반찬은 진짜 든든하게 많이 주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생고기라 아무래도 바싹 익히는 느낌보다는, 한참 잘 익었을 때 육즙 가득한 느낌으로 구워 주십니다. 그래서 목살도, 항정살도 맛있지만 개인적으론 삼겹살이 가장 맛있었습니다. 하나씩 시키지 않고, 삼겹살 2~3인분에 더 당기면 다른 부위를 일부 추가해도 되겠구나 싶었어요.
제법 날씨도 쌀쌀해져서 고기 구워 먹기엔 딱 좋은 철이 아닐까 하는데요. 이쪽은 깔끔한 매장, 친절한 서비스가 좋았고, 참고로 작은 옷장도 있어서 외투 보관도 큰 문제없겠구나 싶었어요. 주문 시 가격 대비 딱 외식 물가에 맞는 양이 나와 섭섭하지 않고, 생고기의 품질이 좋은 데다 무엇보다 채소류는 부족하다는 느낌이 아예 들지 않을 정도로 많이 주셔서 만족스러웠습니다. 합정역 인근에서 고깃집 찾으실 때, 고민되신다면 이쪽도 한 번 추천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