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뷰는 광고나 협찬이 아닙니다. 지연, 학연, 혈연도 없습니다.)
베트남 음식을 먹기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대표적으로 질색하시는 식재료가 아마 피시 소스(nước mắm, 느억 맘), 두리안, 고수를 포함한 다양한 향채 등이 아닐까 해요. 이런 것들 중 상당수가 베트남에서 집밥 수준으로 보편적이거나, 현지인에겐 인기가 높은 식단과 떼려야 뗄 수가 없는 관계인지라, 이 중에서 싫어하시는 게 하나가 아닐 경우 아마 베트남 음식(그리고 높은 확률로 태국이나 다른 나라의 음식들 역시)은 100% 즐기기 어려우시지 않을까 합니다. 근데 사실 이보다 더한,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종종 호불호가 더 많이 갈리는 녀석이 있는데요. 바로 '맘 똠'(Mắm Tôm)입니다. 이번에 다녀온 'Đậu Homemade'(더우 홈메이드)에서 파는 분 더우(Bún đậu) 요리에 나오는 소스이기도 하죠.
더우 홈메이드는 베트남 (특히 북부) 음식의 지역적인 특색을 최대한 살리거나, 재해석한 요리를 판매하는 음식점이고, 타오디엔 밤시장 거리에 떡하니 있기도 해서, 맛있다는 (이젠 현지인이 다 되어 가시는) 지인 분 소개로 함께 가 보게 됐습니다. 참고로 음식점 이름이나 요리 명칭에 등장하는 "더우"(Đậu)는 두부, 혹은 콩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는 두 명이라 2인분이 준비되는 '분 더우 노 네'(Bún đậu no nê)라는 메뉴를 주문해서 먹었습니다. 옆에 스페셜 메뉴도 그렇고 구성이 꽤 여러 개 되기는 하는데, 대체로 나오는 건 대동소이하기도 하고, 사진에 충실한 내용물로 나오기에, 인원수에 맞는 메뉴로 사진을 보고 느낌 가시는 대로 드시면 될 것 같아요. 일단 메뉴판엔 당장 영어가 대놓고 보이진 않아서, 주문이 힘들 수는 있겠습니다만, 우리의 친구인 구글 번역기 사진 피쳐를 이용하거나, 직원들에게 도움을 청한다면 충분히 어렵지 않게 음식을 고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요. (애초에 외국인 여행자들이 많은 거리의 매장인지라, 이를 전제로 한 기준이기도 합니다.)
음식의 첫인상은 여러모로 채식에 강한 베트남 요리답다는 생각, 그리고 익숙한 식재료들이 각각 꽤 특이한 방법으로 조리되어 있어 재미있다는 감상이었네요. 면류도, 튀김류도 있지만 파릇파릇한 채소류와 함께 골고루 섭취할 수 있어서, 나름 건강식이지만 맛도 탄탄하게 잘 챙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저는 (보통의 경우) 두부류를 나가서 사 먹는 걸 별로 선호하지 않는데도, 겉은 타지 않았으면서도 바삭바삭하고, 속은 살짝 증기가 오를 정도로 따끈하면서도 말랑말랑한 식감에, 신선하고 짭조름해서 두부까지도 꽤 맛있게 먹었어요. 다른 것들은 말할 것도 없이 맛있었고요. 🤣
초장에 분 더우에 찍어 먹는 맘 똠에 대해 경고성(?) 코멘트를 미리 붙였는데요. 베트남식 새우젓이지만, 뽀얀 색깔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의 새우젓과 달리 색이 변하도록, 시큼해지고 더욱 구리구리해질 때까지 삭힌 젓갈이라서 그렇습니다. 확실히 구리긴 합니다만, '이건 젓갈류다'라는 생각을 깔고 먹으면 못 먹을 것도 아니고요. (물론 개인차가 확실히 있습니다.😅) 사실 그것보다도 애초에 칼라만씨(tắc) 즙, 흑설탕, 베트남 고추 등을 넣어 양념하고 희석해 먹기 때문에, 단순히 구림만 생각해 본다면 느억 맘과 엇비슷한 수준까지 내려오지 않나 해요. 물론 이렇게도 적응이 어려울 경우 피시 소스를 따로 받아서 먹을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식당들의 느억 맘 역시 감귤류, 고추, 마늘, 설탕 등으로 별도 조리 되어 있는 상태인지라, 솔직히 말하면 젓갈 종류만 다르고 비슷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점심에 팝콘 등 주전부리를 먹다가 더부룩해진 장정들이, 깔끔하고 건강한 식단을 원해 방문했던지라, 결과적으론 대만족하고 나온 식사였습니다. 2인 메뉴 16.9만 동에 음료 두 잔을 더해 도합 22.8만, 우리 돈으로 만 이천 원 정도의 착한 가격으로, 의외로 엄청 배가 불러오는 포만감 역시 함께였던 만큼, 양이 적으신 분들은 아마 남기실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들었네요. (저희도 조금 남겼습니다.) 로컬 감성이 있는 매장도 건물 전층을 다 쓰는 만큼 넓으면서도, 무엇보다 다른 식당들 대비 아주 깔끔한 편이어서, 매력적인 현지 식단을 위생 때문에 쉬이 시도하지 못하셨던 분들도 맘 편히 다녀오실 수 있는 음식점 아니었나 해요. 젓갈류에 대한 공포감만 없으시다면, 여러모로 추천할 만한 좋은 곳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