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평 요약 : 7.5/10, 추천!
마블 유니버스로 통째 넘어가게 되어 버린 데드풀과 울버린, 멀티버스의 그 어딘가에서 세상을 구하기 위해 떠나는, 유쾌한 청소년 이용불가의 안티히어로 코미디·액션 영화. 디즈니 최근 폼이 너무 안 좋아 불안했지만, 우리가 아는 데드풀과 엑스맨의 감성이 그대로 잘 살아 있어서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어요.
세상을 구하는 두 안티히어로의 성장기
제작 소식을 들었던 때부터 기대와 우려가 동일한 수준으로 샘솟았던 '데드풀과 울버린'(Deadpool & Wolverine). 지난주 수요일 개봉해 이제 막 만 일주일이 된 데드풀과 울버린을 방금 전에 보고 왔습니다. 폭스 사단의 엑스맨(X-Men)은 일단락이 되는 상황이었고, 특히 '로건'(Logan)을 위시해 휴 잭맨의 울버린은 분명 아름다운 은퇴를 앞둔 상황이었습니다만, 압도적인 캐시 파워를 가진 디즈니의 손이 저승으로 향하던 IP를, 마치 다른 멀티버스로 머리끄덩이채 끌어올리듯 회생시킨 상황인지라... 저는 우려가 굉장히 컸네요. 슈퍼히어로물에 악감정은 전혀 없습니다만, '어벤저스'(Avengers)로 치환되는 디즈니 마블식 마구잡이 멀티버스·크로스오버를 정말이지 전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적으론 그렇게 '가디언즈'를 잃은 느낌...) 진짜 구리게 나오면 어떡하지 싶었는데요. 기존 데드풀 시리즈 팬, 엑스맨 시리즈 팬이라면 걱정 접어 두고 보셔도 될 정도로 괜찮게 나왔습니다.
비록 디즈니 손에 넘어간 엑스맨이 되었지만, 데드풀과 울버린은 담백했던 시리즈 작명 그대로 "데드풀 3"라고 나가도 문제없었을 정도로 21세기 폭스 세계관에 충실한데요. 데드풀의 세계에서 울버린은 정말 로건의 줄거리대로 희생하며 숭고하게 사망했고, 알고 보니 그의 존재가 자신이 있던 세계선의 중심이었기에, 자신의 세계가 파괴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온갖 우주를 넘나 들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울버린을 찾아 데려(왔다기보다는 반 강제로 끌고) 오는데요. 알고 보니 그는 "최악의 울버린"으로 불리는, 전혀 적임자가 아닌 울버린이었을 뿐만 아니라, 애초에 TVA의 문제 인원인 요원 '패러독스'(Paradox)에 의해 데드풀의 시도는 단박에 제지당하게 되면서, 그대로 둘이 사이좋게 보이드(Void)로 떨어져 버립니다. 그리고 말 그대로 "매드 맥스"가 살짝 생각나는 배경의 보이드는, 패러독스와 몰래 결탁한 악당이자, '찰스 자비에르'(Charles Xavier)의 뭄무드라이(정신계 외계 생명체라고 보면 될 듯...) DNA 복제체 쌍둥이인 뮤턴트 '카산드라 노바'(Cassandra Nova)의 폭정 아래 놓여 있는 상황이고요.
뭐,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후 영화 줄거리는 이 둘이 어떻게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며 성장하고, 함께 합심해 보이드를 탈출, (데드풀의) 지구로 돌아와 모두를 구원하게 되는지 그려내는 내용이라고 보시면 되겠고요. 의외로 디즈니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았고, 그나마 '로키' 시리즈 등에서 설정 차용이 많은 편인데, 무시하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전혀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마블 유니버스에 친숙하지 않은 기존 팬들도 그대로 즐겁게 볼 수 있습니다. 라이언 레이놀즈표 데드풀에 어울리는, R등급 찰진 욕설과 저속한 농담이 가득한 코미디, 그리고 울버린까지 합류해 두 배가 된 호쾌한 액션 덕에 데드풀 1, 2편 못지않게 재미있었네요. 아직 안 보신 분들 있으시면 얼른 보고 오시라고 추천드립니다. (특히 디즈니+ 구독 안 하시는 분들, 내려가기 전에 꼭 보고 오세요.)
P.S.
데드풀과 울버린에는 쿠키가 두 구간 있습니다. 폭스 시절 작품들을 추억하는 듯한 각종 클립 갈무리 모음집이 엔딩 크레딧 초반에 함께 나오고요. 맨 마지막에 아주 재미있는 코미디 씬이 하나 더 있으니, 시간 여유가 있다면 꼭! 보고 나오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