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평 요약 : 7/10, 추천!
아폴로 11호 발사라는 실제 사건을 토대로 만들어 낸 로맨틱 코미디 픽션. 냉전 시대 과학 경쟁이 이성의 영역 그 너머까지 치고 나가면서, 지금까지도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인간의 달 착륙 탐사라는 큰 위업을 주제로 하고 있어, 현실감 넘치면서도 동시에 SF 영화 못지않은 스케일의 웅장함이 느껴지는 작품. 이에 비해 등장인물들의 로맨스나 드라마는 생각보다 담백한 편이라 그냥저냥 즐겁게 볼 수 있어요.
초강대국 아메리카를 그리워하는 이들을 위한 노스탤지어 여행
미국의 번영을 상징하는 1940년대 ~ 1960년대생 베이비 붐 세대에게, 아폴로 프로그램(The Apollo Program) 이상으로 국위선양의 감정을 고취시키는 이벤트는 없었을 겁니다. (아마 정부에 비판적인 이들이라면 베트남 전쟁이 훨씬 크게 와닿겠지만요.) 그리고 이번 7월 12일 개봉해, 국내에서 생각보다 크게 고전하고 있는 '플라이 미 투 더 문'(Fly Me to the Moon)은, 특히 미국이 소련과의 우주 경쟁에서 (정신)승리할 수 있게 해 주었던 '인류 최초 유인 우주선 달 착륙 & 탐사 성공'의 아폴로 11호 미션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어떻게 보면 20세기 초강대국 미국 국뽕 콘텐츠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당대 비판/조소적인 요소들이 워낙에 많아, 단순히 이렇게만 도매금으로 넘기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
달 탐사 성공이라는 큰 틀에서의 배경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들은 모두 픽션·각색되어, 실제 사건에 얹혀진 형식이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온갖 속임수와 편법을 동원해가며 최고의 실적으로 이름을 날리던 마케터 '켈리 존스'(Kelly Jones)와 그녀의 어시스턴스 '루비'(Ruby)는, 대통령실 산하에서 비밀스럽게 일하는 '모 버커스'(Moe Berkus)에 의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아폴로 11호 미션의 PR을 담당하게 됩니다. 켈리가 함께 일해야 하는 대상은 실제 아폴로 미션을 현장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는 전 공군 파일럿 출신의 '콜 데이비스'(Cole Davis)인데요. 사기꾼과 종이 한 장 차이인 마케터 켈리와 반대로 거짓과는 담을 쌓고 살아 온 대쪽같은 상남자(?) 콜은, 서로 극상의 성향으로 사적으로는 매력을 느끼며 친해지지만, 업무적으로는 수 없이 충돌하며 갈등하기도 합니다. 이들은 서로 처한 상황 때문에 처음엔 서로 이해하지 못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상대에 공감하며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하는데요. 켈리가 진솔한 모습을 보이고, 자신의 행동이 마음과 일치하도록 솔직한 사람이 되어 간다거나, 반대로 답답할 만큼 원칙주의자였던 콜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좀 더 유해져 가고, 점점 포용적으로 바뀌어 가는 식이죠. 이러나 저러나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주인공들의 갈등 구조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누구나 알고 있는 것처럼 달 착륙부터 귀환까지 성공적이었기에 관객 모두가 예상 가능하겠지만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나고요. 딱히 기술적인 문제를 긴박한 상황 속에서 영웅적으로 해결해 성공한다는 서사는 현실에서도 없었고 플라이 미 투 더 문에도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대신 정부의 그림자와 같은 모의 손에 의해, 처음에는 우주선에 싣고 가는 카메라가 작동 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촬영하기로 했던 스튜디오의 가짜 달 유영 영상이, 정부의 이데올로기 전쟁 논리에 의해 실제 아폴로 11호의 촬영 성공이나 실패와 관계 없이 우선적으로 송출될 상황에 놓이면서, 켈리와 콜을 중심으로 모를 속이고 이를 몰래 우회하여 실제 영상이 방송되도록 계략(?)을 꾸미고 실행하는 게 클라이맥스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결과는 불 보듯 뻔하지만, 뭐 추리물도 아니고 사실 과정이 재밌으니 전혀 상관 없었네요. 여러모로 답답함 없이 편하고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 아니었나 합니다.
P.S.
플라이 미 투 더 문에는 쿠키가 없습니다. 애플 오리지널 콘텐츠이기에, 극장에서 내려가면 오직 애플 티비에서만 볼 수 있게 됩니다. 구독 안 하시는 분들 포함해서, 영화 자체가 웅장한 우주선 발사 과정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큰 스크린에서 보는 게 더 즐거울법한 작품이니, 아직 상영 중일 때 챙겨 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