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평 요약 : 5.5/10, 추천
꿈도 희망도 부족해 우울한, 이름과 달리 너무나 낙후되어 있고 부조리한 전근대적 국가인 드림랜드의 공주인 '빈'(Bean)이, 정략결혼에 반기를 들고 탈주하는 것을 계기로 각종 국가권력급 음모들에 휩싸이면서, 던져지는 위기를 헤쳐 나가고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작품. 같은 맷 그레이닝 제작의 '심슨 가족'이나 '퓨처라마'보다 여러 면에서 부족하긴 하지만, 적어도 생각 없이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엔 문제 없는 코미디 애니메이션.
중세 판타지로 다시 쓰는 맷 그레이닝식 풍자 유머
2023년 파트 5를 마지막으로 완결이 난 '디스인챈트'(Disenchantment)는, 맷 그레이닝 사단이 처음으로 넷플릭스와 손을 잡고 내놓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니메이션입니다. 어릴 적 어머니를 잃었고, 육아(후계 양성)에 소질은 없는 아버지인 '조그'(Zøg) 왕 아래에서 마찬가지로 망나니처럼 자란 주인공 '빈'(Bean인데, 이거 완전 한국어로 하면 "콩이" 내지는 "콩쥐" 수준 아닌가...)이, 드림랜드 왕국을 위한 정략결혼을 거부하는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소동에 휘말리게 되고, 너무나도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일을 하나 둘씩 풀어 나가는 한편,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파헤치고 가족의 저주와도 같은 상황을 풀어 나가는 모험극입니다. 대체로 옴니버스식 구성을 따르는 그레이닝의 기존 작품들과 달리, 기승전결이 명확한 장편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는 게 특징이에요.
다른 주·조연들도 웃기지만, 빈과 함께 일찍이부터 함께 여행하게 되는 엘프 '엘포'(Elfo), 악마 '루시'(Lucy)와 함께 북 치고 장구 치는 3인방의 개그가 주요 웃음 포인트이고, 그림체와 어울리지 않는 반전의 다크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하지만, 그 이면에는 현실 사회를 풍자(수준을 넘어서 거의 조롱...)하고 있는 상황극스러운 코미디를 주로 담고 있어요. 5개 파트 도합 50화에 이르는, 꽤 장편의 애니메이션이지만 결과적으로 큰 감동이나 교훈이 있는 작품은 아니고요. 우스꽝스럽고 불완전하며 크게 성장하는 일도 없지만, 우정과 사랑을 발판 삼아 스스로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주인공 일당의 우당탕탕 코미디 활극이라고 생각하는 게 더 낫겠다 싶겠습니다. 넷플릭스에서 따로 볼 건 없는데 심심할 때, 뇌 비우고 몰아 보면서 웃고 즐기기 제격인 애니 아니었나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