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뷰는 광고나 협찬이 아닙니다. 지연, 학연, 혈연도 없습니다.)
얼마 전에 넷플릭스를 뒤지다 보기 시작한 'Let's Feast Vietnam'(Hành Trình Kỳ Thú) 때문에 충동적으로 베트남행을 택했습니다. 베트남엔 이전에 어학 연수로 수개월 체류했던 경험이 있어서 (꽤 오래됐고 심각하게 다 까먹었지만 🤣) 특별하게 새로운 곳을 방문하지는 않았고, 그냥 원래 있던 호치민으로 왔어요. 밥 먹고, 수업 들으러 다니고, 카페에서 공부하다가 친구들 만나고 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서 제게는 제2, 제3의 고향과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대학생들 학교 앞에서 n년 지내다 보면 정드는 느낌하고 비슷한 것 같아요.
어쨌거나 연수 생활때든, 지난 여행 때든 시간이 충분치 않아서 어디에 있는지 알면서도 안/못 다녀왔던 곳들이 많았는데, 오늘 방문한 '분꽈이 끼엔써이'(Bún Quậy Kiến-Xây)가 약간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지점이 여러 곳 있는 체인인데, 1군에는 한국인 유학생들이 많이 사는 호치민 인사대와 HTV가 있는 블록에서 살짝 호치민 동식물원 쪽으로 걷다 보면 바로 보이는 곳에 있어요. 쌀국수에 엄청 빠져 있는 것도 아니고, 종류도 엄청 다양해서 어떻게든 자주 먹는 음식이다 보니 푸꾸옥(Phú Quốc)식 쌀국수 파는 곳이라고 해서 막 가고 싶다는 생각은 못 해 봤는데, 앞서 말씀드린 경쟁 서바이벌 예능 프로에서 참가자들이 푸꾸옥 로컬 가게에 가서 분꽈이 만들기 릴스 챌린지 하는 부분이 있어서 궁금해진 것이 8년 만의 첫 방문 계기입니다. 😂
Bún Quậy KIẾN - XÂY Quận 1 · Ho Chi Minh City, Ho Chi Minh City, District 1
www.google.com
아시겠지만 해외에서는 구글 지도를 쓸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 쓰면 꽤 불편할 수 있는데, 이용하면 할수록 구글 계정으로 관리하는 것도 편하고, 무엇보다 무선 데이터가 없어도 GPS만으로 좌표 확인이 돼서 다른 어떤 지도 앱보다도 든든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특히 베트남 여행 가시는 분들이라면 꼭 Google Maps와, 베트남의 우버, 카카오T나 다름없는 Grab은 꼭 미리 다운로드/업데이트하시고 세팅해 두시라고 권합니다.
내부는 깔끔하게 현대적인 인테리어로 되어 있고, 물론 그에 비례하는 가격대의 음식들을 팔고 있어요. 베트남 동 기준 70k ~ 80k 정도로, 현지에선 식사 때우기 기준으론 적당히 가격이 있는 편이에요. 한화 기준으론 4000원, 5000원 정도라 부담스럽진 않습니다. 주문 시 카운터에서 먼저 메뉴를 정하고, 선결제를 하면 진동벨을 받은 뒤, 호출되면 뒷편의 개방형 주방 앞에서 음식을 받아 오면 됩니다. 국수와 함께 먹는 소스는 앞쪽의 바에서 직접 만들어 오면 됩니다. 찬물이나 음료는 따로 주문해서 마시면 되고, 물티슈는 선결제때 무상으로 줘서 따로 돈을 내지 않아도 돼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분꽈이는 거의 베트남 최남단의 휴양지이자 섬인 푸꾸옥의 명물 국수입니다. 면(Bún)을 뽑아서 막 빙글빙글 휘젓는다고(Quậy) 해서 분꽈이라는 식이에요. 지리적 특색과 같이 주로 생선이나 새우 등을 으깨 익힌, 피쉬 케이크(어묵)라던가, 오징어 같은 해산물이 주 재료로 들어 있고, (메뉴 구성에서도 볼 수 있듯이) 물론 일부 소고기 같은 걸 넣기도 해요. 경험적으로는 호치민에선 소고기보단 돼지, 닭, 오리가, 그리고 생선과 해산물이 항상, 그리고 훨씬! 더 맛있었기 때문에, 알러지가 있으신 게 아니면 분꽈이도 해산물 위주로 드시는 걸 추천드려요.
제가 먹고 온 메뉴도 일명 'tô truyền thống'이라고, 생선/새우로 만든 피쉬 케이크(chả)와 오징어가 든 전통 분꽈이인데요. 주문할 때부터 후추 뿌려 주냐고 물어보시고, 테이블에도 더 있어서 입맛대로 넣어 드시면 됩니다. 참고로 분꽈이 자체가 면수 베이스의 국물로, 다른 쌀국수 대비 꽤 블랜드 하다는 평가가 많은데, 현지 후추가 정말 향긋하고 매콤 쌉싸름하다 보니 웬만하면 꼭 넣어서 드시라고 권해 드리고 싶어요. 베트남 내에선 후추는 또 푸꾸옥 특산품이기도 하다 보니 식문화적 배경도 있다고 할 수 있고요.
저는 음식을 좀 싱겁게 잘 먹는 편인데, 분꽈이 육수는 약간 간이 슴슴한 곰탕 느낌이 납니다. 거기에 후추를 추가해 향을 내는 느낌이라 굉장히 익숙한 맛이 나요. 물론 고수가 들어 있어서 싫어하시는 분들은 드시기 힘들 것 같네요. 조리 과정에서 뺄 수 있는지 확인은 못 해 봤지만, 보통 쌀국수는 고수가 육수에 들어 있다는 게 전제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아마 고수 없는 쌀국수 먹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피시 케이크나 오징어는 생생하게 신선하고 식감이 살아 있어 맛있고, 면도 우리에겐 굉장히 익숙한 소면 스타일이라, 이쯤 되면 거의 후추와 고수를 뿌린 해산물 곰탕이라고 해도 믿겠다 싶었네요. 숙취가 좀 있었는데 😅 깔끔하게 해장 잘하고 왔습니다. 분꽈이가 궁금하신 분들, 호치민 1군에 계신다면 분꽈이 끼엔써이 한 번 방문해 보시라고 추천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