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뷰는 광고나 협찬이 아닙니다. 지연, 학연, 혈연도 없습니다.)
얼마 전 더현대 서울을 점심시간에 찾았습니다. 더현대 안에 있는 음식점들은 그럭저럭 맛이나 퀄리티는 나쁘지 않지만, 또 그렇게 만족스럽지도 않다 보니 가성비가 너무 낮아서 좀 꺼리게 되는, '비싼 푸드코트 같다'는 느낌이 있어요. 어차피 사람 바글바글하게 몰릴 거면, 차라리 더현대 바깥 맛있는 곳에서 밥을 먹자는 얘기에 솔깃해져서 여의도 영원식당에 쫄래쫄래 따라갔습니다.
영원식당
서울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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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역 1번 출구에서 나오자마자 좌로 꺾어 직진하면 3분 내로 갈 수 있습니다. 서울 구도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스타일의 낡은 상가 건물 2층에 있어요. 밖에 작게 간판도 보이고, 지도 앱 시키는 대로 따라가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직장인 점심시간을 살짝 넘긴 오후 1시 넘어 방문했더니 이게 웬걸, 저희 빼고 한 두 테이블밖에 없을 정도로 한산해서 속으로 횡재하며 들어갔네요.
메뉴는 길지 않은 편으로, 특히 1인 식사류는 오직 주력인 수제비만이 있는 게 특징입니다. 3인 ~ 4인이 함께 방문한다면 각종 볶음류 등으로 식사를 해도 되겠지만, 원체 수제비가 아주 유명한 집이라 저희는 다른 메뉴 시킬 생각은 못 했습니다. 배가 많이 고팠던지라, 전류도 고민하다가 왠지 더 땡기는 감자전을 주문했어요.
메뉴도 메뉴지만, 누가 뭐래도 영원식당에서 화룡정점을 찍어 주는 것은 밑반찬으로 나오는 겉절이 김치가 아닐까 해요. 후술 하겠지만, 겉절이 먹으러 온다고 할 정도로 맛이 좋습니다. 살짝 심심한 듯, 적당한 간의 음식을 먹으며 매콤 아삭한 겉절이를 함께 하는 게 아주 끝내줍니다.
수제비가 먼저 나올 줄 알았는데, 한참 점심시간이 끝난 이후 새로 해 주시느라 그런지 감자전을 먼저 내주셨습니다. 보기만 해도 겉바속촉할 것 같았던 감자전은, 역시 예상을 배신하지 않았는데요.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하면서도 쫀득해서 이에 달라붙는, 재밌는 식감이 일품인 감자전. 살짝 슴슴하니 짜지 않아 생감자의 푸근하고 달짝지근한 맛이 잘 느껴져 좋고, 간장에 찍어 먹으니 적당히 달콤 짭조름해 아주 맛있었습니다.
이어서 나온 수제비 역시 한껏 기교를 내 화려한 맛이라기보다는, 소박함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소울 푸드와 같은 메뉴였습니다. 국은 전반적으로 계란국인 듯, 집에서 해 먹는 떡국인 듯했고, 짜지 않은 대신 위에 올려진 김 고명이 간을 돕는 느낌이었어요. 수제비 자체의 특징이라면 생각보다 얇았다는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그릇을 다 먹을 때까지 모두 제 모양을 유지하고 있었고, 퍼지거나 뭉그러지지도 않았어요. 두께에 비해 쫀득쫀득해서 이에 남는 식감도 좋았습니다. 그 덕인지, 보통 먹다 보면 금방 물리기 일쑤인 수제비가, 식사 끝까지도 전혀 질리지 않았습니다. 물론 확실히 포만감도 있지만요.
영원식당의 킬포는 아무래도 수제비를 겉절이와 함께 먹는 것이 아닐까 해요. 뜨끈하고 살짝 짭조름한 수제비를 먹다가, 중간중간 자극적인 겉절이를 곁들여 먹을 때마다 입맛이 리셋이 되어 다시 도는 게 느껴집니다.
전반적으로 아주 만족하면서 먹고 온 영원식당. 감자전도 맛있었지만, 개인적으론 간단하게 점심 해결할 땐 삼삼오오 찾아가서 수제비만 먹고 와도 좋을 것 같았어요. 서울 주요 오피스 단지 평균 식대 생각하면 아주 저렴한 식사 가격(9,000원)을 유지하고 있기도 하고, 30년 넘게 운영하면서 이상한 음식이 늘어난다거나, 체인으로 사업 확장이 되면서 양질적으로 아쉬워지는 일 없이, 같은 메뉴에 집중해 완성도 높은 식사를 제공한다는 인상이 들었습니다. 그냥 먹어도 맛있고, 겉절이와 먹으면 환상적인 수제비, 겉바속촉에 감자의 향이 살아 있는 감자전이 있는 좋은 음식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