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종로 부암동의 서울미술관 제1전시실(2층)에서 진행 중인 일본 아트 디렉터 요시다 유니의 사진전 '(Alchemy) +'를 보고 왔습니다. 이 지역 일대에 미술관이나 기념관 등의 시설이 꽤 많은 편인데, 산등성이를 넘으며 예전에 다녀왔던 윤동주 문학관을 지나쳐서 반가운 느낌을 받았네요. 티켓 가격은 성인 기준 20,000원가량으로 저렴하지 않은 편이나, 현재 CJ ONE으로 월간 할인 선택 시 일반 10%, VIP 15% 혜택을 받고 발권이 가능하니 아쉬운 대로 꼭 이용하는 게 좋겠습니다.
참고로 서울미술관은 전시회 발권을 '통합입장권' 방식으로 하고 있는데요. 티켓을 구매하면 요시다 유니 사진전을 포함한 서울미술관 전체를 관람하는 것이 가능하고 (다만 3개 시간대의 별도 예약 입장이 필요한 '더 라이프 오브 지저스' 등 일부 전시는 바로 입장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석파정 산책도 가능하니, 이런 내용까지 티켓 가격에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반대로 석파정 등에 대해 개별 입장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추가 작품들과 함께 돌아온 'YOSHIDA YUNI; Alchemy+'
다녀오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직전 9월까지 'Alchemy'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요시다 유니 사진전을 진행했다고 해요. 누적 관람객 10만을 달성하면서 꽤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는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11월부터 일부 작품이 추가된 지금의 'Alchemy+' 전시가 시작된 셈입니다. 오는 2월 25일까지 진행된다고 하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얼른 다녀오셔야겠습니다.
작가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CG의 도움을 받지 않고, 렌즈 안에 담긴 것들은 모두 독창적인 수작업으로 한 땀 한 땀 만들어 냈다는 점인데요. 특히 초반부의 각종 생과를 사용한 작품들의 경우, 신선도가 절대적으로 중요했을 것을 생각하면 속력과 실력 모두 감탄스러웠습니다. 물론 번뜩이는 독창성도 좋았고요.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 중 과반 이상은 각종 광고, 패션 콘셉트 포토, 앨범 재킷 등의 용도로 만들어진 상업용 사진인데요. 철저하게 대중적인 소비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동시에 특유의 미적 감각으로 차별화가 이루어진 점은 분명 배울만 했습니다. 졸업 작품 만들 때까지만 해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의 아름다운 디자인이 가능했던 전공자 친구들을 데려다 놓고, 정작 사회에서는 탬플릿으로 찍어낸 듯 "트렌디"한 작업물만 쏟아내게 만드는 국내 시각 디자인 계열과 비교가 되는 것도 약간은 씁쓸했고요. 여러 측면에서 갇힌 사회인 일본을 갈라파고스 같다고 말하기는 하지만, 이럴 때 보면 또 그런 폐쇄성이 있어 독창성 있는 작풍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메인 전시장 한 가운데엔 준비 과정의 콘티라던가, 작업에 사용한 소품들, 편집 과정을 설명해 주는 기타 전시품들도 많이 있습니다. 요시다 유니 본인이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는지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전시 후반부에는 이번에 새로 추가된 요시다의 개인 작품들, 영화 '키리에의 노래' 포스터 작업 사진도 만나볼 수 있는데요. 절묘하게 놓인 카메라 앵글로만 볼 수 있는 독특함이 인상적입니다. 그 옆에서는 제작 과정과 인터뷰를 담은 영상들이 나오고 있어 본인이 작품 해설을 해 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3층부터는 석파정 & 서울미술관 투어!
3층으로 가는 계단을 따라 요시다 유니 사진전 기념품 가게와 셀피 존까지 지나면, 이제 서울미술관에서 소장한 전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요. 현재는 '순수의 전조'라는 테마로, 어린 아이가 그린 듯한 동화 풍의 국내 화백 작품들이 여럿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제 개관 12년차가 된 석파정 서울미술관의 안병관 회장은 이중섭의 그림에 매료되어 미술관까지 차리게 된 것으로 유명하다고 하는데요. 아쉽게도 이중섭 작품을 많이 찾아볼 수는 없었지만, 대신 그런 안 회장의 취향이 보이는 친숙한 그림들도 함께 있었습니다.
그렇게 4층까지 올라가면 석파정 출입구가 나오는데요. 조선 후기 중신 김흥근이 지었고, 이후 집권한 흥선대원군이 별장으로 사용한 것으로 유명한 유형문화재로, 일대의 아름다운 경관과 건축물들을 만날 수 있는 야외공원입니다. 입장 시 구매했던 통합입장권 확인이 필요하고요. 실내를 주욱 돌면서 전시를 보다가, 시원한 바깥 공기와 함께 정원의 탁 트인 경치를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마치며...
처음엔 요시다 유니가 누군지도, 전시가 어디서 열리는 지도 모르고 방문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양의 다양한 작품들을 즐겁게 보고 올 수 있어 좋았던 서울미술관. 저는 두 개의 전시와 문화재 산책까지, 마치 패키지와 같은 느낌으로 둘러 보고 왔는데요. 현재 진행 중인 'Alchemy+' 사진전이 마음에 드셨거나, 아니면 이후 더 마음에 드는 전시가 진행된다면 한 번쯤 석파정 서울미술관 나들이 다녀 오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