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평 요약 : 6.5/10, 추천!
미래는 불투명, 고전적 가치가 전부 무너져 내린 현대 사회 속에서, 근근이 버티며 살아가는 'n포 세대'에게 전하는 자상한 위로의 메시지. 아이보다는 성인 타깃의 영화로, 짱구를 좋아하는 어른이라면 극장에서도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
통째 3D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짱구는 못말려'
일본에서는 작년 8월에 개봉, 국내에서는 크리스마스 직전에 등장한 '신차원! 짱구는 못말려 더 무비: 초능력 대결전 ~날아라 수제김밥~'을 영화관에서 보고 왔습니다. 원래 짱구 극장판 타이틀이 꽤 긴 편이긴 합니다만, 이번 제목은 일본 라이트 노벨부터 애니메이션, 국내 웹소설/웹툰 시장에서까지 확인할 수 있는 '이름 난해하고 길게 짓기' 경향과 같은 느낌으로 조금 더 정신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극장판 짱구를 보신 적이 있으시다면 '신차원! 짱구는 못말려'를 보러 가시더라도 당장 3D 작화가 어색하시진 않을 것 같아요. 이미 이전 애니메이션에서도 속도감 있는 (특히 다인원의) 추격 장면이나 전투 광경 등에서 중간중간 3D 신을 활용하는 일이 잦았기 때문인데요. 이를 한 시간 반 가량의 러닝 타임 전체에 적용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단순히 3D 그래픽으로서의 완성도는 굉장히 높아서 만족스럽습니다. 기존 2D의 만화나 애니메이션과 비교해 이질감도 없고요. 장장 7년에 달한다는 제작 기간이 수긍이 됩니다. 예고편을 보시면 이해가 빠를 것 같네요.
아이보다는 어른에게, 젊은이들에게 던지는 메시지
상상도 못 할 반전을 심는다거나, 이해가 어렵도록 배배 꼬아서 내용을 전달하는 일이 없는 시리즈의 특징은 '신차원! 짱구는 못말려'에서도 이어집니다. 원래 뻔뻔하리만치 당찬 돌직구식 연출로 재미를 주고, 감동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스토리텔링의 작품이다 보니 자연스레 타깃층이 어린이 내지는 가족으로 넘어가게 되었고, 그래서 점차 순한 맛의 애니메이션이 되어온 것도 사실인데요. 다만 이번 작품 한정으로는 저연령층보다는, 어린 시절 짱구를 보고 자란 20대 ~ 40대 사이의 어른들이 메인 타깃이라는 느낌이 굉장히 강합니다. 예전 코믹스에 비하자면야 순화되어 있긴 합니다만 여전히 꽤 저질스러운 농담 따먹기와 코미디 요소는 물론이고, 무엇보다 영화 자체가 이전 작품들에 비해 굉장히 현실적인 편이기 때문인데요. 애초에 상대 악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 '사토리 세대'의 슬픔을 공감, 아니 최소한 이해라도 할 수 있는 사전 지식이 필요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사실 역으로 어린이들이 본다면 기존 극장판 대비 재밌게 즐기는 것은 조금 힘들 것 같습니다.
국내 관객의 경우 'n포 세대'로 대변되는 청년 문제가 결코 멀지 않기 때문에 영화의 줄거리와 던져지는 메시지가 그리 어렵지 않게 와닿으실 겁니다. 영화에서 사악한 힘을 얻어 각성하는 빌런 '음지남'은 극단적인 청년 패배자로 그려지는데요. 어려운 가정사, 학창 시절을 겪고 자랐고, 변변한 직장 없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남들에게 무시당하는 삶을 살고 있으니, 미래 따위는 생각할 틈도 없이 현실조차 무너져 있는 실패자로 낙인찍혀 마음속까지 병들어 있습니다. 그런 인물에게 가공할 초능력이 생겼으니 사회에 위협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단순히 그를 악한으로만 치부하기엔 어딘가 씁쓸하고 안타까운 구석이 있습니다. 우연히 얻은 힘에 잠식당하면서, 당면한 문제들 같은 것은 해결하기는커녕 더욱더 키우기만 하고, 졸지엔 배후의 흑막에게 이용당하면서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폭주하게 되죠. 물론 이후엔 예상대로 그와 달리 선한 힘을 얻게 되는 짱구 가족에 의해 제압되면서 본래의 자신을 되찾게 됩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이런 음지남의 슬픔을 짱구가 다독여 주고 위로해 주는 것이 줄거리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 하나 편 들어주고 기댈 이 하나 없는 음지남에게, 영원한 다섯 살 꼬맹이인 짱구가 절친("깐부")을 자처하며, 과거에 맞서 함께 싸워주고 현실에서 발 딛을 용기를 북돋아주고 있죠. 물론 이후에도 음지남의 암울한 현실, 불투명한 미래는 전혀 변한 것이 없기에, 어딘가 찜찜하고 불안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스크린 넘어 관객들에게 전하는 짱구와 가족들의 희망의 메시지는 충분히 따뜻했습니다.
P.S.
'신차원! 짱구는 못말려 더 무비: 초능력 대결전 ~날아라 수제김밥~'에는 쿠키가 없습니다. 일본판에는 존재한다고 하는데, 차기작 관련 내용이 엮여 있어서 그런지 국내에서는 편집된 것 같아 안타깝네요. 그래도 엔딩 크레딧이 크레용 신짱 만화책처럼 꾸며져 있어 보는 게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