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평 요약 : 5.5/10, 나쁘지 않아요.
아담 샌들러의 Happy Madison Productions에서 만든 온 가족용 애니메이션. 성인의 시각에서 B급 정서의 코미디는 즐겁지만, 크레딧을 제외한 90분 남짓의 러닝 타임을 정작 타깃층인 아이들이 온전히 집중할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는지는 미지수.
초등학교의 교내 펫 레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뮤지컬 드라마
얼마 전 공개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레오는 어린이들을 위한 가족 영화입니다. 초등학교 졸업반에 접어들면서 학교와 가정에서 다양한 변화와 문제를 겪는 아이들 사이에서, 졸지에 예상 수명의 끝까지 1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74살의 교실 펫 도마뱀 레오(리오)가 모두의 해결사로 활약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영화의 세계 속에서 모든 동물들은 지능이 인간에 근접한 수준으로 그려지며, 말을 할 줄 알지만 사람들에겐 이를 비밀로 하는 것이 불문율로 통하는데요. 이런 금기를 깨고 교내 구성원들과 대화를 하게 된 레오와 친구인 땅거북 스커틀을 중심으로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사건들로 구성되는 줄거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린이 타깃의 영화인 만큼 내용은 전혀 복잡할 게 없고, 그래서 줄거리에 대한 언급이 늘어질수록 스포일러가 많아지는 구조라 조심스럽습니다. 약간의 드라마, 최소한의 위기는 있지만 전혀 어둡지 않고요. 아주 밝고 쾌활한 영화입니다. 주요 장면에서 등장인물들이 노래하는 뮤지컬 영화이고, 예상 하셨겠지만 해피 엔딩으로 나아갑니다. 내용 외적인 측면도 살펴보자면, 아담 샌들러의 Happy Madison Productions가 넷플릭스와 공동 제작한 3D 애니메이션인데, 디테일한 표현이 잘 살아있고, 각 캐릭터의 특징도 톡톡 튀게 잘 만든 것이 꼭 픽사나 드림웍스, 일루미네이션 같은 거장급 스튜디오에서 만든 것 같아 인상 깊었습니다.
어린이 타깃의 샌들러식 코미디라는 이질감
저는 아담 샌들러의 B급 코미디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출연으로든, 제작으로든 샌들러 사단이 워낙 많은 작품에 손을 대는 경향이 있어서 필모그래피 내역이 굉장히 길죠. 벤치워머스, 다 큰 녀석들 시리즈, 조한, 픽셀, 클릭 등 대놓고 샌들러 영화임이 보이는 영화들 상당수를 이미 봤고 이름까지 댈 수 있는데도, 못 보고 지나친 영화가 훨씬 더 많습니다. 아예 정면에 등장하지 않고 제작에만 참여한 작품들까지 포함하면 정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요.
사실 그렇기에 레오에서 아쉽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기존작들을 접하지 않았다면 꽤 재미있게 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한 것 높아진 제 기대치가 즐거움을 끌어내리지 않았나 해요. 레오는 어린이들이 주인공인 가족용 애니메이션 영화로, 코미디 수위가 굉장히 낮은데요. 그래서 샌들러 영화 특유의 감성이 변색되다 못해 탈색이 된 느낌입니다. 주연인 두 파충류를 통해 중점적으로 전달하는 농담은 재치 있고 재미있지만 어딘가 많이 아쉽습니다. 못 마실 정도는 아니지만, 얼음 조각이 많이 녹고 김이 어느 정도 빠진 탄산음료라고 할까요.
더더군다나 불쑥불쑥 끼어드는 뮤지컬 넘버는 시청자로 하여금 더욱 정신없게, 몰입을 힘들게 만들고 있어서, '그냥 아이들이 아니라 ADHD를 앓는 아이들을 위한 영화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각 노래들도 의미심장함이나 그 자체로서의 완성도를 어느정도 타협한 느낌이 있고, 단순히 줄거리 진행을 위한 도구인 동시에 재치 있는 농담을 위한 수단으로 쓰이지만, 정작 캐치(catchy) 하지 않고 그렇게까지 재미있지도 않아서 디즈니 등 다른 제작자들의 뮤지컬 영화들과도 비교가 많이 됩니다. 레오에는 보통 어른들은 즐기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 가족 영화의 문제점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분명 존재하고, 이를 통해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목표로 하였지만 결과적으론 아예 통으로 애매해지고 만 케이스가 되지 않았나 합니다.
하지만 이는 저 본인의 개인적인 감상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같이 말씀 드려야겠습니다. 실제 로튼 토마토에서는 80%, IMDb에서는 7/10 정도를 기록하고 있어서, 관객들 사이에서는 딱 "괜찮다", "재미있다", "나쁘지 않다" 정도의 평가를 받는 영화이고요. 국내 왓챠피디아에서도 3.5/5의 나쁘지 않은 점수를 보이고 있습니다. 제 입장에서도 늘어지는 중반 내용을 제외하면, 도입부에서는 흥미 유발에 성공했고, 훈훈한 마무리의 결말도 재미있다고 생각했고요. 아마 취향에 따라서는 굉장히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P.S.
알록달록한 엔딩 크레딧 이후, 마지막 부분에 콘티 작업물을 활용한 짧은 쿠키 비슷한 게 있습니다. 별다른 내용은 없어 스킵하셔도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