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셸던'(Young Sheldon)은 2007년부터 12년 간 인기리에 방영된 미국 드라마 '빅뱅 이론'(The Big Bang Theory)의 스핀오프로, 현재 시즌 7까지 제작이 예정되어 있고, 최근 드디어 한국 넷플릭스에 등록되어 확인이 가능합니다.
사실 직전까지는 국내에선 공식 루트로 시청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넷플릭스 등록 전까진 저도 그냥 기약 없이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우회 경로로 보고 싶지도 않았고, 그렇게 본다 한들 과학 관련 대사가 쏟아지면 이해가 되지 않는 구간이 많을 수 있어 (원전 격인 빅뱅 이론이 그렇습니다.) 그냥 자막이 깔린 공식 서비스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현재 시즌 6까지 전부 한국어 자막을 제공하여 스트리밍 가능하기 때문에, 이제 말 그대로 빈지(binge-watching) 할 수 있게 되었죠.
개인평 요약 : 8/10, 매우 추천!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가족 드라마로, 빅뱅 이론에 친숙하지 않아도 재미있게 볼 수 있어요.
감상을 한 짤로 요약하면 그냥 위와 같습니다. 부연하자면, 프로그램 명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영 셸던은 빅뱅 이론의 주연 중 셸던 쿠퍼의 어린 시절을 다루는 캐릭터 자서전적 작품입니다. 그래서 나레이터로 '성인 셸던' 역의 배우 짐 파슨스(Jim Parsons)가 별도로 있고요. 저같은 빅뱅 이론 팬에겐 이 드라마는 말 그대로 클리셰 덩어리나 다름 없습니다. 다만 나쁜 의미는 아니고요. 빅뱅 이론을 보면서 즐겼던 주인공들, 특히 셸던과 쿠퍼 일가 캐릭터들의 친숙했던 설정을, 이번에는 실제 라이브 액션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재미 포인트라고 해야 할 것 같네요.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영 셸던 자체의 제작을 위해 빅뱅 이론에서의 설정 상당수가 망가진 것은 솔직히 안타깝습니다. 빅뱅 이론 자체가 과몰입 수준의 세세한 설정을 기반으로 하고, 이 덕에 스핀오프까지 가능했기 때문에 과거와 전혀 다른 설명이 생각보다 굉장히 많아 종종 눈에 걸립니다. 이런 내용들은 사실 팬이나 리뷰어들에 의해 아예 정리가 되어 있기도 합니다.
정말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지만 당장 하나만 꼽아 보자면, 성인이 되어서도 "나를 밟아 죽일 수 있는 수준의 인파 앞에서는 연설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주 설정으로 제공되는 빅뱅 이론에서와 달리, 영 셸던에서 열 살 꼬마 셸던은 학내 선거 연설, 졸업 연설 같은 무대에서 너무나 쉽고 편하게 마이크를 잡는 모습을 보여 사실상 기존 설정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셸든이 공황과 기절까지 겪을 정도의 무대 공포를 십 수년 간의 에피소드를 진행하며 극복해 가는 과정이 빅뱅 이론의 스토리라인에서 꽤 작지 않은 비중으로 등장하는 만큼, 기존 시리즈 팬들은 굉장히 의아하게 여길 수 있는 포인트이기도 하고요. 이런 식의 크고 작은 변경이 꽤 많은데요, 기존 빅뱅이론에서 등장인물들(특히 셸던)이 원 설정을 무시하는 만화의 리메이크 등에 혹평하는 콩트 같은 모습을 간혹 보여주었기 때문에, 미래를 본 자아 성찰로 보여 우습기도 합니다.
비록 거슬리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런 세세한 결함을 잠시 무시하면, 일단 영 셸던이 가볍게 보기 좋은 가족용 드라마라는 점은 사실입니다. 과학과 너드(nerd) 문화에서 한 발짝 물러서서, 90년대 초~중반 텍사스의 평범하면서도 비범한 가정을 중심적으로 그려내는 따뜻한 서사로, 미국/텍사스판 '응답하라' 시리즈 같은 느낌을 줍니다. 빅뱅 이론을 재미있게 보았던 경험이 있거나, 담백한 가족 코미디의 미드를 찾는 분, 특히 넷플릭스를 구독 중이라면 영 셸든을 한 번쯤 시도해 보아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