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김치의 나라는 넷플릭스에서 국물의 나라 이후 추가된 후속작입니다. 참고로 KBS2에서도 편성되어, 9월부터 방영 시작한 음식 다큐멘터리 'K FOOD SHOW 맛의 나라' 시리즈의 첫 2개 편이기도 하며, 제목부터 너무나 뻔하지만 김치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KBS 웹사이트에서도 무료로 다시 보기 할 수 있습니다.
개인평 요약 : 4/10, 흘러가듯 보기엔 괜찮지만 별로 재미는 없어요.
제가 주는 점수가 좀 낮지요. 하지만 7부작 한국 요리 다큐의 첫 2개 에피소드로, 소재부터 김치,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닌 한국의 문화인 김치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점수를 후하게 주었습니다.
김치의 나라를 시청하면서 제작진이 과연 이 프로그램의 주 타깃을 누구로 삼았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만일 여러분이 다양한 종류의 김치를 접하기 어렵거나 아예 먹을 수 없는 교민·교포이거나, 먹방을 좋아하고 (무엇보다도) 맛있는 음식점을 방송에서 알아가길 원하는 먹방 애청자라면, 적어도 저보단 이 프로그램을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제인 김치의 역사와 종류, 만드는 법과 보관법, 먹는 모습을 시각 체험 자료라도 되는 것처럼 화려하게 잘 표현해주고 있어, 분명 보는 맛은 있습니다. 다만 그런 비주얼을 촬영 분량 중 상당량을 차지하는 촬영 협조 관계사 실황 보여주기에 쏟아붓고 있어, 우리가 역시 대 PPL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체감을 정통으로 받게 됩니다. 참고로 주요 제작사에 애드리치(광고대행사)가 있으며, 국물의 나라를 통해 마케팅 계열 시상인 에피 어워드에서 수상한 이력이 있습니다. '광고스럽다'라는 감상은 시리즈 전반에서 피할 수 없는 느낌이라는 거겠죠.
교양 다큐멘터리로서, 김치와 관련하여 전달해 주는 다양한 정보는 분명히 알차다는 느낌이 듭니다. 문제는 이를 전달하는 방식, 방송 내용 자체가 너무 작위적으로 다가온다는 점입니다. 세 명의 출연진은 상당수의 활동을 직접 체험기 형식으로 보여 주고 있지만, 식탁에서 음식을 먹는 순간처럼 리얼리티가 필요한 순간에도 대본 상의 정보 전달이 너무 많아 몰입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편집 측면에서도, 현장에서 음식에 대해 설명하고 논평하던 출연자가, 갑자기 스튜디오 인터뷰 형식으로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하는 모습은 이런 이질감을 증폭시키고요. 차라리 등장하지 않는 단일 내레이터가 있는 방식이 집중하기 더 좋겠다고 느꼈을 정도니까요.
보다 나은 K-문화 콘텐츠가 더 많아졌으면...
저는 소위 "국뽕"이라 불리는 한국 문화 콘텐츠에 대해 반발감은 전혀 없는 편인데요. 당장 김치만 해도 어떤가요? 과거엔 일본의 "기무치" 사태, 오늘날은 중국의 문화공정과 같은 황당한 일들을 겪으며 문화적 도용을 겪을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지속적으로 있습니다. "두유 노우 김치?"라는 말이 자국민 비하 용도로 더 많이 쓰이고 있지만, 당장 동아시아에서도 문화적 홍보는 한국이 가장 덜 되고 있다는 게 중론이죠.
그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한국 디지털 콘텐츠의 위상이 최고조에 이른 지금이야말로, 콘텐츠로 한국 문화를 홍보하고, 우리 것을 우리 것이라고 제대로, 당당히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싶은데요. 김치의 나라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내용적인 측면에서 좀 더 고민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네요. 당장 넷플릭스의 해외 푸드 컬처 프로그램들과도 상당히 대비가 되고 있고요. 어쨌거나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K-콘텐츠 제작자들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앞으로 더 좋은 프로그램이 많이 제작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