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평 요약 : 7/10, 추천!
동명의 소설 원작을 기반으로 하는 잔잔한 일상 드라마 영화. 심각한 PMS로 직장에서 도망치듯 나와 비교적 한산한 '쿠리타 과학'에 취직한 '후지사와 미사'가, 음침한 아웃사이더인 후배 '야마조에 타카토시'가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내적 친밀감을 느끼게 되고, 결국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해 가며 챙겨 주는 공생(?) 관계가 되어 서로의 안정감을 북돋아가게 된다는 줄거리의 작품.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걸까?' 싶은 초·중반부부터, 어쩌면 너무나도 뻔하지만, 또 따뜻하고 잔잔한 결말까지, 현대 일본 드라마 장르의 전형 중 하나를 보여주는 작품이 아니었나 해요.
정신질환은 죄가 아니라고? 그래서 그다음엔?
제목부터 너무나도 일본 콘텐츠스러운, 국내 개봉까지 열흘 남짓 남은(9월 18일) 영화 '새벽의 모든'을 어제 시사회에서 먼저 보고 왔습니다. 소설가인 세오 마이코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며, 일본에서는 지난 2월에 먼저 개봉한 작품이고요. 어머니의 혈전증 전력 때문에 피임약을 처방받지 못해 중증의 PMS를 달고 살아가는 주인공 '후지사와 미사'가, 직장 내 후배이면서 태도 문제로 계속 거슬려 왔던 '야마조에 타카토시'가 사실 공황장애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두 인물을 중심으로 피어나는 우정을 그려내는 담담한 드라마예요. 가족 같은 분위기의 작은 중소기업에서의 인물들을 관찰하는 일상물이기에, 사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어느 정도 내용이 예상이 되고, 또 결말까지 그려볼 수 있는 그런 영화가 아니었나 합니다.
외롭고 고독하면서도 바쁘고 지쳐 있는 현대인과 정신질환은 이미 떼려야 뗄 수 없는 사회 담론이 되어 있죠. 영화나 TV 프로그램 등 다양한 콘텐츠에서도 예외는 아닌데요. 당장 국내에서도 (종종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처방이 없더라도 의심군에 있는) 일반인 출연자들의 일상을 보여주고, 이들의 고민거리를 분석해 해결을 돕는 예능도 있고요. (예전에 리뷰하기도 했던)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처럼 (메소드 연기를 통해) 일반적으로는 쉽게 볼 수 없는 정신질환자들의 모습을 그려 내고, 이들을 좀 더 가까이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작품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죠.
본인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혹은 그저 타인을 괴롭히고 죽이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는 식의 사이코패스 인물이 등장하는 영화 따위가 범람하던 시기를 지났다는 생각에 개인적으론 감개무량하기만 한데요. 어쨌거나 이런 흐름은 일본 작품들에서 조금 더 빨리 보여오지 않았나 해요. '누구나 어깨 위에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고, 아무리 강해 보이는 사람도 때론 주변의 격려와 도움, 용서가 필요하다'는 대전제(?)는 일본 드라마에서는 쉽게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본 드라마 장르를 즐겨 보아 오셨던 분들이라면 아마 하나 정도는 떠오르는 작품이 있을 것도 같네요. 궤가 좀 다르긴 합니다만, 저는 새벽의 모든을 보고 나와서 잠시 '심야식당' 생각이 났네요. 이런 작품들은 공감의 정서를 통해 관객을 위로해 주고, 네 잘못이 아니라고 다독여 주는 것이 보통이죠.
다시 돌아와 보자면, 새벽의 모든은 이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간, 아주 따뜻한 치유 영화가 아니었나 해요. 일상의 소소한 기억과 같은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인 만큼 줄거리를 달달 읊어내는 것은 곧 스포일러가 될 터라 어렵습니다만... (뭐 어차피 조회수 구걸하는 블로거들이 전부 스포 하는 게시물들은 흔할 거라, 영화 안 보고도 줄거리를 알고 싶으신 분들은 그쪽 찾아가시는 게 빠르겠죠. 🤭) 두 문제적 인물들이 의외의 사건들을 기점으로 찾은 의외의 인연으로 만들어 가는 의외의 우정을 통해 각자 더 나은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는, 현재의 위로뿐이 아니라 밝은 미래까지 바라보는 내용으로 조금 더 의미 있는 작품 아니었나 합니다. (정신) 질환으로 일상이 흔들리는 경험을 해 보셨던 분들은 물론이고, 삶에 지친 현대인들 모두에게 추천할만한 영화였습니다.
사족으로 저는 작중 주요 배경인 회사 '쿠리타 과학'에 마음을 뺏겼네요. 중소기업이면서도 폭언이나 괴롭힘도 없이 문제적 젊은이들도 배척 없이 포용하고, 모두가 서로를 배려하고 걱정해 주는 분위기의 회사, 당장 퇴사를 하는데도 가스라이팅 하나 없이 진심으로 응원하는 회사라니, (일본 역시 중소 블랙 기업들이 상상 이상인 걸 생각하면...) 이런 게 현실에 있을 리가 없지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습니다만, 그래도 상상만으로 따뜻해지는 설정 아니었나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