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평 요약 : 5.5/10, 추천
시골에서 축사 일을 하면서 먹고사는 '꽝'(Quang)이, 경찰의 현상수배를 피해 호치민 도심으로 아들 '비'(Bi)와 함께 도피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아낸 로드 무비. 가난하고 무지한 빈곤층이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아득바득 살아남는 과정 속에서, 이러나저러나 의지할 구석은 가족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영화.
베트남 시골 극빈층의 삶을 담담히 그리는 서민적인 영화
주요 등장인물이 다섯 명 정도밖에 안 될 정도로 작은 규모의 'My Son Is My Home'(Khi Con Là Nhà, 2017)은, 안타깝지만 한국에서는 (정식 루트로는) 시청할 방법이 없는 베트남 영화입니다. 저는 베트남 여행 중에, 스케줄은 없고 비는 하루 종일 쏟아지는 날 숙소에 박혀서 베트남 넷플릭스로 시청한 작품인데요. 한국어는커녕, 영어로 된 리뷰도 찾기 힘들 정도로 현지에서만 적당히 알려진 내수용 영화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넷플 특성상 영어 자막은 달린 채로 올라와 있어서 볼 수 있었네요. 😅
영화는 작은 스케일의 가족 장르에 어울리는 간단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기도 들지 않는 (베트남 서부의 삼각주 지역으로 보이는) 깡촌에서 살고 있는 주인공 '꽝'(Quang)은, 초등학교 저학년생 나잇대의 아들 '비'(Bi)와 함께 근근이 벌어먹고 사는데요. 병마로 아내를 잃고 둘이서만 지내는 한부모 가정이지만, 이 아버지, 어딘가 나사가 빠져 있고 돼먹지 못한 상태입니다. 축사 일에까지 동원되는 아들을 위해 의식주 환경을 개선하거나, 교육을 위해 힘쓰는 아빠가 아니라, 반대로 아들 앞에서도 동네 처녀와 서로 희롱할 만큼 주책바가지에, 치약 사 오는 걸 잊어 아들에게 "다 똑같으니 비누로 양치하라"(...)며 살림은 뒷전이고요. 그나마 소질이 있는 돼지 번식 일로 야금야금 돈은 벌어 오지만, 심지어 동네 도박판에서 허구한 날 탕진하고 와서 어린 아들에게까지 제발 도박 좀 그만하라고 잔소릴 듣는 한심한 아버지죠.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꽝은 결국 도박판 단속에 나온 당국에 걸리는 것도 모자라 (신원이 특정되어 있음에도...) 도주를 선택하고, 그 과정에서 공안을 밀쳐 내면서 골절상을 입히면서 완전히 현상수배범이 되어 버리고 맙니다. 야밤 중 몰래 집에 가서 공안 몰래 아들을 데려 오고, 자신과 눈이 맞은 (그리고 의외로 굉장히 착한 심성의) 동네 처녀 '린'(Linh)에게 맡긴 채 홀로 도주하려 하지만, 아빠와 떨어지기 싫었던 비가 자신이 짐바구니 사이에 몰래 탑승한 소형 트럭에 그보다 더욱 은밀하게 숨어 타면서 결국 함께 대도시인 호치민 시로 향하게 됩니다. 집이나 돈은커녕, 당장 신을 신발도 없어 맨발로 도심을 횡보하는 두 부자는 이제 먹고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일자리를 찾아 돌아다니기 시작합니다.
가진 거라곤 사랑밖에 없는, 두 부자의 따뜻한 가족애를 그려내는 영화
My Son Is My Home에는 특별한 반전이랄 것 없이, 사실 대부분의 관객이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노숙 생활을 이어 가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극빈층의 삶을 살아가는 두 부자가, 꽝이 현상 수배범인 것을 알아보아 그를 공안에 넘기고 홀로 남은 비를 데려다 구걸하는 데 이용해 먹고자 하는, 추악한 심성을 가지고 있는 노숙자의 계략에 의해 서로 갈라지게 되는 것이 그나마 예측하기 어려웠네요. 하지만 각자 고단한 여정 끝에 두 부자는 눈물겨운 상봉을 하게 되고, 이런 일련의 사건들로 말미암아 비로소 정신을 차리게 된 꽝의 결단으로, 아들을 더 이상 위험에 빠트리지 않기 위해 자신의 모든 여죄를 끌어안고자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죠.
이렇게 무일푼으로 상경해 한바탕 거사(?)를 치룬 뒤, 결국 아무도 병에 걸리거나 다치지 않은 상태로, 서로를 잃어버리지 않았으며, 담담히 결과를 받아들이고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나름의 해피 엔딩을 가지고 있는 My Son Is My Home은, 타이틀 그대로 아버지가 아들에 대한 자신의 부성애를 깨닫는 계기이자, 또 조건 없이 아버지를 따르는 아들의 사랑을 그려 내는 따뜻한 가족애의 영화가 아니었나 합니다. 메콩 델타 투어 같은 걸 가야만 볼 수 있는 베트남 서부의 색다른 깡촌 풍경, 또 신구(新舊)의 독특한 조화를 보이는 호치민 시의 모습을 아름답게 담아내고 있어, 마치 스크린을 통해 잠시 여행 다녀오는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는데요. 자극적인 플롯 구성도, 화려한 시각 장치도 없는 담백한 영화이지만, 보고 난 뒤엔 또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박한 가족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