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평 요약 : 7/10, 추천!
매 에피소드 한 가지의 카레 메뉴를 중심으로 하는 내러티브의, 황당하지만 따뜻하고 코믹한 음식 일드. 일본 정서의 드라마, 코미디에 내성이 없으면 취향을 탈 수 있어요.
일본스러운 느낌을 가득 담은 미니 시리즈 드라마, 카레의 노래!
먹방 문화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한국에선, 보통 음식을 다루는 프로그램은 리얼리티를 표방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우리와는 멀고도 가까운 옆나라 일본에서는, 요리가 매 에피소드의 내터리브 전반을 관통하는 독특한 스타일의 드라마도 상당히 많은데요. 이번 글에서 들고 온 '카레의 노래' (カレーの唄。) 역시 이런 드라마 중 하나로, 이름에서부터 너무나 뻔하게 드러나지만, 카레를 중심으로 한 청춘 코미디입니다. 2020년 드라마로, 한국에선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합니다.
캐릭터 설정부터 황당한데요. 가족의 연도, 마땅한 거주지나 직장도 없이 그저 떠도는, 사토리 세대(悟り世代)의 화신과도 같은 주인공 아마사와 요이치로. 항상 등 뒤에서 불어올 바람을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범상치 않은 차림의 요이치로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것은 다름아닌 카레입니다. "하루 한 끼, 카레를 먹을 수 있으면 만족"한다는 그가, 평범한 대학생 니타의 일상에 아주 제멋대로 파고들면서 벌어지는 해프닝들이 각 에피소드의 중점 이야기가 됩니다.
주인공부터 이런 상태이니, 스토리 자체가 무사할 리 없습니다.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상황이 자주 연출되고, 등장 인물들의 발언도 통통 튀고요. 일본 드라마, 특히 코미디에 익숙치 않은 분들이라면 꽤 난해하게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개인적으론 "오↗늘은 무슨- 말썽을 부릴까, 짱구는 못 말↗려!" 감성으로 봅니다. 감상이 깨지지만 않는다면, 두근두근 이번엔 무슨 일이 있을지, 신나게 몰입하면서 볼 수 있는 게 이런 류의 일본 코미디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다고 무시할 만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카레의 노래에서는 현대의 각 세대가 으레 할 법한 진지한 고민, 현실적인 슬픔을 스크린에 그려내고, 차근차근 풀어 가고 있습니다. 20대, 30대, 부모 세대, 어린이, 노인 할 것 없이 모두가 불안해하고, 슬퍼하고, 행복을 찾지만, 정답은 늘 오리무중,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안개 속을 거니는 것 같은 막막함이 현실을 감싸고 있죠. 이런 와중에 빛나는 것이 요이치로의 삶을 대하는 자세입니다. 얼핏 속절 없이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생각 없는 한량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현실 중심자인 그의 안빈낙도 라이프 스타일, 그리고 특히 사람을 대하는 따뜻한 마음은 등장 인물 모두의 삶을 더 밝게 만들고, 관객인 우리에게도 울림을 줍니다.
참고로 국내 시청자 평점(왓챠피디아)은 5점 만점에 2.7점 정도로, 높은 편은 아닌데요. 해외 평점은 10점 기준 6.7점(IMDb), 7.5점(MDL) 정도로 그렇게 나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론 국내 관람객 평점은 누계가 쌓여도 그렇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 편이라, 말 그대로 한국인 취향 표본 참고 수준으로 보면 될 것 같아요. 어찌됐거나 일단, 저는 내일 점심에 카레를 해 먹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