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한 난이도는 너무하다 싶지만, 고유한 매력이 있는 The Shrouded Isle
스팀 할인 기간에 구매했던 'The Shrouded Isle', 한국어 타이틀이 없지만 (안개 따위로)"뒤덮인 섬", 혹은 "장막의 섬" 정도면 될까 싶기도 하네요. 동사/명사형인 shroud는 뒤덮다, 가리다라는 의미와 함께 장막, 특히 시신을 염습할 때 입히는 수의(壽衣)의 의미도 가지고 있으니 정말 이름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뽑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임은 말 그대로 고립된 섬의 컬트 지도자가 되어 공포 통치로 도민들을 다스리는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인데요. 섬에는 케그니, 요셰프카, 캐드웰, 에퍼슨, 블랙본의 다섯 가문이 있으며, 이들은 각각의 배경 설정을 가지고 무지, 열정, 자제, 참회, 그리고 (게임 내에서는 복종이라고 혼용되기도 하는) 순종이라는 다섯 가지 선행(통치 수치)을 관장하고 있다는 설정입니다. 이들 수치가 주어진 기준보다 내려가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동시에 다섯 가문이 대제사장에게 반기를 들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이 게임의 핵심 운영이에요.
게임에서는 이를 위해 주민들의 선행과 악행을 밝혀내고, 다섯 가문의 주민들을 차출하여 매 시즌 고문으로 임명해 활동시킵니다. 한 시즌은 3개월이며, 각각 세 라운드의 고문 활동을 할 수 있고, 라운드마다 1~3명의 고문을 선택해 활동을 벌이는데 이에 따라 선행 수치가 오르내리며, 선택받은 고문의 가문 충성도는 오르고 그렇지 못한 가문의 충성도는 소폭 하락하죠.
프롤로그에서 볼 수 있듯이, 이렇게 각 시즌을 보내고 나면 고문 중 한 명을 희생 제물로 신에게 바쳐야만 합니다. 이럴 경우 제물이 된 고문의 미덕/죄악 수치가 선행에 반영되며, 해당 가문과의 관계가 악화되기 때문에 잘 관리해줘야 하죠. 이렇듯 매 선택마다 각종 목표치를 수치화하여 읽고 분석해야 하고 관리할 부분이 선행 수치와 가문 충성도 수치로 이원화되어 있기 때문에 초심자에게는 처음에 살짝 까다로울 수 있고요. 또한 이 외에도 랜덤 이벤트인 "전염병"과 (참고로 언덕의 버려진 종탑으로 데려가 물고문을 통해 "정화" 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에게 힌트를 주고, 또 종종 선택을 강요하는 대성당 우편도 있습니다.. 게임 회차를 거듭할수록 가시적인 패턴이 보이기 때문에, 익숙해지면 곧 잘 엔딩과 도전과제를 노릴 수 있으리라 봅니다. 게임이 어렵기는 하나, CCG 게임에서 카드 트래커 쓰듯이 메모장 띄워 놓고 정보들을 적어가며 플레이하면 난이도는 훨씬 내려갈 것 같기는 해요.
딱 쫓겨나지 않을 정도로만 숙달된 The Shrouded Isle 공략
계절 시작 전 가문 화면부터 마주해야 합니다. 각 가문마다 소속 주민의 숫자와 상태가 제각각인데, 가계도 형식이지만 고문 지명 등의 활용에서 인물 간 능력치 차이는 없고요. 다만 게임 설정상 특정 가문의 어느 인물이 가지고 있을 법한 설정상의 미덕/악덕은 존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면 나이가 어린 캐릭터의 경우 악덕의 내용으로 "~은/는 이 일을 하기에 너무 어립니다." 등의 설정이 주어지고 순종 수치가 내려가는 식이죠.
조사 가능 횟수도 보통 1~2회로 가문마다 다른데, 이를 승인(만족도) 수치를 잘 고려하면서 확인해 주어야 합니다. 한 계절에 가문에 대한 첫 번째 조사에서 미덕에는 수치 소모가 없고 악덕에는 -3, 두 번째 조사에서는 각각 -3, -6의 소모가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위처럼 만족 상태에 있을 때는 부담 없이 두 번 조사를 실행해도 문제가 없지만, 음수 상태의 보통 이하라면 고민을 할 필요가 있겠죠. 어차피 후반의 경우에는 전염병 확인 이외에는 조사를 아예 할 일이 없기 때문에 초반이 중요합니다. 한도 내에서 최대한 사용해 주어야 중반이 편해져요.
그래서 보통 미덕 위주로 조사해 주는 것이 여러모로 관리하기 편하고, 특히 첫 봄과 여름에는 2단 조사가 아니라 최대한 많은 인물의 미덕 성향을 오픈해 놓는 것이 좋습니다. 고문으로 임명하여 활동시켰을 때 어차피 일정 확률로 악덕의 내용이 자동으로 드러나는데, 이때는 당연히 가문 승인 수치의 감소가 없어서 여러모로 좋습니다. 또한 미덕이나 악덕이 드러나지 않아도 고문 활동 시에 선행 수치의 증감을 주시한다면 해당 인물의 특성을 대강 짐작할 수 있을 거고요.
무엇보다 위와 같이 초반부를 최대한 편하게 편하게 진행하는 이유는 세 번째 계절부터 전염병 환자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전염병은 미덕의 내용을 대체하는 형식으로 발견되며, 미덕 내용이 비공개 상태일 때는 누가 전염병에 걸렸는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는데요. 말 그대로 전염병이기에 집안 다른 사람들에게 금세 퍼져나가고, 미덕이 악덕 옵션으로 대체되기 때문에 그냥 뒀다가는 전혀 운영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그래서 전염병 환자는 최대한 빠르게 감시탑으로 격리시켜야만 하고요.
당연히 고문 활동은 선행 수치와 가문 만족도를 보면서 눌러줄 거고요. 이는 게임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별로 어려운 문제가 아니기에, 비슷하지만 초심자에게 더 까다로운 희생 제물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희생 제물은 기본적으로 '리버스 고문 활동'이라고 보면 편한데요. 선택된 가문 승인 수치가 내려가고, 나머지 가문의 수치는 소폭 상승하며, 해당 인물이 가지고 있었던 미덕/악덕 수치가 절반 정도로 보정되어 역으로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그냥 고문 활동이 3+@회라고 보는 것이 속 편하죠. 가문 승인 하락 폭이 큰 편인데, 특히 용서받을 법한 가벼운 죄의 인물을 희생시킬 경우 거의 급락하여 -100까지 찍게 될 수 있는 만큼 되도록 중죄인을 선택하도록 합시다.
앞서 언급했듯, 두 계절을 연속으로 한 가문에서 희생자를 내면 문제가 되지만, 한 계절만 건너 뛰어도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1~2개 가문을 집중적으로 괴롭히는 것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해서 한 가문을 전멸시키게 되면 일단 스팀 도전과제 달성(...)이 가능하고, 전멸한 가문은 반항 수준이 되어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죠. 당연히 고문으로 정할 이가 없으므로 고문 활동에서도 배제됩니다. 그래서 한두 명만 남은 집안까지 관리해 주기 까다로워졌을 경우엔 아예 통째로 지워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이후 남은 가문들의 우호도 관리가 편해지거나 하지는 않는데요. 물론 4개 이하의 가문만이 있을 때도 세 명의 고문을 활동시킬 수 있기 때문에 커버되는 범위는 넓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선택받지 못한 가문의 하락폭이 더 커지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고문을 선택했을 때 기본적으로 오르는 각 가문의 관장 선행 수치는 미미한 수준이라 중반~후반인 이때쯤에는 크게 고민할 요소가 되지 못합니다.
게임은 이렇게 기본적으로 각종 수치 관리가 익숙해지면 전염병 말고는 크게 어려운 요소는 없습니다. 사실 전염병이라고 부르지만 증상을 보면 대체로 정작 전염성이 없는 정신질환이거나, 대부분 이교도 수장 기준으로 불온한 사상을 가진 반동분자일 뿐이고, 탑은 이들을 수감해서 심문하고 물고문하여 나에게 이익이 되는 인물로 바꾸는 공간이죠. 전염병은 그냥 두면 가문 내에서 무조건 퍼지기 때문에 격리시켜야 하는데, 감시탑에는 오직 세 자리뿐이어서 처음에는 운영이 까다로운 편입니다. 거기다 감염자를 정석적으로 치유하려면 정화 이전에 심문을 통해 무슨 병인지 알아내야 하는데, 결과가 바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시즌에 나오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가문 조사에서 2차 조사로 병명까지 정확히 알아온 뒤 수감하자마자 바로 정화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무슨 병인지 모르면서 정화시키면 급사할 확률이 있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고요.
간혹 정화를 받은 인물이 자신의 쇠창살 밖으로 나오길 거부하는 경우가 있는데, 환자 숫자가 증가 추세에 있는 경우 골치 아프게 됩니다. '한 시즌 기다리면 나오겠다고 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기다려봤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요. 재차 정화하여 각성자로 만들거나 죽여서 내보내는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각성자는 미덕 항목이 '각성'으로 교체되며, 고문 활동을 해도 이 특성으로는 어떠한 이득도 볼 수 없는데, 콘셉트이자 도전 과제용인 이벤트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참고로 경험상 각성한 인물이 전염병에 걸리는 것은 목격하지 못했네요.
또한 이런저런 이유로 감염자 숫자가 감시탑 수용 가능 선을 넘길 경우에는 필연적으로 집 안에 남길 수밖에 없겠죠. 누구를 탑에 넣고 누구를 남길지 고르는 과정에서 약간의 고민이 필요한데요. 이런 상황에선 보통 두 개 이상의 집안에서 전염병이 산발하는데, 대체로 감염자가 많은 한 집안에 몰두하는 것보다는 골고루 한 명씩 데려와서 치료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일단 고문으로 데려갈 주민들을 한 명이라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혹시나 해서 직접 감염자를 제물로 바쳐봤는데 가문의 분노를 사는 것을 볼 수 있었고요. 때문에 감염자는 일단 치유부터 해야만 합니다.
감시탑은 전염병의 치유 이외의 목적으로도 쓰일 수 있는데, 바로 심문 기능의 활용과 정화를 통한 각성자의 생성 및 가문 몰살 가속화입니다. 사실 각성자의 경우 정상적인 경영 방법으로는 이렇다 할 쓰임새가 없지만요. (이전에는 각성자와 관련해 스팀 도전 과제라도 있었다고 하던데, 현재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가문 몰살의 경우에도 지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가능한 데다 주민의 사망을 운(확률)에 맞기다 보니 활용도가 높지는 않고요. 사실 핵심이 되는 것은 심문입니다. 게임을 하다 보면 전염병 감염자가 세 명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당연히 첨탑에 빈 공간이 생기기 마련이겠죠. 이 자리에 아직 확인되지 않은 미덕/악덕이 남은 주민을 넣고 심문하게 되면 비용 없이 돌아오는 계절에 조사가 가능한 셈인 것입니다. 미덕이 드러나지 않은 주민을 심문했는데 알고 보니 전염병에 감염된 인물이더라 하는 뜻밖의 행운도 종종 연출되는 만큼 감시탑에 빈자리가 생기지 않도록 운영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우측 상단에서는 신의 계시(지시)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위의 화면에서 볼 수 있듯이 신이 요구하는 선행 수치는 다른 수치들에 비해 최저선이 높게 형성되며, 요구하는 제물이 있을 경우 이에 해당하는 인물을 바치면 지시 내용이 리셋됩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가문 승인이나 선행 수치에 빨간 불이 들어온 것처럼 한 시즌 동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고 해서 당장 패배하는 것은 아니기에, 차분하게 달성하면 되겠습니다.
또한 게임을 하다 보면 약 세 계절에 두 번 정도의 이벤트(우편 등)가 있는데요. 대부분은 랜덤 발동이지만, 특정 인물을 제물로 바치는 등의 사건 이후에 무조건 돌아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게임을 몇 회 반복하다 보면 어떤 이벤트가 있으며, 특정 항목이 무슨 결과를 불러오는지 알 수 있는데, (물론 항목에 커서를 올려도 대략 확인이 가능하지만, 간혹 "???"로 결과물이 가려진 경우도 있습니다.) 이해도가 높아지면 자신의 현 상황에 맞는 항목을 그때그때 선택할 수 있으므로 나름 활용도가 높습니다. 직접 눌러보고 반복 학습하는 것이 답이겠죠.
엔딩 한 두 개 보기는 어렵지 않지만... 100% 달성은 아주 까다로워요.
어떻게든 엔딩에 도달하고, 나오는 컷신이 전부 끝나면 위와 같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예시로 들고 온 건 단순히 끝까지 통치권 유지에 성공했을 때 뜨는 승리 엔딩입니다. 1년이 4계절이기에 5년간 희생시킨 주민은 20명인 셈이죠. 물론 희생된 주민 숫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는데, 감시탑에서 "정화"를 받던 수감자가 사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한 번으로 죽지는 않고, 두 계절을 연속으로 담금질 당했을 때 확률적으로 죽는 듯합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주민이 죽게 되면 해당 가문이 노발대발하여 만족도가 뚝뚝 떨어져서 게임을 플레이하기 굉장히 힘들어지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해요. 나중에는 체르노보그(게임 내 종교의 신으로, 슬라브 신화 죽음의 신이며 문자 그대로 '검은 신')의 지시에 맞추어주는 플레이 등을 하게 되면, 한 가문에서 연속으로 두 명의 제물을 바치는 등의 행동도 할 수 있기 때문에 가문 우호도를 유지하기 힘들 수 있는데, 후반에는 감시탑에서까지 희생자가 생기면 답이 없을 게 뻔하기에, 특정 엔딩을 목표로 한다면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컷신이라고 딱히 고화질의 영상이 준비되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역시 특유의 감성을 잘 살려서 박진감 있는 연출을 보여주기에 꽤 볼만합니다. 게임 자체가 전반적으로 그로테스크한 아트와, 나름 몰입감 있는 음향이 장점이지만, 아트의 개성이 돋보이는 채색으로 화면 설정을 하면 눈이 금방 피로해진다는 단점이 있고요. 또한 패턴이 눈에 익기 시작하고 나면 게임 난이도가 하락한다는 것이 체감상 느껴지는 데다가, 엔딩과 도전과제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특히 도전과제는 16개로 타 게임들에 비해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죠.) 숙달 이후 게임이 금방 정리된다는 평가가 있기도 합니다. 물론 스팀 게임을 도전 과제 100% 달성을 목표로 플레이하시는 분들이라면 플레이 타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습니다. 방식이야 어쨌거나 게임의 개성이 강하고 재미있기 때문에 구매에는 손색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