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을 파도 한 우물만 파라!"
한 가지에 타인들은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정말 몰입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번 리뷰에서 다룰 '게임개발 스토리'를 개발한 일본의 카이로소프트가 바로 그런 자세의 게임사가 아닌가 하는데요. 카이로소프트의 게임 목록을 보면 알 수 있듯, 거의 대부분의 게임이 '~ 스토리'라는 이름의 2D 탑뷰의 경영 시뮬레이션, 타이쿤류 게임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양산형 게임들로만 취급하면 조금은 서글픈데요. 게임개발 스토리의 모작인 '게임 발전 도상국'(ゲーム発展途上国)의 경우 무려 1997년 출시되었고, 이후 시리즈를 거듭하여 지금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뭔가, 양산을 하긴 했는데 남의 것을 카피한 게 아니라, 자신들이 쌓아 온 노하우로 다양한 모티브의 게임 타이틀을 꾸준히 내 놓았다고 보아야겠죠. 어쨌거나 PC판의 개발작들은 오래되기도 오래되었거니와 한글화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본어에 능통하면서도 일본 게임에 관심이 있고, 특히 그중에서도 국내 미출시작에 관심이 있는 혼모노 중의 혼모노 게이머(유독 일본 문화에 푹 빠지신 분들이 이런 케이스가 많은듯...)가 아니라면 게임의 존재를 알기도 쉽지 않았을 겁니다. 모바일의 경우도 사실 마찬가지인데, 게임개발 스토리는 2010년 모바일 게임 시장의 붐과 함께 스마트 디바이스 플랫폼으로 이식됐으며, 한글화는 2016년 9월에 이루어진 만큼 한국에 제대로 알려지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양대 앱 마켓 순위를 종종 보다 보면, 선불형 게임 쪽에서는 카이로 게임들이 상위권에 마크 되는 경우가 꽤 되는데요. (신작이 나왔다던가, 할인 기간이라던가...) 어떻게 보면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때를 기다린 카이로소프트의 장인(?) 정신이 대세를 만나 주목을 받는 형국일 수도 있겠네요.
참고로 저는 PC, 모바일 가리지 않고 카이로소프트 게임을 많이 보유하고 있고, 게임개발 스토리도 양쪽에 다 가지고 있긴 합니다만, 이번 리뷰는 모바일판 게임개발 스토리 플레이 이후 작성되어 있습니다. 애초에 게임이 워낙 단순해서 PC 버전 역시 별 차이가 없어요.
소형 게임사의 현실을 그린 게임개발 스토리
'게임개발 스토리'는 모바일/캐주얼 게임의 대원칙을 잘 지키고 있는데요. 조작이 간편하고, 어렵지 않으면서도 액션이 직관적이죠. 같은 카이로 게임들 중에서도 이런 점들이 두드러지는 타이틀 중 하나입니다. 진행은 (고속 설정 기준으로) 꽤 박진감이 느껴질 정도로 빠르고, 목표와 보상, 패널티가 확실합니다. 아주 쉽고 재밌는 게임이에요.
타이쿤 게임인 만큼 "게임개발"을 다룬다고 해서 직접 내용물에 간섭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는 말 그대로 경영을 맡은 "사장님"이고요. 다만 사실상 개발의 모든 일을 주도하여 관장하므로, 동시에 총괄 디렉터 같은 직책을 겸임했다, 정도로 볼 수도 있겠네요. 가진 인력과 자금 내에서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장르의 게임을 잘 선정하여 출시하고, 이를 평가받고 팔아서 회사를 확장하고 더 나은 게임을 만들어내는 것이 이 게임의 가장 기본적인 목표입니다.
회사에서 개발한 게임의 퀄리티는 재미, 독창성, 그래픽, 사운드의 네 가지 단순화된 영역으로 나뉘어 평가받는데요. 이는 물론 회사가 가진 인력의 숫자와 능력치에 비례합니다. 때문에 초반에는 대체로 조악한 품질의 게임을 내세워 꾸역꾸역 자본금을 확보해야 하며, 어디서 GOTY 수상은 커녕 벌금 페널티 상을 피하는 게 우선 목표가 됩니다. (물론 진짜 어지간히 일부러 망치지 않는 이상 받기가 힘들지만요.) 때문에 초반에는 보통 가성비가 좋은 게임 콘솔을 선택하게 되고, 프로젝트 착수 시 서로 잘 어울리는 게임 장르, 소재를 적절히 뽑는 것이 꽤 중요합니다.
물론 자체 개발을 하지 않고 일감을 수주받아 돈을 벌 수도 있는데요. (굉장히 현실감 넘지는 중소기업의 자화상...) 데드라인을 지키지 못하면 한 푼도 받을 수 없으며 회사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신작 게임을 내지 않는 기간만큼 고객들과는 멀어지게 되므로 꽤 신중하게 골라야 합니다.
꾸역꾸역 회사를 발전시켜 나가다 보면 게임 역시 점점 진보하는데, 일정 평점을 넘은 게임은 위의 화면처럼 전당에 등록되는 영광을 누리게 됩니다. 사무실이 3단계까지 확장된 이후에는 이렇게 전당에 오른 게임의 속편을 만들 수 있고요. 기존의 작품성과 수익성이 보장된 만큼 좀 더 수월할 수는 있겠으나, 세이브 수치 아이템이나 외주 등을 통해 무리하게 전당에 등록된 게임의 경우 당연히 바로 재개발에 돌입하면 저평가를 받고 전당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근자감으로 너무 조급하게 속편을 내려고 하지는 않는 게 좋습니다.
이렇게 게임 회사를 운영한지 20년이 지나면 자신의 그간 실적 총평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후에도 게임 진행이 가능하고 게임 개발과 출시가 가능하지만, 사실상의 엔딩인 셈이죠. 게임은 게임이니 만큼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게이머의 입장에서는 게임 개발 과정에 어떤 직군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어떤 사항이 고려되는지 간접적으로나마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하나의 방식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감상의 게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