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 그 자체에 집중한 어드벤처, 밸리(Valley)
할인 덕에 3,070원이라는 매우 저렴한 가격과 (작성일 기준으론 정가가 20,500원이었는데, 현재는 15,500원으로 내려갔네요.) 특유의 분위기에 이끌려 구매하게 된 <Valley>는 어렵지 않은 1인칭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싱글 플레이만을 지원하는 선형적 스토리의 게임으로, 엔딩을 확인하기까지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요. 다만 볼륨에 비해 정가는 좀 묵직한 느낌이기에 저처럼 할인 기간을 노리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게임 자체는, 적어도 플레이하는 동안은 보고, 듣고, 읽는 재미가 확실합니다. 스팀판으로 오직 영어만을 지원하는 게임이지만 유저 한글화가 되어있는데, 내용 진행상 수시로 나오는 주인공의 생각들, 그리고 지도상의 많은 곳에서 읽을 수 있는, 혹은 읽어야 하는 텍스트가 많기 때문에 시작 전에 한글 패치를 꼭 챙겨주도록 합시다. 참고로 저는 한글 패치 존재를 모르고 그냥 진행해서 시간을 더 많이 잡아먹게 되었네요. (그래봐야 2회/4시간 클리어로 굉장히 짧은 편입니다.)
오늘은 네가 고고학자! 마법의 계곡의 비밀을 풀어내라!
고고학을 하는 주인공이 전설 속 '생명의 씨앗'을 찾기 위해 로키산맥을 탐사하던 도중 급류에 휩싸여 고대인의 흔적이 남아있는 어느 골짜기(Valley)에 들어서게 되면서 게임이 시작되는데요. 그렇게 현대인의 손이 닿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계곡에는 놀랍게도 버려진 미군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버려진 트럭의 박스에서 주인공은 일종의 신체 강화 장비인 'L.E.A.F' 슈트와, '버지니아'라는 어느 여성의 녹음 파일을 얻게 되고 이를 통해 본격적으로 계곡 탐사에 나서게 됩니다.
탐험을 통해 주인공은 미군이 이곳에서 '맨해튼 프로젝트'와 비슷한 대량살상무기 개발 실험을 진행했음을 알게 되는데요. 또한 미지의 이유로 모든 시설이 인간의 손을 떠나 방치되어 있으나 계속 가동되고 있으며,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서서히 계곡 전체의 생명력을 좀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이 자신이 지금까지 얻은 것들을 토대로 하여 끔찍한 종말을 막고자 발 벗고 뛰는 것이 줄거리의 핵심입니다.
퍼즐은 최대한 캐주얼하게... 전투는 (거의) 없지만, 액션이 신나는 어드벤처 경험
언급했듯이 게임은 전반적으로 굉장히 쉬운 수준입니다. 전투도 거의 없다시피 하고, 퍼즐도 매우 쉬운 편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말하는 모험이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고고학 답사라고 보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그렇다고 게임이 지나치게 루즈하진 않습니다. 특히 L.E.A.F 수트의 속도감과 역동성을 강조하여, 전투를 중심으로 하는 기존의 어드벤처 게임들의 액션성과 어느 정도 박자를 맞췄는데요. 이에 수반되는 시각적, 청각적 효과들 역시 훌륭한 수준입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여기에서 의외의 복병을 만났는데요. 더운 날씨에 이 속도감과 역동성을 주체하지 못하고 마일드한 3D 멀미를 경험하게 된 것입니다. 주인공은 로봇 다리를 장착하여 키가 더 커졌음이 분명함에도 뭔가 눈이 배꼽 아래 달린 듯이 깔려있는 카메라는 어지러움을 한층 가중시켰습니다. 게임을 2회에 나누어 클리어하게 된 가장 큰 이유입니다.
또한 게임은 '알아가는 재미'를 강조하고 있는데요. 메인 스토리부터 계곡을 구성하는 요정들(Daemon) 같은 소소한 존재들에 대한 사실, L.E.A.F 슈트의 개발 배경이나 각각의 기능들에 대한 설정 등 플레이어가 확인할 수 있는 수많은 정보들이 존재합니다.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내용 자체에 이질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면 진지하게 몰입하여 플레이하기 좋은 게임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개인적으로 이 게임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직립보행 가젤의 아름다운 계곡 탐험'이라 부르고 싶네요. 힐링 되는 탐험이나, 진지하고 잘 짜인 스토리를 원하지만 살벌한 전투 액션 혹은 높은 난이도의 게임을 꺼린다면 한 번쯤 플레이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