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굴리는 지하철 노선도, Mini Metro!
이번 리뷰로는, 예전 스팀 할인 기간 라이브러리 자리를 꿰찬 수많은 게임 중 하나인 '미니 메트로'(Mini Metro)를 가지고 왔습니다. 타이틀 그대로 세계 여러 도시의 지하철/전철을 운영하는 게임으로, 복잡하지도 않고 화려한 일러스트 같은 볼거리도 없지만 재미있고 중독성 있는 게임이에요. 좋은 기획으로 승부하는 게임의 사례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사실 이전부터, 특히 모바일에서 구매를 고려했었는데 "조작이 별로다"라는 악평이 많다 보니 조금 망설이게 됐던 기억이 납니다. 가격의 경우 모바일 정가가 스팀 판이 절반 수준으로 확실히 저렴한 편이지만, '아무래도 조작이 별로라면 같은 게임을 해도 마우스로 하는 게 낫겠지?' 하는 생각에 PC 버전으로 사서 플레이했네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익숙해지기 전에는 조작이 불편한 것은 PC판도 크게 차이는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무슨 큰 문제가 있느냐 하는 것이냐면 그것도 아니고요. 역간 노선 설계는 매우 직관적이기에 처음 사용자의 경우에도 전체 플레이 시간의 90%가량은 아무런 문제를 겪지 않을 겁니다. 단 하나, 이미 연결되어 있는 역간의 노선을 취소하는 것이 무진장 불편하다는 것만 빼면 말이죠. 다만 (고득점·고난도에 집중하는 플레이어가 아니라면) 익숙해지면 할만하기에 고작 이 정도 문제로 혹평을 받기에는 좀 억울하지 않나 싶어요.
처음에 뭘 누른 것이 없는데도 켜자마자 튜토리얼 게임이 바로 시작되어 살짝 당황했던 기억이 나네요. 게임이 워낙 직관적이기에 딱히 튜토리얼이 필요 없는 수준이고, 바꿔 말하면 본게임과 튜토리얼의 난이도 차이가 사실상 없었습니다. 평상시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노선도를 한 번이라도 유심히 본 경험이 있는 사람 정도라면 바로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요.
시작하면 플레이어에게는 각각 3개 정도의 배치 가능한 노선과 강을 가로지를 수 있게 하는 터널/다리, 운행할 열차를 받습니다. 역시 지도상에는 노선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3개가량의 역이 주어지는데 이들 사이를 연결하여 승객을 원하는 유형의 역에 실어다 나르면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랜덤한 위치에 역이 추가되고, 신규 노선을 내거나 기존 노선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연결해서 운행하면 되죠.
오른쪽 상단의 시계 기준으로 한 주가 지나면 소정의 열차가 주어지고 추가 노선, 터널/다리, 열차에 부착하는 객차, 역의 수용량을 높여주는 교차역 등을 추가로 선택해 받을 수 있습니다. 역은 산발하는 반면 기반 시설은 제한적으로만 제공되기 때문에 노선 운영에 있어선 무조건 효율성이 생명입니다.
처음에는 삼각, 사각, 원형의 세 가지 역/승객 유형만 존재하나, 시간이 지나면 위 캡처 화면의 마름모 역처럼 새로운 유형의 역이 생기거나 기존의 역이 변형되어 등장하는데요. 일반적 유형의 승객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특수한 역을 찾는 손님의 경우에는 여러 번의 환승 등으로 정체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보니 노선을 효율적으로 깔아주어야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역들이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른다는 것, 그리고 기존에 있던 노선을 쉽게 포기하고 수정할 수가 없다는 점이 골칫거리로 다가오죠. 앞서 언급했던 조작의 문제뿐만 아니라, 플레이어 본인이 설계한 노선도의 관점에서도 기존에 잘 운행되던 노선을 단지 신규 역 하나 때문에 날리고 다시 깔기가 그렇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일반 모드 기준으로 한 개의 역에 너무 많은 승객이 대기하는 상태에서 타이머가 끝까지 돌게 되었을 때 게임이 끝나게 되는데요. 이렇게 게임 오버 되면 스코어(실어 나른 승객 숫자)가 기록되고, 특정 도시에서 일정 점수를 달성하면 다른 도시가 플레이 가능하게끔 개방됩니다. 물론 스코어는 집계되어 유저 순위 차트에 오르는데, 상위 플레이어들의 수치는 정말 높아서 일부의 경우 '어뷰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네요. 항상 퍼즐이나 카드 게임은 이럴 때 보면 재능의 영역 아닌가 싶어지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