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벤트의 글이 아닌 아카이빙입니다. 콘서트는 2019년 4월에 있었어요.)
고맙게도 생일에 동생이 선물해준 표로 함께 와우 오케스트라에 다녀왔습니다. 사실 음악은 정말 좋아하지만 금전적으로 부담이 되기도 하고 귀찮아서 콘서트에는 거의 가 본 적이 없는데, 와우는커녕 게임도 잘 하지 않는 동생이 표도 사주고 같이 가 줘서 감사히 따라갔습니다.
KBS 홀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눈에 띄었던 것은 코스프레 팀 '스파이럴 캣츠' 분들이었습니다. 코스프레는 잘 모르는데 정말 준비가 엄청나다는 게 보기만 해도 느껴지더라고요.
특히 굴단 의상은 정말...
그리고 거진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했으나 이미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았습니다. 콘서트 플레이북 판매열이 너무 길었는데 실제로 조금 늦게 오신 분들은 기다리다 힘들어서 나중에 인터미션 때 구매했다는 리뷰도 남기셨네요. 이런 이벤트가 흔치 않으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고, 특히 게임 사운드트랙 콘서트는 요즘에야 (국내 게임사들이나 서브컬쳐 회사들에서 지나칠 정도로 많이 하고 있어서) 흔하지만 당시에는 거의 새로운 시도였기에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겠다 싶기도 하네요.
플레이북 자체는 작은 원화 아트북에 공연 순서지를 섞어놓은 느낌이고 사실 큰 의미는 없었습니다. 대신 "탈것 주냐?", "펫 주냐?"로 대표되는 와우저 감성을 노렸는데요. 플레이북을 사면 '꼬마 라그나로스' 펫 코드와 얼라이언스/호드 양면 카드, 그리고 진영 배지를 함께 줬습니다. 가격 대비 혜자는 아니지만 나름 괜찮은 구성인 것 같아요. 실물 굿즈는 어디 갔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꼬마 라그는 지금도 제 와우 계정에 잘 귀속되어 있습니다.
공연 중에는 당연히 녹음이나 촬영이 일절 불가능해서 입장 뒤에는 콘서트 자체에 집중했습니다. 전반적으로 기대보다 만족스럽게 듣고 와서 기분이 좋았는데 하루 지나 후기를 보니 악평이 생각보다 많길래 약간 의아했던 부분도 있습니다. 공연 실황은 아래 기사의 리허설과 거의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가 금지되어 있다 보니 사진들을 직접 긁어오지는 못해서 궁금하신 분들은 잠깐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굳이 따지자면 오케스트라 전체라기보다는 영상이나 음향 등 장비 파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지만 악단의 공연 자체는 굉장히 좋았습니다. 플레이북에도 소개되어 있는 프로젝션 매핑 등의 일부 영상 효과는 아예 생략되었고 와우 테마와 크게 관련 없는 것 같은 영상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음향 같은 경우에는 다른 분들이 리뷰하신 것과 같이 오케스트라 파트 별 마이크 소리 크기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거나, 가끔 지지직거리는 노이즈가 있어서 약간 신경 쓰이는 정도였습니다.
이런 자잘한 문제를 떠나면 전반적으로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매번 디지털 사운드로만 듣던 음악을 라이브 연주회로 접하는 경험도 쉽지 않을뿐더러, 이것저것 많이 신경 써 오신 것 같아 듣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다만 2부는 제가 '불타는 성전'만 잘 몰라서 조금 지루하긴 했네요. 가격은 R석 기준으로 확실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지만, 120분 공연에서 다루지 못한 WoW의 다른 명곡들도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선곡이 어떠냐에 따라 또 오고 싶은 콘서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