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평 요약 : 4.5/10, 그냥저냥 볼만하지만, 별로 추천하지는 않아요.
영국에서 딸 그레이스를 데리고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는 필리핀계 영국 (불법) 체류자 조이가, 음산한 대저택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마주하는 여러 수수께끼들을 파헤쳐 가는 이야기.
공포? 스릴러? 그냥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
2024년 밸런타인데이에 '레이징 그레이스'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원래 영화 리뷰를 쓸 때, 신작이든 n년이 지난 작품이든 스포일러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배제하는 편인데, 장르가 미스터리라 그런지 아예 스포일러 금지 서약을 받더라고요. 되려 오기가 생기게 만드는 방식 같지만 어쨌거나 서명하고 동의한 뒤에 관람했으니 줄거리 노출은 생략하겠습니다. 뭐, 네이버에 영화 명으로 검색만 해도 1페이지에 바로 뜨는 게 '레이징 그레이스 줄거리 결말 (스포 O) 정보'의 저급한 블로거 글이라 애초에 의미가 있나 싶긴 합니다만...
저는 공포, 스릴러, 고어를 즐기지 않는데요. 애매하게 안 무서워서 보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미스터리의 경우, 때에 따라 정말 즐겁게 보는 경우도 있는데, 그 정도로 재미있는 내용 구성이 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결국 공포 팬도, 미스터리 팬도 생각보다 싱거운 내용물에 실망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100분 넘는 플레이타임은 분명 볼만해서 잠이 오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박진감 넘치고 미스터리의 장막이 걷히면서 속으로 'OMG'를 외치게 하는 내용도 결코 아니었어요. "나쁘지 않았다" 정도면 적당한 것 같습니다.
스토리는 직관적이고, 다만 러닝 타임 초반부에는 굉장히 제한적으로 제공되었던, 답답하게 장막에 가려진 내용들이 후반부에 드러나는 정도이고, 연출도 이에 맞춰져 있습니다. 영국의/필리핀계 감독의 '기생충'이라느니, '겟 아웃' 급이라고 비교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까놓고 그 정도까진 아니고요, 솔직히 좀 민망한 비유입니다. (글 조회수를 노리는 과장이 아닐까 하는데요...) 해당 작품 포함해서 조던 필(Jordan Haworth Peele) 감독의 영화만 봐도 적나라하게 충격적인 내용이나, 뒷내용이 확실히 궁금하게 하는 미스터리, 기괴한데 눈을 뗄 수 없는 감성을 굉장히 잘 자극한다는 느낌이지만 '레이징 그레이스'에서는 아쉽게도 그런 면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필리핀 출신의 (불법) 이민자 가정이 마주하는 어려움이나 그 서러운 감성, 민족적(ethnic)인 자긍심을 고양시키고자 하는 감독 본인의 목소리가 강한 작품이지만, 저택에서 일어나는 주요 미스터리 사건들과 애매하게 섞이면서 이도저도 아닌 작품이 되어버렸다는 느낌이 큽니다.
P.S.
'레이징 그레이스'에는 쿠키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