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뷰는 광고나 협찬이 아닙니다. 지연, 학연, 혈연도 없습니다.)
석파정 서울미술관에 전시 보러 가면서 겸사겸사 점심 해결하러 갔던 부암동의 맘스키친. 카레, 우동, 덮밥 등 가정식 스타일의 일식을 하는 곳이라는 것만 알고 갔는데, 진짜 일본인 분들이 운영하시는 가게인 줄은 가서야 알았습니다. 손님이 드나들 때 인사도 그렇고, 주방과 홀에서 직원분들끼리 대화하실 때도 일어 사용하시더라고요. 물론 한국말도 잘하시니 문제없습니다.
주변에 미술관이 많은 부암동 언덕배기의 주민센터 옆 삼거리 앞에 있고요. 참고로 가게에서 북서쪽 방면으로는 통행로가 없어 동쪽에서 접근하거나 맞은편에서 횡단보도를 건너야 합니다.
내부는 아늑하니 넓지는 않지만 좌석은 꽤 많이 구비되어 있고, 2인 ~ 4인 정도가 앉을 수 있는 테이블 다수와 일부 6인석 및 1인석도 준비되어 있었는데요. 사람이 많았으면 움직이는 게 좀 불편했을 것도 같은데, 다행히 점심시간 끝물에 가서 자리가 널널했네요. 원래는 몰리면 웨이팅도 있다고 합니다.
낡은 파일에 인쇄물처럼 들어 있는 메뉴판이 일본 양식집 느낌이 나서 정겨운데요. 일식 파닭이나 그라탕 등 인기 있는 대표 메뉴도 있지만, 저희는 취향대로 일식카레우동과 돼지샤브 온우동 & 명란젓밥을 주문했습니다. 일단 음식은 나오면 카운터 좌측에서 직접 받아 가야 하고, 반대로 식사 후에는 식판째 반납도 해야 하는 구조예요. 주방에서 홀까지의 동선이 아일랜드형 카운터에 막혀 있는 점도 있고, 워낙 손님이 많은 식당이라 불가피하게 적용한 룰 같은데, 바쁘지 않은 시간대에는 홀로 나오셔서 다 먹은 건 회수도 같이 해 주시고 하더라고요. 지도 앱 리뷰에선 손님 부려먹는다는 식으로 평가하시는 분들도 간혹 있던데, 너무 각박한 시선으로 바라보기보단 서로에게 조금은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
보통 카레 우동을 주문하면 간이 안 맞는다거나, 면하고 카레가 따로 논다거나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맘스키친의 경우 그런 일은 없어서 아주 맘에 들었네요. 카레 스프는 적당히 묽으면서도 심하지 않을 정도로 짭짤했고, 탱글함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도 적당히 누그러진 우동 면발이 잘 어울렸습니다. 안에 가라아게 같은 닭고기도 들어있는데 맛있었고, 참고로 밥도 달라고 하시면 주시는데, 면 대신 밥이랑 먹는 맛도 아주 좋았어요.
돼지샤브 온우동과 명란젓밥의 경우에도 역시 간은 확실한 편이고, 돈코츠 라멘 느낌보단 맑은 돼지곰탕식 국물에 우동이 든 느낌이 납니다. 다른 계절에도 맛있겠지만 추운 겨울에 먹기 정말 좋았어요. 기본 밑반찬으로 나오는 백김치도, 당근 샐러드(당근 라페인가?)도 꽤 짭조름한 편이라, 아무래도 맘스키친 음식들이 전반적으로 소금간이 꽤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원래 일본에 가도 현지 음식이 짠 편이라는 의견이 많으니, 구현이 잘 되어 있다고 봐야 할까요? 다만 대체로 싱겁게 먹는 제 입에도 먹기 좋을 만큼이라서 크게 문제는 없었고, 아주 맛있게 먹고 나왔습니다.
식사류를 다 먹고 나면 함께 주시는 요거트로 깔끔하게 입가심 할 수 있는데, 직접 발효시켜 만들어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수제 요거트 위에 알맹이가 살아 있는 블루베리 잼이 올라가 있는 느낌이라 별로 달지 않고 새콤합니다. 저도 어릴 때 집에서 어머니가 요거트 발효종을 만들어 우유로 한참 요거트를 해 주신 적이 있어서 문득 옛날에 먹던 그 맛이 생각이 났네요. 일본식 가정식 식당에서 한국 집밥 생각이 나는 것이 참 오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