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평 요약 : 6.5/10, 추천!
작은 일본 마을의 어느 편부모 가정과 초등학교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일들을 다루고 있는 영화. 개인의 단편적인 시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편견의 한계를, 등장인물 각자의 관점을 통해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점이 인상적.
타인을 "괴물"로 만들어 가는 사회,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여러 개의 시선
제76회 칸 영화제 초청작이자 각본상 등의 수상작이기도 한 영화 '괴물'을 개봉 3주 만에 보고 왔습니다. 상업 영화에 비견할 수준은 되지 않지만, 화려한 평점으로 나름 인기를 얻는 데에도 성공해 국내에서 30만 관객을 목전에 두고 있고, 아마 오늘(19일) 누계로 이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직전 영화인 '브로커'(2022)를 기억하시는 분이라면, 괴물에서도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주인공인 초등학생 무기노 미나토와, 그를 홀로 키우고 있는 어머니 무기노 사오리, 담임으로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호리 미치토시, 그리고 손녀를 잃고 복직한 뒤 교장으로서 이들을 마주하는 후시미 마키코 등, 각자가 동일한 타임라인 속에서 (대체로) 같은 사건들에 맞닥뜨리지만, 각각 인식하고 있는 사실은 전혀 다릅니다.
사실 영화 속 이야기는 다분히 어지럽습니다. 같은 해프닝을 두고 다양한 시점에서 스토리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이야기가 꼬리물기 식으로 진행된다는 인상이 크고, 하나의 명확한 결론으로 이어진다는 느낌도 없습니다. 여러 개의 점(인물)에서 뻗어 나오는 각각의 선(이야기)이 흩어지고 만나는 것을 교차적으로 보여주고 있고, 이들이 모두 모이는 종착점은 꽤 강렬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무래도 좋아"(どうでもいい, "도데모 이이") 싶은 특유의 일본식 whatever 감성의 결말이어서 허무한 느낌도 강하고요. 작중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 주고 싶은 교훈이라면 스토리 내에서 깔끔하게 매듭 지어 주는 것을 선호하는 제 관점에서는 좀 난해하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다만 관객은 그저 철저히 관찰자의 시점에서,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어깨 너머로 보게 되고, 유일하게 진실을 목도하는 존재가 됩니다. 영화의 "아무래도 좋아"식 자세는 이렇게 스크린 밖으로도 이어지는데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회 속, 그렇게 단절이 된 상태로 타인을 "괴물"로 만들기도 하지만, 정작 진짜 괴물을 찾기는 어렵죠. 공감, 포용과 같은 인간적인 가치가 결여된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도록 하는 것이 목표(실제로 인터뷰에서 감독 등이 해 온 이야기)라는 점에선 성공하고 있는 영화인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P.S.
괴물에는 (당연히) 쿠키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