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차기 확장팩 출시일이 확정되었습니다.
작년 블리즈컨에서 미리 예고됐던 와우 세계혼 사가의 첫 확장팩, '내부 전쟁'의 출시일이 공개됐습니다. 예전 시네마틱 영상들을 짜깁기한 영상 맨 뒤에다 공개해 놨는데 (올해는 블리즈컨을 깜짝 취소해 버려서 이렇게 한 듯...) 길게 볼 필요 없이 2024년 8월 27일 출시라고 해요. 스토리를 대강 아시는 분들이라면 저와 같이 예감하고 계시겠지만, 이미 공개된 각 타이틀의 명칭으로 이번 3개 확장팩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대서사시가 일단락되리라 예상할 수 있는데요. 이게 와우의 끝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아제로스를 중심으로 하는 기존 서사의 중심 줄거리는 모두 매듭지어질 확률이 높습니다. 약 10년 전에 스타크래프트 사가가 '공허의 유산'과 함께 마무리되고, 이후 별도 확장팩이나 후속작 없이 완전히 봉인되었던 것을 기억하는 입장에서는, 이번 확장팩들이 기대가 되면서도 동시에 섭섭한 감정 역시 지울 수가 없네요. 물론 한 확장팩으로 적어도 2년은 운영해 왔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총 6년이 걸리는 대장정이니... 그때쯤 되면 와우는 놔줘야 하겠다 싶기도 하네요.
참고로 내부 전쟁의 베타 테스트는 6월 6일에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베타 접근 권한은 내부 전쟁 신화 꾸러미를 사전 구매 시 자동으로 부여되는데요. 한화 기준 112,500원 수준으로 비용이 꽤 되는 편이라 구매엔 조금 신중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어차피 지금 해도 나중에 바뀌는 게 많아서 다시 익혀야 하고, 무엇보다 나중에 1년, 2년씩 지긋지긋하게 할 콘텐츠들이라... 먼저 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해요. 월드 퍼스트 킬 같은 위업을 노리는 하드 게이머나, 내부 전쟁이 정말 정말 궁금한 팬이 아니라면 그냥 차분히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겠다 싶습니다.
제 살 깎아먹기는 피하려는 듯... 디아 4 확장팩과 간극 둔 블리자드
참고로 내부 전쟁 발표와 동시에 디아블로 4의 첫 확장팩인 '증오의 그릇' 공식 출시일도 함께 안내됐습니다. 내부 전쟁보다 약 1.5개월 뒤인 10월 8일 출시 예정입니다. 신규 직업인 혼령사가 등장하고, 각종 콘텐츠나 꾸미기 요소들이 추가될 예정이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런 것들 보다는 스토리 진행에 무게감이 쏠려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기는 합니다. 이쪽은 게임 본편과 DLC가 있어야만 플레이가 가능하기 때문에 바로 즐길 예정이라면 예약 구매를 해도 나쁘지는 않겠습니다만, 와우나 다른 게임을 하다 늦게 진입할 예정이라면 구매를 조금 천천히 진행하는 게 더 나을 겁니다. 디아 4에 대한 유저들의 혹평이 이어지고, 실제 리텐션 및 구매율 하락에 따라 할인이 정말 빠르게 풀리고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출시 1년밖에 지나지 않은 본편도 50% 할인을 푸는 상황이라, 아마 확장팩 추가 구매 형태인 증오의 그릇은 할인이 더 빠르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개인적으로 봤을 땐 시즌 4까지 운영하면서 개발실에서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을 보완·개선하는 것이 게임을 더 즐겁게 만들 수 있는지 감을 잡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DLC를 구매해도 후회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물론 주관이기에 개개인 편차는 감안하셔야겠네요.
수작으로 평가받는 용군단의 자취를 따르는 내부전쟁
내부 전쟁에 대한 게이머들의 기대감이 높은 이유로는, 블리자드가 잃었던 민심을 어느 정도 되찾을 수 있게 해 준 최근의 와우 운영의 영향이 가장 큽니다. 어느덧 대격변 확장팩까지 따라온 클래식 서버야 뭐 그렇다고 치더라도, 본 서버의 만족도가 근 몇 년간 가장 높은 시점이 아닐까 해요. 물론 비교군이 '어둠땅'과 '격전의 아제로스'이기에 아주 호평인 거지, 전성기 수준의 평가를 받기는 조금 어렵겠습니다만 그래도 '용군단'은 여전히 잘 만들었고 또 운영한 확장팩이라는 평가를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실제로 용군단은 근래 확장팩들 대비 각 시즌 레임덕이 조금 느리게 오는 편이었고, 시즌별 쐐기와 레이드 역시 꽤 재미있는 편입니다. 비교적 짧은 기간 진행되는 시즌 4는 시즌 1부터 3까지의 레이드 및 용군단 던전 콘텐츠를 반복하고 있지만, 묶어 놓고 보니 구성이 꽤 나쁘지 않아 기존 유저와 복귀·신규 유저 모두가 재미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세기말"인 지금까지도 잔류 유저 숫자가 꽤 되는 편이에요. 용군단 자체가 기존 확장팩 대비 난이도 구간도 더 세심하게 조정되면서 입문자들을 위한 개선이 많이 진행되었고, 쐐기든 레이드든 전반적으로 난이도가 내려갔다는 인상이 큽니다. 직업 간 밸런스는 여전히 좀 아쉽습니다만, 유저 평균 이상이라고 볼 수 있는 쐐기 주차 단수 및 영웅 레이드 정도는 어떤 직업으로도 갈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은 됐고요. (물론 파티/공격대의 선호도에 따라 자리 찾기가 매우 어려운 클래스가 있는 건 동일하지만요. 😅)
그 결과 내부 전쟁에서는 용군단에서 추가·변화한 다양한 요소들을 그대로 가져가거나, 일부 발전시켜서 계승해 갑니다. 게이머들이 가장 예의주시하는 요소 중 하나인 직업 특성 구조는 본판을 용군단의 것으로 하되, 일부 변화를 주는 가운데 "영웅 특성"이라는 상위 구간을 새로 추가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와우에서 특성이라는 게, 결국은 쐐기/레이드 상위권 유저들이 대부분 사용하는 트리를 따라가게 된다는 점에서 이제 다양성의 측면에선 큰 의미가 없습니다만, 여전히 각 직업의 재미와 성능을 좌지우지하는 가장 큰 요소이기 때문에 게이머들 입장에서는 주시할 수밖에 없는데요. 현재 공개된 자료와 베타 테스트를 통해 알려져 있는 내용 기준으론 유저 기대감이 꽤 높은 편이에요.
이런 특성에 날개를 달아 주는 장비 테이블 역시 용군단의 드롭·강화 모델을 거의 그대로 따라갑니다. 필드에서부터 구할 수 있는 노련가 등급부터, 주간 보상 및 레이드 상위 구간에서만 한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신화 등급까지의 장비들을 기준으로 하며, 역시 2·4 티어 효과를 가진 세트 장비도 있습니다. 다만 티어의 경우, 직업 특성의 색채를 영웅 특성에서 많이 가져가고 있기에 용군단 대비 티어 효과별 개성은 상대적으로 덜 두드러지는 경향이 좀 있어요. (물론 직업과 특성 계열에 따라 상황이 달라 마냥 일반화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외에도 많은 것들이 용군단을 기준으로 익숙한 모양새를 하고 있을 겁니다. 메인의 대장정 퀘스트라인과 각종 사이드 퀘스트들, 여러 진영을 중심으로 하는 평판 작업, 각종 파티·공격대 콘텐츠, 기타 전문기술이나 교역소(제발!) 같은 콘텐츠는 이제 더 이상 개편하기가 어려운 수준까지 왔죠. 용 조련술의 경우 이미 용의 섬 외 지역 전역에서 사용할 수 있지만, 이제 일부 비룡류가 아닌 날 수 있는 탈것 전체에 적용될 예정이기도 하고요. 용군단의 드랙티르와 같이 호드, 얼라이언스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신규 종족 토석인도 추가 예정입니다. (세 번째 드워프 베이스 종족에, 성능도 애매해서 이쪽은 만족도 논란은 좀 있겠네요.)
점점 낮추는 진입 장벽은 긍정적입니다.
앞서 용군단에서 쐐기·레이드의 입문이 더 쉬워졌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는 와우 내에서 전체적으로 지향하는 방향성이 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미 퀘스트 같은 경우에도 (대부분의 사이드 퀘스트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닌 경우가 많으며, 대장정 퀘스트만 진행하면 해당 캐릭터는 물론이고 계정 내 다른 캐릭터들까지 대부분의 퀘스트를 진행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물론 일부 제약은 있지만, 바로 쐐기나 레이드에 참가해 장비 수준을 올리는 데엔 아예 제한이 없고요.
이런 변화를 한 단계 더 진화시킨 것이 내부 전쟁부터 적용될 "전투부대" 시스템인데요. "계정에 속한 모든 캐릭터와 수집품, 진행 상황을 아울러 하나로 묶는 시스템"으로, 기존에 계정에서 여러 캐릭터 간 탈것, 장난감, 업적 진행 등을 공유하는 것보다 더 포괄적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네요. 단적으로 캐릭터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던 평판, 지도 탐험 상황 및 비행 지점, 일부 시즌 화폐 등이 공유 가능하며, 다른 전투부대 캐릭터로 보내기 위한 '착용 전까지 전투부대 귀속' 장비가 생기고, 전투부대용 은행 금고가 추가되는 등 많은 양의 시스템·콘텐츠적 변화가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사실 용군단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와우는 애드온 의존도가 매우 높은 게임이고, 이는 능숙한 게이머들에게는 이점으로 다가오지만 분명 신규·복귀 유저에게는 가장 큰 진입 장벽 중 하나가 되는데요. 용군단에서 도입된 편집 모드는, 많은 유저들이 사용하는 UI 애드온이 필요하지 않도록 하는 굉장히 큰 개선이었죠. 물론 아직까지도 애드온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게임이긴 하지만 (Big Wig + Little Wig, DBM, MRT, MDT, Weakauras 정도만 압수해도 아마 유저 대부분 퍼포먼스 나락 갈듯...) 이런 식으로 본판부터 차근차근 개선이 이루어지면서 점점 더 입문하기 쉬운 게임이 되어 왔죠. 이런 식의 개선이 용군단부터 내부 전쟁까지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크고 작은 업데이트가 계속 기대되는 상황이기도 하고요.
내부 전쟁, 제발 역변만 하지 말아 다오!
용군단 시즌 1과, 특히 3, 4를 즐겁게 즐겨온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만들어 온 콘텐츠의 품질 그대로, 잘 잡아놓은 방향성에서 역행하는 일 없이 내부 전쟁으로 잘 전환하기만 한다면 성공적인 확장팩 출시가 되겠다는 분명한 기대감이 있습니다. 물론 용군단에서도 호평받는 변화가 있는 반면, 실망스러운 부분들 역시 있는 게 사실이긴 합니다만 (직업 간 전투 밸런스라던가, 아예 신화 쐐기돌 어픽스 중 '괴로움'이나 '무형' 같이 일부 클래스만 대응이 되는 경우는 정말...) 그 어느 때보다 피드백에도 열려있고, 개발실이 정말 개선의 의지가 있다고 여겨지며, 실제로 게임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게이머 입장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유저 친화적인 와우를 마주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같은 블리자드 게임들과 비교해도, 오버워치 2나 디아블로 4와 같은 게임들과 비교해 와우 리테일/클래식에서는 실제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목표를 유저에게 제시하고, 그걸 실제로 이루어 내거나 120%씩 초과 달성해서 만족도가 꽤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비교적 편하게 "한 번만 더 믿어본다" 할 수 있는 유일한 프랜차이즈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어쨌거나 부디 내부 전쟁이 용군단을 뛰어넘는 확장팩으로 등장해 주기를 손꼽아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