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뷰는 광고나 협찬이 아닙니다. 지연, 학연, 혈연도 없습니다.)
나이가 좀 들고 나서 보니, 스스로 '카레를 꽤 좋아하는구나' 하는 입맛의 기호를 알게 되었습니다. 집에서 레토르트로도 많이 먹고, 가루형이나 고형 루의 카레를 사서 직접 해 먹기도 하는데요. 요즘은 인도식이다, 태국식이다 해서 다양한 제품들이 나와 있지만 글쎄요, 대부분 한국인 입맛에 맞춘 일본식 시판 카레(カレー)가 기준이다 보니 가끔은 남아시아, 인도 아대륙 현지의 커리(curry) 맛이 그리워지는 날이 있습니다. 저는 그럴 때 옆 사람을 꼬드겨서 가까운 동대문의 에베레스트에 종종 가곤 합니다. 지금은 사업 성공으로 백화점, 아울렛 등 이곳저곳에 체인점이 꽤 생긴 것 같은데, 동대문의 본점은 아직까지도 소탈한 현지 느낌이 남아 있어요.
안 와본 사이에 현대 문물이 들어와서, 이제는 직원분께 주문 드리지 않고 T오더 사용하게 변했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노트패드 들고 계신 직원분들께 주문하는 것이 외국 레스토랑 느낌이 들어서 좋았던 터라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항상 2인으로 방문했고, 올 때마다 항상 만족스럽게 먹고 가는 2인용 A 세트를 주문했습니다. 맛도 맛이지만, 보통의 외식 물가나 다른 인도 음식점 등과 비교해 봐도 합리적인 가격에 굉장히 양이 많아 좋습니다. 다른 리뷰들을 봐도 3인 기준의 B 세트로 4명이 배불리 먹었다 식의 후기가 많아요. A 세트도 둘이서 먹으면 굉장히 배부른 양이고요. 또 세트 메뉴라고 해도 비슷한 음식만 일변도로 나오지 않고, 선택 가능한 옵션들이 다양하게 존재해서 시킬 때마다 조금씩은 새로운 느낌이 드는 점도 마음에 듭니다.
우선 2가지의 선택 가능한 음료로는 망고 라씨와 플레인 라씨를 주문했습니다. 원래 물소 우유를 발효시켜 만드는 요거트류의 음료이지만, 한국에서 현지와 같은 유제품을 조달해 만들기는 어렵겠죠. 그래도 상큼하니 수제 요거트 향이 물씬 나서 맛있습니다. 후식으로도 좋지만, 기름기 많은 음식들을 먹는 중에 간단히 입가심하기도 아주 괜찮아요.
요리가 나오기 앞서 간단하게 스프도 주시는데요. 그냥 먹어 보면 우리에게 굉장히 친숙한 바로 그 맛이 납니다. 고운 입자의 매콤한 후추 가루를 뿌려서 먹는 것도 나름 재미있어요.
주문한 세트 메뉴에서 유일하게 선택 옵션 변경이 없는 탄두리 치킨이 먼저 나왔습니다. 닭 겉면에 신나게 발라진 향신료의 맛이 참 매력적입니다. 그냥 먹어도 맛있고, 같이 나오는 소스들을 살짝 찍어서 먹어도 맛있습니다. 참고로 디핑 소스는 더 빨간 쪽이 (당연히) 더 매콤하고, 주황빛을 띠는 쪽은 스위트 칠리 소스 같은 맛이 납니다. 탄두리 치킨 자체가 향과 간이 센 편이라 많이 찍어 먹지는 않아요.
드디어 핵심 메뉴인 커리가 등장합니다. 오늘 저희가 주문했던 건 머턴 머설라(머튼 마살라) 커리인데요. 에베레스트에서는 맵기 단계 중 2/3 정도로 나와 있는데, 그렇게 맵지는 않고 적당히 매콤하니 향긋하고 맛있습니다. 야들야들하니 간이 잘 밴 양고기가 중간중간 꽤 많이 들어 있어요. 서구권에서 양고기를 많이 먹는 나라들의 요리들은 하나같이 퀴퀴하고 지방기 가득에 밍밍해서 맛이 없는데, 같은 머튼 요리로 이런 맛을 낼 수 있다니 참 신기합니다. 향신료 좀 얻겠다고 중동의 쟁쟁한 국가들을 넘어 인도로 가겠다, 대서양을 넘어 (당시에는 세상의 끝이라 믿었던) 반대편으로 인도로 가겠다고 설쳤던 그네들의 슬픈 역사가 어느 정도는 이해되기도 합니다.
카레도 카레지만, 난과 밥 없으면 아마 이렇게 충만한 느낌을 내기가 힘들지 않을까 해요. 두 메뉴 역시 옵션 선택이 가능하고, 저희는 갈릭 난과 인도식 밥으로 골라 먹었습니다.
갈릭 난에서 난 본체는 현지 스타일을 잘 살리고 있다면, 곁들여지는 갈릭 오일의 양념은 다분히 한국 현지화 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해요. 저희는 아주 좋아하는 편이고, 또 커리 등 다른 메뉴들과도 잘 어울려서 올 때마다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옵션으로 플레인 난과 버터 난도 함께 있으니, 입맛대로 선택해 드시면 되겠습니다.
인도식 밥은 뭐랄까, 엄청나게 맛있다는 느낌이라기 보다는 먹을 때마다 생소하고 재밌다는 감정이 큰 것 같아요. 찰기가 강한 우리나라 쌀밥과 다르게 올올이 제각각 굴러다니고, 또 이를 소스(커리)로 한데 모아 한 스푼씩 먹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현지인이 하는 음식점도 이곳저곳 가 봤지만, 에베레스트와 비교해 보면 보통 가격이 더 저렴하면 맛도 덜하고, 맛이 비슷하면 가격이 어질어질하더라고요. 인도 음식을 좋아하시거나 흥미가 있지만, 따로 아는 식당이 없어 주저하고 계시다면 동대문 에베레스트 본점 방문을 추천드립니다.
참고로 주문 후 선결제를 하고, 영수증을 받아 네이버 영수증에 리뷰를 남기면 난이나 음료 중 한 가지를 무료로 주는 이벤트를 하고 계세요. 24년 1월 31일까지 진행되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이벤트 기간 중에 꼭 한 번 가 보심 좋을 것 같습니다.